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 스타트업이 해외로 가는 까닭은?
[기고] 그 스타트업이 해외로 가는 까닭은?
  • 백세현
  • 승인 2018.11.18 18:09
  • 수정 2018.11.1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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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현 해외컨설팅 ‘피그말리온’ 대표이사
백세현 해외컨설팅 ‘피그말리온’ 대표이사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 시장에 대한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업무를 볼 수 있는 인력들이 많이 늘고 있고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젊은이들도 많아 영어를 잘 하는 이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한국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사실 승부를 보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서 한국 스타트업들을 보면 특히 기술력이라든가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면 나쁘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그다지 차별화된 눈에 띄는 기업이라기 보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렇기에 더욱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에 도전하고 진출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음이 확실하다.

그런데 몇 가지 고려해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 흔히 해외 시장 진출, 해외 투자 유치, 해외 네트워킹 구축 등과 같은 스타트업들 위한 소위 ‘글로벌 프로그램’의 허와 실이다.

먼저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현지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들에게 한국 스타트업들을 보내는 것이다. 스타트업 스스로 자비를 들여 직접 가는 때도 있고 정부 공공기관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때 어떤 스타트업을 현지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들에게 보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현지화 교육이나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 마련, 네트워킹, 해외 투자 유치 등이 주된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현지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들’에게 ‘알맞은 한국 스타트업들’을 보내야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스타트업에게도 정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실은 해외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들 중 아예 한국 스타트업들을 일정한 지원금 내지 현지 프로그램비를 받고 돈을 버는 게 주된 목적이 돼버린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오는 ‘유수’ 스타트업들을 유치하여 현지에서 인큐베이팅 내지 액셀러레이팅 하면서 혁신적인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며 투자까지 하는 그런 목적은 온데간데 없다. 몇 주간 교육시키고 여기 저기 좀 돌고 네트워킹 파티한다고 해놓고는 솔직히 누군지도 모르겠는 현지인들과 좀 섞여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초 출발할 때에는 현지에서 투자가도 만나 투자에 대한 미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듣고 현지에서 중요한 구매사나 관련 고객들을 소개도 해주고 유통망 확보 등에 대한 얘기도 듣고 부푼 희망을 품고들 간다.

문제는 현지 기관들은 그것보다는 거의 속성 MBA코스처럼 운영하며 돈을 버는 것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현지 투자가를 만나기는커녕 정작 투자가는 잘 나타나지도 않고 미팅도 잘 안 잡히며 잡혀도 주된 투자 직종이나 산업군과 전혀 맞지 않는 투자가인 경우도 많고 관련성 높은 기업들이나 잠재 고객사 한 군데조차도 만나기 쉽지 않다.

현지에서 굳이 듣고 있지 않아도 될 수준의 교육을 받거나 정해진 코스를 밟고 오는 경우들조차도 있다. 이렇게 하고 돌아온 스타트업들의 경우 현지에서 투자유치를 받을 가능성을 얻어온 것도 아니고 잠재고객사를 발굴한 것도 아니고 장차 함께 일할 현지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온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현지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의 주된 목적은 그저 프로그램 돌리고 돈 버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당초 현지로 보낼 스타트업 선정조차도 잘못하는 때도 적지 않기에 더욱 심각하다. 외부 심사위원이라고 하는 이들이 와서 해외로 뽑을 기업들을 선정하는데 도대체 어떤 분들이 심사하길래 현지 시장에 정말 맞는 기업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탈락시키고 막연하게 4차산업 혁명과 관련된 기업이라고 하면서 피상적으로 뽑아놓고 현지에 보내려고 한다.

솔직히 탈락한 스타트업과 선정된 스타트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심사위원들이 현지 시장에 대해 잘 모르고 엉뚱한 팀들을 뽑아놓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업들을 뽑는 경향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현지 시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절대 안 뽑았을, 그리고 절대로 선정했어야 할 기업들을 전혀 분별 못 하고 선정해놓은 것 자체부터가 ‘비극’이다.

선택된 스타트업은 그래도 내가 좀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 뽑았나보다 생각하겠지만 사실 선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가령 A라는 업종으로 타겟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도 불구, 해당 스타트업을 탈락시켜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A라는 업종이 타겟 국가에서 관련성이 높고 성공한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 선정한 이들은 이를 잘 모르고 탈락시켜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이미 현지에서 정말 안되는 곳인데 무작정 뽑아 놓고 보내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왜 현지 시장과 전혀 맞지 않은 기업을 뽑아서 보내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유하자면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에 자전거용 스마트헬멧을 팔려고 한다든가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지 않은 현지 분위기를 전혀 이해 못하고 오토바이 운전자용 특수 스피커를 팔려고 한다든가 이슬람 신자가 70% 넘는 곳에 돼지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팔려고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또한 아직 제품 자체가 준비도 안되었는데 무턱대고 해외투자가 미팅을 보내는 때도 있다. 현지 투자가 미팅을 마친 후 현지 투자가가 하는 말은 ‘아직 제품도 준비가 안되있고 컨셉 자체도 없고 그냥 사업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정도인데 사업할 준비가 전혀 안되있는데 투자 미팅을 하는게 좀 이해가 안간다’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시드 투자가 필요한 기업이라도 어느 정도 자신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명확하지 않아 투자가들이 미팅을 마치고 난 후 의아해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이 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가를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과 미팅하게 하는 것 또한 웃지 못할 코미디다.

또한 이미 투자를 받아 사업하면서 매출을 내고 있어서 판매처나 고객등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현지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이름붙인 코스를 밟게 해서 말 그대로 몇 주간 현지에서 혁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오게 한다든가 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현지 가서 현지 시장조사를 하거나 리셀러를 만나다든가 잠재 고객사들을 만나는게 아니라 몇 주간 린스타트업, 디자인싱킹, 블록체인, 자율주행, 비즈니스모델캔버스, 혁신 등에 대한 교육을 받다보면 도대체 내가 여기에서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스타트업 대표나 직원들이 와서 계속 불평하고 통역 좀 데려오라고 할 때에는 정말 해외 사업을 하러 온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지 프로그램을 잘못 만들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맞고, 스타트업들마다 가는 목적에 맞게 지원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모르고 지원한다든가 반대로 프로그램 참여 지원은 제대로 한 게 맞는데 막상 가보니 안내 받을 때와는 달리 네트워킹이 전혀 안되어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이를 거의 못 만나고 오는 것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해외투자가를 만났으면 해서 지원했는데 현지에서 정작 해외투자가는 만나지도 못한다든가 해외투자가가 아닌 현지에서 판매를 할 파트너사를 만나러 왔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간다든가 혹은 판매처를 찾고 싶었는데 판매처는 커녕 엉뚱하게 멘토링만 받고 간다든가 등 이런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한 스타트업은 업무협약(MOU)만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맺고 몇년이 지나도록 유료계약 하나도 전환하지 못하고 그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기업이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어느 무대에 서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한 투자가분은 ‘몇 년전에 맺은 업무협약이 아직도 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건 결국 저 스타트업의 제품이 현지 시장성이 전혀 없어 가치가 없다는 반증 아닌가’라면 씁쓸해하기도 했다. 너무 피상적인 ‘해외진출’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지 프로그램을 정말 투자가나 세일즈, 판매 등 관련성 있는 이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 등을 엄격히 선별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현지 시장에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스타트업 선정도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스타트업 자신도 욕심만 앞서기 보다는 무작정 해외로 나가려고 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나갔으면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은 아름답고 시행착오도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엉뚱한 매칭과 프로그램, 시장 관련성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들을 잘못 선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과 관련없는 시장인데 무작정 해외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갈 수 있으니 무조건 가고보자는 식의 마인드를 버리고 진지하게 사업할 준비를 하고 뛰어드는게 맞는 것 같다. 

onelifeoneworld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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