[WIKI 프리즘] '청명한 정오 하늘의 색깔...' 성경의 푸른색(tekhelet) 되살리기
[WIKI 프리즘] '청명한 정오 하늘의 색깔...' 성경의 푸른색(tekhelet) 되살리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09.12 09:22
  • 수정 2018.09.13 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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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l dyed in various colors extracted from the Murex trunculus snail. (Moshe Cain)
Wool dyed in various colors extracted from the Murex trunculus snail. (MA relic depicting a deity, colored with lapis lazuli. [LA타임스]

성경에서 49번이나 순수하고 완벽한 푸른색으로 묘사한 색이 있다. 너무 장엄하고 세속을 뛰어넘은 듯한 색이어서 도저히 말로 나타내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색깔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간 아무도 ‘성경의 푸른색(biblical blue, 히브리 어로는 ‘tekhelet’)’이 정확히 어떤 색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었다. 정확히 어떤 색깔이며 그 색을 어떻게 되살려낼 수 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로마군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제2성전(the Second Temple)의 시기에는 같은 이름의 푸른 염료가 고위 성직자들의 의복을 염색하는 데 쓰였었다. 유태인 남자들은 지금도 기도할 때 ‘성경의 푸른색(히브리 어로는 tekhelet)’ 실로 끝단을 짠 숄을 어깨에 두르도록 교육받는다.

중세시대의 세파르디(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유태인) 철학자였던 마이모니데스는 ‘성경 속의 푸른색’을 ‘청명한 정오의 하늘색’이라고 묘사했다.

11세기의 프랑스 랍비이자 학자였던 라쉬는 이 색을 가리켜 ‘저녁 하늘의 색깔’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성지박물관 관장인 아만다 웨이스는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은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색깔’이라고 말한다.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실마리는 탈무드에서 나온다. 유태교 랍비 문서의 표준이 되는 탈무드에는 아바예라고 불리는 남자가 웃어른에게 ‘이 푸른색(tekhelet) 실은 어떻게 염색한 건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그 웃어른은 그 실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달팽이의 피와 화학제료들(가성소다와 탄산소다가 분명할 것으로 짐작됨)’을 함께 넣고 끓여야한다고 답을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만으로는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완벽한 푸른색을 찾는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왔다.

현대에 와서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의 수수깨끼를 풀어보고자 하는 노력은 한 명의 랍비와 한 명의 전문 치료사, 그리고 두 명의 화학자와 스쿠버 다이버 한 쌍이 이어받았다. 다이버 중 한 명은 물리학 박사학위 소지자였다. 이들은 합심해서 잃어버린 색소를 재발견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스라엘 북부의 명소인, 지중해 연안의 도르 해안가 모래언덕에 고대 염료통의 잔해와 버려진 달팽이 껍질이 쌓여있는 신비한 둔덕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 탐구자들은 1980년대 중반에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이 어떤 색인지를 나타내주는 최종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다 달팽이의 한 종류를 찾아내는 여정에 나섰다.

도르 해안가의 ‘뿔고동 달팽이(Murex trunculus snail)’가 해답을 쥔 열쇠처럼 보였다. 그러나 뿔고동 달팽이의 내분비선에서 분비된 보라색 잉크는 옷감을 노랗게 염색하고 말 뿐이었다.
그러다가 텔아비브 인근에 있는 ‘센카르 공학 및 디자인 대학’의 화학자 오토 엘스너가 뿔고동 달팽이에서 추출된 잉크가 햇빛에 노출되면 짙은 하늘색(deep sky blue)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드디어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을 찾아낸 것인가?

마침내 구현된, 사파이어 청옥색과 비슷한 푸른색을 띈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은 눈길을 사로잡는 색조였으며 사람들은 신화 속의 색깔이 드디어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낸 사실에 만족스러워 했다.

A relic depicting a deity, colored with lapis lazuli. [LA Times]
A relic depicting a deity, colored with lapis lazuli. [LA타임스]

탐구자들은 마침내 ‘프틸 테크헬렛(Ptil Tekhelet)’이라는 기구를 만들고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을 생산,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이전에 푸른색의 수수깨끼를 푸는 작업에 참여한 스쿠버 다이버 중 물리학자였던 바루취 스턴만 박사가 <가장 찾기 어려운 푸른색 : 역사에서 잊혀진 고대의 색깔을 되찾는 경이로운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스라엘 성지박물관 관장인 아만다 웨이스는 잊혀진 하늘빛 푸른색을 되살리는 과정과 탐구자들의 노력을 사람들에게 전시하겠다는 결의를 실현에 옮겼다.

현재 성지박물관의 전시 프로그램인 ‘푸른색을 찾아서’는 매혹적인 색깔이 어떻게 고귀함과 신성(神性)에 관련을 맺게 되었으며, 어떻게 잊혀졌다가 다시 발견되었는지를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이 전시회는 시험용 키트들을 집으로 가져가 그 옛날 예수 그리스도와 추종자들이 했던 것처럼 푸른 무명실을 직접 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전시회는, 황금으로 실을 꿴, 짙고 강렬한 푸른색으로 유명한 아프간 청금석으로 만든 보석들과 나란히 마사다 유적지(로마시대의 유태인 항전 요새)에서 발견된 옷감의 조각들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예후다 카플란에 따르면 마사다 섬유들은 하루에 단 몇 방울만 채집이 가능한 뿔고동 달팽이의 분비물로 염색된다고 한다. 의복 한 벌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수천마리의 뿔고동 달팽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빛나는 사파이어 화환처럼 보이는 전시회의 로고는 뿔고동 달팽이를 양식하고 수확하는 해변 풀의 잔류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 해변 풀 양식장은 아마도 알려진 최초의 수생식물 양식장이 아닐까 한다. 박물관 측은 이 양식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구성 중이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단순히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이나 그와 관련된 유대주의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근동 모든 지역에서 이 푸른색이 갖는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류의 초기 역사 시대부터, 레번트(동부 지중해 일대) 지역부터 북아프리카까지, 푸른색은 행운의 색으로 간주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지금도 부정한 것을 쫓아내는 의미로 셔터나 지붕을 푸른색으로 칠한다. 이 지역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악마의 저주서린 눈초리가 동쪽으로 내려가자 하늘 빛 푸른색 섬광이 이를 방해하면서 멀리 쫓아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미신은 유럽에까지 이르렀고, 이어서 신세계(미국)에도 도달했다. 1898년에 출간된 계간지 ‘민속(Folk-Lore)’에는 영국인들의 풍습이 소개되었는데 결혼식의 신부가 걸친 ‘오래된 푸른 착용구들이 악령의 눈을 당혹하게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악령의 기운이 신부를 잉태하지 못하도록 심술을 부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있다.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이 만든 색소로 간주되는 ‘이집트의 푸른색’으로 장식된 유적들이 포함되어있다.

The exhibit "Out of the Blue" includes the first Israeli flag raised at the United Nations Plaza in New York City. [LA타임스]
The exhibit "Out of the Blue" includes the first Israeli flag raised at the United Nations Plaza in New York City. [LA타임스]

한편, 아프간 청금석은 보석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갈아서 군청색 색소로 만들었는데, 이는 가장 아름답고 값비싼 르네상스 시대의 색소로 자리매김했었다.

유럽의 왕실들이 이 푸른색을 왕실을 상징하는 기치(旗幟)의 색으로 사용한 것은 이 색이 그만큼 호화로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었다.

13세기의 가톨릭 성인이었던 프랑스의 루이9세도 오늘날 감청색으로 불리는 색깔의 짙은 보라색 버전에 해당하는 색의 옷을 즐겨 입었다.

이스라엘의 국기에 그려진 푸른색 띠도 유태인들이 기도할 때 어깨에 걸치는 탈리스라는 숄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49년 5월 이스라엘이 UN의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을 받았을 때 UN 밖에서 휘날렸던 국기가 전시회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패션 역사가이자 큐레이터인 야라 케이다르는 섬유에 염색을 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유태인들의 직업이었으며 ‘성경의 푸른색(tekhelet)’을 잃어버렸던 어둠의 시기에는 염색공과 상인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자청색 염료인 인디고(indigo)를 대신 거래했다고 한다.

그녀는 ‘성경의 푸른색(tekhelet)’과 마찬가지로 인디고도 구하기 어려운 상품이었으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치품에 속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성경의 푸른색(tekhelet)’과 인디고 두 염료는 ‘푸른색 숭배’ 트렌드를 낳아 오늘날 칼 라거펠트와 리바이스 등의 빈티지 패션에서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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