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자금줄 역할 현대오일뱅크, 증시 상장 적합한가?
오너 일가 자금줄 역할 현대오일뱅크, 증시 상장 적합한가?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1.29 13:04
  • 수정 2018.11.2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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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 오너가 위해 현대중공업지주 편입 의혹
현대오일뱅크, 그룹 캐시카우서 현대중공업 실적 악화 주범으로 전락
상장 시 2조원 현금 유입 예상, 영억이익도 1조원 넘어 배당잔치 펼칠듯
현대중공업 갑질을 규탄하는 국회의원들의 친필 서명. 총 31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명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현대중공업 갑질을 규탄하는 국회의원들의 친필 서명. 총 31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명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2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경징계를 받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이같이 감리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상장 작업에 재시동을 걸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지주로 편입되면서 현대중공업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되고 갑질과 구조조정을 더욱 부추겼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핵심 역할을 맡았는데, 상장에 따른 예상 공모 금액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현대중공업 주주들과 노조 및 관련 협력사 관계자들의 공분을 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함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수익을 몰아주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가시화된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 작업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은 올해 3월부터 본격화 됐다. 정 부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당초 97주에 불과했지만, KCC로부터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83만1097주)를 매입하면서 단번에 3대 주주에 올랐다.

증권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될 경우 91.1%의 지분을 가진 현대중공업지주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8월 배당성향 70% 이상, 시가배당률 5% 이상이라는 고배당 정책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SK, LG, GS, CJ 등 주요 지주회사들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 59.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지주에 편입될 당시 회사 측은 연결 부채로 잡히던 현대오일뱅크의 부채 2조원이 지주사 몫이 되면서 현대중공업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8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6% 증가했다. 올해 1조원 돌파가 예상될 만큼 고수익을 내고 있어 금융비용 절감 이익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남의 집 잔치구경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기업의 채무상황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Interest Coverage Ratio)을 따져볼 때 현대오일뱅크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 8363억원은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연결기준 금융비용 6677억원보다 높다. 이자보상비율은 약 1.25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만으로도 현대중공업의 연결기준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현대오일뱅크 상장 시 예상되는 공모 금액이 2조원에 이르는 만큼 2조원의 부채도 상당 부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걸 예상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지난 1분기 1238억원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175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비록 3분기에 해양플랜트 깜짝 수주로 연결 기준 매출 3조2419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주력사업인 조선 부문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은 2분기 1440억원에서 3분기 3046억원으로 오히려 적자폭이 확대됐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경영권 확보 및 승계작업 등 오너 일가의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중공업지주로 편입됐고, 현대중공업에 관련된 수많은 주주들과 노조, 협력사 관계자들은 오너 일가를 위한 희생양으로 이용 당한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현재 지주사 전환 이후 정몽준 회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5.8%로 커졌고, 정기선 부사장도 현대중공업지주 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지분을 취득하는 데 따른 증여세 1500억원과 대출금 5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상장과 배당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최근 3년 동안 자사 현장인력 포함 원하청 근로자 3만5000여 명을 정리해고 했다. 지금도 해양플랜트 유휴 인력 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며 노조와 힘겨루기 중에 있다. 만약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핵심 계열사를 현대중공업지주에 내주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나쁜 실적을 받지 않았을 수 있고 정리해고도 최소한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가 심사 중에 있다”며 “비록 현대오일뱅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리회계상 미미한 징계조치를 받았지만,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갑질 기업으로 판정이 날 경우 그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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