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타면서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의 여파로 재고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서 4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한참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최근 국제 유가는 급격한 하강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배럴당 76.4달러까지 올랐던 텍사스산(WTI) 원유는 이달 들어 40% 이상 떨어진 45달러 선을 형성한 상태다.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역시 하락세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8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평균 가격(69.87달러) 대비 10달러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급락은 국내 정유업계에 악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뼈아프다. 사실상 비싸게 사서 싸게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체가 원유를 구입하게 되면 실제 판매는 2~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이뤄진다. 따라서 원유를 구매하던 시점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체는 미리 구입한 원유의 양만큼 재고손실을 보게 된다.
정유 4사 모두 재고평가손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업체별로 재고 보유량에 따라 1500억원에서 3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정유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정제마진 역시 급감이 불가피하다. 지난 8월 8달러대였던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절반 수준인 4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정유업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여파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2분기는 돼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현금흐름이 나빠진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이 생산 차질에 직면해 유가(WTI)가 배럴당 60달러를 재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서 2분기까지만 해도 낙관적으로 비춰지던 국내 정유4사의 올해 영업이익 총액 8조원 돌파는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정유 4사는 2016년과 지난해에 각각 7조8588억원, 7조747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가까워지는 시점부터 국제 유가 하락이 급속도로 진행돼 이 무렵부터 업황이 사실상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며 “유가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정유사들의 실적에 중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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