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車강판 밀어내기…현대차 부진에 중소기업 ‘몸살’
현대제철, 車강판 밀어내기…현대차 부진에 중소기업 ‘몸살’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1.16 14:39
  • 수정 2018.1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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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강판 물량 남아돌아, 유통시장에 밀어내기 판매
유통업체들 재고 4개월 이상 축적, 불황에 덤핑판매도 불가능
철근시장은 공급 부족에 기근현상, 롤마진 2017년 근접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최근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계열사 현대제철 역시 이에 따른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파워텍 등 내부거래가 90% 이상인 계열사들과 달리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동차 부문에서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 공급물량 감소로 자동차강판 판매가 줄어들면서 자사 유통업체들인 스틸서비스센터(Steel Service Center:이하 SSC)들을 통해 철강 유통시장에 자동차강판을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강판은 현대제철에서 생산돼 스틸서비스센터라는 가공센터를 거쳐 자동차 규격에 맞도록 가공돼 완성차업체에 공급된다. SSC들은 자동차강판 사급물량과 더불어 철강 유통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철강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을 이들 자사 SSC들을 통해 밀어내기 식 판매를 하면서,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제철 소속 SSC 고충 심화

현대제철 SSC들은 자동차강판 재고 물량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고충을 갖고 있다. 애초에 현대제철 스틸서비스센터로 등록을 하려면 일정 부분의 부지가 확보돼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 조건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 측 모두 자동차강판 재고를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모두 유통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강판 사급을 따내기 위한 조건이고, 사급 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업체들도 일부 야적장을 빌려 주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판매부진으로 자동차강판이 남아돌면서 유통 판매를 늘리다보니 사급 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자사 SSC들에게 자동차강판을 밀어내고 있다. 벌써 이러한 재고가 4개월치가 쌓여 있다는 게 유통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업체들은 한 달 반에서 2개월 정도의 재고를 축적해 놓는다.

문제는 유통시장도 시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강판을 일반 유통물량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품질이 건자재용 대비 좋아도 수요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제품가격은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넘치니 쉽사리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모순도 겪고 있다. 시황이 악화돼 현재 시가보다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갖고 있는 재고들은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고가 평소 두 배 이상 넘쳐도 밀어내기 압박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도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덤핑판매를 통해 재고를 털어내지만,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제철이 이처럼 밀어내기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일관제철소들이 계획생산 체제를 기본 구조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든 조선사든 수요 예측을 통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일단 찍어낸 다음 어떻게든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공정 업체들은 원자재 구매를 줄여 감산을 할 수 있지만, 현대제철의 경우 고로에서 계속 쇳물이 나오는 만큼 밀어내기식 판매를 통해서라도 순환 체제를 이어가야 하는 애로점이 있다.

결국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다른 계열사 대비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상은 현대제철 SSC들이 밀어내기 물량을 고스란히 재고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의 밀어내기 판매는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현대자동차라는 모사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되면 체력이 약한 유통업체들은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철근은 파업으로 고갈…정반대 양상 보여

자동차강판 판매가 어려워진 반면 현대제철의 또 다른 제품 축을 이루고 있는 철근은 파업과 경쟁업체들의 공장 수리 등이 겹쳐 기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철근 제품의 수익성은 철근 판매가격과 원료인 고철 가격과의 차이의 롤마진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근 수익성이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남부 제강사 기준 구매가격은 톤당 38만5000원 수준인 반면, 철근 유통가격은 공급부족 등의 이유로 7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롤마진이 톤당 33만5000원 수준으로 거의 원료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이다.최근 시중 고철 가격은 추가 하락 여지 있어 아파트 건설 광풍으로 최고 수익을 봤던 2017년 이상의 수익성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전극봉 등 일부 부자재 조달가격 상승으로 실질적인 수익은 다소 감소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이 그나마 다른 그룹사 대비 양호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동차와 상관없는 철근 부문의 수익성 개선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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