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귀족노조의 잔치 VS 4차산업 시대 '새로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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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성 기자
  • 승인 2019.01.16 09:21
  • 수정 2019.01.1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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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총파업에 여론 따갑지만...기술진화 이후 '구조조정 공포'는 다가올 현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에 여론은 차가운 반응이다.

2017년 기준 평균 연봉 9100만원에 달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을 볼모로 잡고 총파업을 벌인데 대해, 국민들은 '귀족노조의 잔치'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듯하다. 

1천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그들의 주장에 월 2백만원대의 봉급을 쪼개 자녀들과 살고 있는 중소기업 직원들이 공감을 할수 있을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8일 총파업에서 고객들이 느낀 불편함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상당수 KB국민은행 이용자들은 총파업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갈 정도였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설 직전인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고객의 불편함을 더욱 높이며, 그들의 요구를 관철할 입지를 더욱 높이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여론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지 KB국민은행의 사안을 넘어, 4사산업 시대에 직면한 금융권 전반, 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 있어 마주해야할 현실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8일 1차 총파업에서 KB국민은행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았던 주된 이유는 모바일·인터넷 및 자동화기기(ATM) 확대로 직적 은행 창구에서 대면해 금융서비스를 받는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비대면서비스는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삼성KPMG의 '금융산업, 4차 산업혁명과 만나다'에서는 입출금은 물론, 중개·보험·대출까지 시중은행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앞으로 비대면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통해 지급결제 수단이 간편화되고, 시간·장소·결제수단에 구애받지 않고 빠르고 간편한 결제가 이뤄질 전망이다. 

사실상 현재 은행원들의 업무 대부분이 기술진화에 의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해온 일을 대신할 주요 기술로는 데이터분석(D&A),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데이터분석의 경우 이를 활용해 금융산업의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며 이익을 극대화할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부각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금융연구원의 '제4차 산업혁명과 금융의 미래'에서도 송금·환전·지급결제 등 기존 금융시스템을 현금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 없는 사회'의 도래를 예상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수익은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금융산업의 일자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2025년경이면 은행원의 62.2%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 이전부터 은행원들은 구조조정 공포를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금융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동화설비, 스마트공장 등 4차산업이 더욱 성숙기에 들어설수록, 자동차·전자제품·철강·조선·부품 등 제조 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에 있어서도 기술이 인력을 대체해 가면서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점점 더 동력을 잃게 될 우려가 높다. 

평균 연봉 9천만원이 넘는 '귀족노조'라는 평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먼집에서 난 불'만은 아닌 셈이다.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총파업을 단행해도 "생산에는 차질이 없었다"는 사측의 발표를 접하게 될 시점은 먼 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들이 벌이고 있는 성과급 300%의 잔치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있어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민들에게 고금리를 적용한 이자수익, 즉 '예대마진'이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산업의 수익구조를 놓고 보면, 곱지 않은 시각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KB국민은행 노조와 경영진은 성과급 300%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다. 남은건 임금피크제, 페이밴드, 상담 전담창구 직원의 경력인정 문제 등 성과급 이외의 문제가 남았다. 정년과 연관된 임금피크제의 경우 오히려 인력의 구조조정 이슈와 관계가 더 깊다고 볼 수 있다. 

성과급 300% 관철을 확보한 1차 총파업에 대한 평가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잃은 것도 적지 않다"이다. 비대면거래가 확대되면서 인력감축과 점포 축소의 필요성이 직접 눈으로 실감할 수 있는 현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 연휴를 앞두고 고객 불편의 극대화를 염두하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부담도 높아졌다.

만일, 성과급 이슈를 순서상 뒤로 미뤘다면?

임금피크제 등 일자리에 대한 이슈를 강조한 총파업을 통해, 기술 진화에 따른 '사람이 설 자리의 위기'가 여실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알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즉, KB국민은행 직원들의 우려는 곧 모든 업종의 노동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공감대 형성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머지 않은 시점의 위기에 직면한 KB직원들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그들만의 잔치'라는 시각은 줄지 않았을까.   

goodnews75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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