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터뷰] "상법 개정안,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악법'... 기업 경영 극도로 위축 우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WIKI 인터뷰] "상법 개정안,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악법'... 기업 경영 극도로 위축 우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 유경아 기자
  • 승인 2019.01.21 20:02
  • 수정 2019.01.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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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위키리크스한국DB]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위키리크스한국DB]

“’경제민주화’ 법안은 회사로서는 그야말로 악몽입니다. 전 세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법’입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1일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경제민주화’ 법률로서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2월 국회 개회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안 법제화 등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은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되는 직격탄이지만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회사의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정치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도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집중투표제도’는 1주당 선임해야 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면 주주가 그 의결권을 1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매우 그럴 듯한 제도’라는 게 중론이다.

최 이사장은 “소액주주들이 뭉치면 그들의 대표 한 사람쯤은 이사회에 내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사회라는 것은 군대의 참모장교 회의나 같은 것이어서 고도의 전략전술 전문가가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것이지 무슨 지역구 대표들 모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이해집단을 대표하는 자들이 이사회에 모이면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일사불란한 행동이 불가능해지고 각자의 이익만 앞세우게 된다”면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는 정치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집중투표제도를 의무화 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 19개주 회사법이 이 제도를 채택했지만 2016년에 들어서면서 아리조나, 네브래스카, 노스 다코타, 사우스 다코타, 웨스트 버지니아 등 5개 주만 의무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하와이는 비상장사만 의무로 돼 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위키리크스한국DB]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 [위키리크스한국DB]

최 이사장은 “기업은 민주적 조직체가 아니다. CEO의 지휘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오케스트라”라면서 “미국에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주들이 경제력이 별로 없는 곳들이다. 일본은 1974년에 의무화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현재 정관에 맡기고 있는데 이를 굳이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 중 재계에서 꼽고 있는 또 다른 쟁점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선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해괴하다. 감사위원도 이사이기 때문에 이사를 모두 선임한 후 그 중에서 감사위원을 임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사 선임과 분리해 감사위원만을 별도로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고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를 하게 되면 틀림 없이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감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들을 감독할 수 있고, 회사의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될 경우 헤지펀드나 적대적 세력들도 회사에 그들의 대표를 감사위원으로 진출시켜 회사의 △배당률 상향조정 △자산매각 △자회사 기업공개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회사가 어느 정도 망가지면 ‘손을 털고’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 이사장은 “한국은 지난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니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도록 이미 멋진 고속도로를 개통시켰다”면서 “소액주주보호는 가짜 구호이고 결국 이익을 보는 자는 소액주주들이 아니라 금융자본가들이 된다. 세상에 이렇게 하는 나라는 아무 데도 없다”고 꼬집었다.

최 이사장은 '이중대표소송제도'와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역시 경영권에 심각한 침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대표소송은 모회사(자회사 주식 50% 이상을 초과 보유한 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자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소송의 종류다. 최 이사장은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 왜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자에 대해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이는 ‘법인격 독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모회사 주주에게만 이와 같은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소송할 필요가 있으면 그 자회사의 주주가 먼저 나설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일본 회사법은 최상위에 있는 최종모회사의 주주에게만, 또 자회사에 모회사 외에 다른 주주가 없는 경우(완전자회사)에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회사의 자산규모가 모회사 총자산의 5분의 1 이상인 중요한 자회사인 경우에만 인정될 뿐 외국 자회사에는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 판례도 자회사의 법인격이 없는 정도로 형식화(paper company)되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자투표는 투표 방식 문제인데 법률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간섭할 필요는 없다. 전자투표는 회사가 필요하면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성원미달로 총회가 성립되지 않을 조짐이 보이면 회사가 전자투표를 하든 위임장을 발송하든 알아서 하게 벼려두면 되는 것"이라며 "국가가 이런 것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법 개정안은 오는 2월 정기 국회 계류 법안 중 하나다. 재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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