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北 미사일기지 운용 소식에 북미협상 ‘먹구름’ 끼나

북한의 미사일기지가 비밀리에 운용돼 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향후 북미협상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미뤄지고 대북문제에 대한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기지 문제까지 나와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미사일기지 운용이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제기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최소 16곳 미사일기지에서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16곳의 미사일 발사기지는 북한이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어, 대규모 위장 기만전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NYT는 밝혔다.

NYT는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핵 생산 시설 및 무기가 더 은닉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CSIS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 내에 미신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20곳의 미사일기지 중 최소 13곳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CSIS는 “과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에서 미사일기지가 현재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며,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SIS의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빅터 차 한국석좌는 “미사일기지들은 동결되지 않았고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조셉 버뮤데즈 CSIS 선임 연구원은 “미사일이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로 무장할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일부 기지는 핵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삭간몰에서는 기지 검문소, 본부 건물, 위병 지역, 보수관리 창고, 숙소 바라크, 이동가능의 자주 미사일, 지하 터널 입구 등이 포착됐다. 비밀기지의 경우 좁은 산악 계곡 사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켜간다면 북한과 그 주민들에게 훨씬 더 밝은 미래가 놓여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은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삭간몰) 미사일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해당 미사일기지를 폐기하는 것이 의무조항인 어떤 협상도,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과 달리 북한의 미사일기지 운용이 향후 북미 협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몬터레이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비확산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WP를 통해 "김정은은 어떤 약속들도 어기지 않았다“면서도 ”대신 핵무기를 대량생산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긴 했어도 핵 시설은 절대 해체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라며 "실제 북한은 비축량을 오히려 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는 미국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검증 가능한 조치가 없다면 김정은은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은 것이며, 잘 속아 넘어가는 미국 대통령에게 거짓 희망을 주는 데에만 진지하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 핵 위협을 없애고 있다는 확언을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며 ”북 핵 위협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미 간 구체적인 핵합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기지 포착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북미 간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와 핵사찰 및 핵검증을 강조해온 미국 측에서 회의론적 시각이 커질 수 있다.

“미사일 발사는 멈췄다", "로켓 발사도 멈췄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 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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