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내년 대형은행의 증권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간 ‘IB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19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하나벤처스를 출범시켰다.
하나벤처스는 새해 1분기 1000억원 규모로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2021년까지 3년 간 총 1조원 규모 중소·벤처기업 펀드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이번 하나벤처스 출범은 1차적으로 유망한 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것이지만, 그룹의 IB(Investment Bank) 영역 확장과 직결돼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보다 기업공개(IPO), 증자, 회사채 발행,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고 자문하는 IB영역에서 대부분 수익을 내고 있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 발굴하는 등 전문벤처사(하나벤처스)와 하나금융투자의 역할을 연계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과 11월 약 5000억 원과 7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각각 마무리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자기자본은 3조 2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위한 최소 자기자본 3조 원을 넘어선 수치다.
자기자본이 3조 원대에 진입한 하나금융투자는 금명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신청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신용공여 등 신규 사업 진출을 비롯 △레버리지 비율 △건전성 규제 완화 적용 등 영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하나금융투자는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자기자본이 3조299억원 정도로 하나금융과 비슷한 가운데 내년 IB 업무 다변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초대형 IB에 대응하기 위해 CIB(기업투자금용) 사업부문을 강화해왔다. 지난해부터 조직개편·계열사 협업 등 그룹 차원의 노력을 펼치며 CIB 부문을 키워왔다. CIB는 일반 상업은행(CB)과 IB를 합친 개념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7월 은행과 증권의 IB업무를 통합한 CIB사업부문을 지주·생명·캐피털까지 5개사가 함께하는 GIB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하나금융투자가 대형 IB로 올라서면서 이들의 CIB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B 경쟁과 맞물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양사 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CEO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와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의 연임이 이뤄질 경우 IB 부문 강화를 위한 행보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국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핵심 요인으로는 올해 이뤄진 1조 2000억 원 수준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꼽는다.
그는 특히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전년 대비 83.5% 끌어올려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달성한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가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IB 부문의 경우 올 3분기말 기준 1년 새 107%(708억 원) 급증한 1369억 원의 순영업이익(판관비 차감 전 이익)으로 전체 영업익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월평균 순영업이익은 152억원이다.
김형진 사장도 올해 3분기 4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증권계에는 CEO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19일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박정림 지주 WM총괄 부사장과 김성현 KB증권 IB총괄 부사장을 KB증권 각자 대표이사로 선정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후임엔 정일문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삼성증권도 장석훈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에서 공식 대표이사로 등판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및 조웅기 부회장(각자 대표이사),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 대표이사들의 경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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