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공정위의 퇴로 없는 압박…선제대응 나선 대기업의 말 못할 토로
[WIKI 수첩] 공정위의 퇴로 없는 압박…선제대응 나선 대기업의 말 못할 토로
  • 양 동주 기자
  • 승인 2018.10.02 14:11
  • 수정 2018.10.0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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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어느 순간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앞다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주사 전환이 순환출자식 지배구조가 노출한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없앨 유일한 대안처럼 비춰진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권장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지주사 체제를 권장한 정부의 궁극적인 의중은 결국 대기업을 쉽고 편하게 통제 관리하겠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사실이다.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부터 한층 명확해진 이 같은 기조는 지난 8월 말 발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구체화됐다. 

개정안의 주된 특징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관계없이 20%'로 일원화하고 규제 대상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다. 

물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오는 11월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진통은 거듭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통이 곧 기본 골격의 수정을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 재계에서도 빠르면 2020년부터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교롭게도 개정안 논의를 앞두고 지주사 체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규제 대상에 신규 포함되는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들의 선제적 행보가 최근 유독 두드러진다. 접근법상 차이만 보일뿐이다. 

SK는 36년 만에 SK해운 매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 업황 악화와 차임금 부담 해소 차원이라는 공통된 시각이지만 이참에 강화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리크스를 없애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LG는 지난달 19일 비상장 계열사인 서브원에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 분리할 계획임을 공표했다. 매출의 약 60%가 내부 거래에서 파생된 서브원은 새 규제 대상에 포함이 확실시되는 자회사다. 

한화는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S&C를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물적 분할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화S&C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에 넘긴데 이어 지난달엔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합병시키면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지난 8월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49%)을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다. 대신 코오롱은 이 회장에게 신주 56만여주를 발행했다.

이외에도 가온전선 지분 37.6%를 LS전선에 매각한 LS 총수 일가, 부동산 개발업체 에이플러스디 주식을 계열사인 오라관광에 증여한 대림산업 총수 일가의 모습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무늬만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한 시기에 거듭된 위의 사례들에서는 비슷한 속내가 드러난다. 공정위가 칼을 빼들기 전에 차리라 팔고 쪼개는 게 낫다는 판단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 우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효성·LS를 대상으로 계열사 부당지원 조사를 벌인 점, 최근 서린동 SK사옥으로 조사관을 파견한 점 등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어줍잖은 우려는 기업이 활동하는 환경을 공정위가 충분히 고려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물론 공정위는 표면상이나마 각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귀담아 들으려 하는 제스처를 잊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11차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의견수렴 공청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패널 섭외 과정에서부터 이견이 엇갈린 공청회는 깔끔하지 못한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공정위가 주도하는 재벌 개혁이 정책에 대한 공감 여부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강압적이라는 재계의 뒷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정위의 대의명분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경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허물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말 못할 토로가 계속된다는 건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도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개혁이 곧 기존 방식의 원천 무효를 의미하는 건 아닌 까닭이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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