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난민 수용소들의 열악한 환경을 일깨운 ‘옥스팜’
[WIKI 인사이드]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난민 수용소들의 열악한 환경을 일깨운 ‘옥스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1.09 17:09
  • 수정 2019.04.03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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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고문 피해자들과 임산부, 그리고 보호자 없는 아동들이 비좁고 불결한 시설에 방치"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수용소. [인디펜던트 캡쳐]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수용소. [인디펜던트 제공]

수백 명의 고문 피해자들과 임산부, 그리고 보호자 없는 아동들이 그리스의 비좁고 불결한 난민수용소들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옥스팜(Oxfam)이 전 세계를 상대로 호소하고 있다.

‘옥스팜’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삶과 공정무역 거래, 의료와 교육을 돕는 단체다.

2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수용소에 대한 ‘옥스팜’의 현장조사 결과, 제왕절개 수술을 마친지 사흘 밖에 지나지 않은 산모들이 수용 시설의 텐트로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하고, 성폭행 피해자들과 다른 외상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다른 수용자들과 뒤섞여서 생활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난민수용소에서는 싸움이 끊이지 않고, 수용자들의 2/3가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열악한 처지의 수용자들은 과도한 수용 인원에 따른 불편을 가장 극심하게 여긴다고 ‘옥스팜’의 그리스 담당 책임자인 레나타 렌돈은 밝혔다.

“1년 중 상당 기간 동안 그리스 섬들에 퍼져있는 모리아와 그 밖의 EU 수용소들은 수용 인원의 배가 넘는 난민들을 수용해왔습니다. 그 결과 난민들은 운이 좋은 경우에는 비좁은 컨테이너에 간신히 끼여 들어가고, 운이 나쁜 사람들은 10명이 넘게 수용되기도 하는 급조된 텐트에서 생활해야합니다.”

레나타 렌돈은, 난민들이 식수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해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용소 생활 기간이 늘어나면서 난민들은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통역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들 때문에 난민들끼리 폭력이 자주 일어납니다.”

또, 난민들은 의료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레나타 렌돈은, ‘옥스팜’이 특별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난민들의 구체적 신원에 대해 조사를 할 때 이 열악한 의료 서비스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다고 밝혔다.

‘옥스팜’의 보고서는, 시급한 난민을 선별하고 보호해야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만성적인 관리 인원의 부족과 선별 절차의 결함 탓으로 돌렸다.

결과적으로 당장 절박한 난민들이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취급되어 내몰리면서 모리아에서의 수용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리아는 새로 난민 지위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등록하도록 유럽연합이 세운 수용소인데 적정 인원의 거의 두 배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리아 수용소는 위험할 정도로 수용 인원이 초과된 상태이며, 불결하고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못합니다. 이곳의 수용자들은 이미 중증의 외상성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일부는 정신병과 육체적 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레나타 렌돈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임명한 단 한 명의 수용소 의사만이 레스보스에서 수용자들을 선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레스보스에는 2018년 한 해만도 매달 2천명에 달하는 난민 요청자들이 새로 도착했다고, ‘옥스팜’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마저도 11월에 의사가 그만두었을 때는 의학적 선별 작업이 중지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당국이 절박한 처지의 난민들을 구별해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10대들과 고문 생존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특히 우려를 표명했다.

레나타 렌돈 “수용소에는 도착하자마자 순전히 국적으로만 분류되어서 즉각 수용되는 각각 28개국의 수용자들이 생활한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은 망명 요청 심사를 거치지도 못하고 그냥 수용 시설로 보내집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 번 시설에 수용되면 망명 심사를 다시 받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새로 도착한 사람들에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절차가 이미 수용된 사람들에게 돌아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는 “수용된 사람들은 다른 수많은 젊은 사람들과 비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며 “수용 당하는 경험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데, 특히 상처를 품고 있으면서도 인지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더 가혹한 고통을 주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수용소. [인디펜던트 제공]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수용소. [인디펜던트 제공]

28살의 카메룬 출신 망명 요청자는 심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국적에 의한 분류만으로 5개월이나 수용 생활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수용되기 전 아무도 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한 달간이나 심리전문가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하루에 컨테이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나머지 시간에는 각각 자신들의 문젯거리를 안고 있는 15명의 사람들과 비좁은 공간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이 되어 레스보스에 비가 많이 내리자 수용소들의 조건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일기예보는 다음 주에 기온이 하강하고 눈이 올 것을 알리고 있다.

‘옥스팜’은 그리스 정부와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더 많은 의사들과 심리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선별 시스템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절박한 난민들을 놓치지 않게 된다는게 렌돈의 주장이다.

‘옥스팜’은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정기적으로 그리스 본토로 이송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난민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은 책임을 나눠지는 더욱 공정한 안이 도출될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레나타 렌돈은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EU 국가들에게 망명 요청자들을 받아들이는 책임을 분담할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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