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만 없는 '인권조례'…이번엔?
인천만 없는 '인권조례'…이번엔?
  • 최태용 기자
  • 승인 2018.11.21 19:31
  • 수정 2018.11.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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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입법예고에 기독교 단체 '반발'…"동성애 조장"
조성혜 의원 "시의원 뜻 모아져, 이번엔 통과 기대"
인천시의회 전경.
인천시의회 전경.

인천시의회가 다시 인권조례 제정에 나섰다.

시의회는 최근 조성혜(민주, 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조례의 목적은 시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 대상은 모든 인천시민과 인천 소재 사업장의 노동자 및 체류자(외국인 포함)다. 시장과 교육감은 조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돼 있다.

이 조례는 다음 주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에서 논의된 뒤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인권조례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현재 인천만 없다.

충남도의회가 지난 5월 의장 직권으로 폐지해 잠시 전국에서 유이(唯二)한 광역자치단체였다가,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도의회가 재제정해 인천은 다시 인권조례가 없는 하나뿐인 자치단체가 됐다.

인천도 노력이 없던 건 아니다. 2016년 1월 이용범(민주, 계양3) 의원이 관련 조례를 발의했지만 기독교 단체가 반발하면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 박상만 전 시의원이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발의했지만 같은 이유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All바른인권세우기, 건강한 학부모연대 인천지부는 지난 2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 동성혼을 조장해 청소년들의 성적 타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가족의 근간이 되는 혼인과 출산을 저해할 수 있어 인권조례를 반대한다”며 “오히려 잘못된 성적 일탈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탈동성애자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권조례 반대 의견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시의원들에게 문자와 전화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조성혜 의원은 “하루 100여 통의 전화와 문제를 받는다. 일방적인 의견이어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잘못된 정보로 이들을 호도하는 일부 기독교 세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단체 등으로 이뤄진 All바른인권세우기, 건강한 학부모연대 인천지부가 2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인권조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 단체 등으로 이뤄진 All바른인권세우기, 건강한 학부모연대 인천지부가 2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인권조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 인권조례’가 동성애 조장?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 조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조례안 어디에도 ‘동성애’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항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부분이다. 이 조항에는 성별‧종교‧지역‧국가‧병력‧성적지향에 따라 직업선택‧교육 등 사회 전반의 활동에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차승호 All바른인권세우기 대표는 “성적(性的) 지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단어다.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성애(異性愛) 이외의 성적 지향, 남녀 이외의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조례가 통과되면 동성애가 질평을 퍼뜨리고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사상과 감정을 통제하는 공산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반면 이번 인권조례가 다른 지역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제주 등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제시하며 차별 금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신규 정의당 인천시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인천 인권조례는 성소수자를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혐오발언에 대한 처벌 조항 역시 없다”며 “일부 기독교 세력을 의식해 만든 조례안이다. 상임위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인권조례가 있지만 동성애 혐오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처벌 역시 없다”며 “기독교 단체의 주장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조성혜 의원도 “성소수자, 난민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권조례는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로 만든 조례”라며 “많은 시의원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번엔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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