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에 몸살 앓는 韓기업들…정당한 요구 or 차익 노린 꾼?
행동주의 펀드에 몸살 앓는 韓기업들…정당한 요구 or 차익 노린 꾼?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1.22 12:08
  • 수정 2019.01.23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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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한진빌딩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시름하고 있다.

주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에 괴롭힘을 많이 받았지만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나타나 기업들의 경영권을 압박하는 등 적극적은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헤지 펀드 중 최고 승률과 수익을 자랑하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목표로 삼았다. 엘리엇은 지난 4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도 제동을 걸었지만 실패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방해하며 무산 시킨 것도 사실상 엘리엇이 발단이었다.

최근에는 케이씨지아이(KCGI)라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가 한진그룹을 지분을 매입하며 적극적인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KCGI는 설립 한 달 만에 1600억원 규모의 blind fund를 조성해 투자 집행한 펀드로 project fund를 조성해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 외 3개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진칼의 지분 10.81%를 및 (주)하진의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들의 약점을 무기로 이용하듯 KCGI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 조양호 회장 일가의 도덕성 및 갑질 등의 행태를 빌미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대부분 명확하고 분명한 지표를 근거로 제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소액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요구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당시 엘리엇은 주주 친환경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칠 것을 주장하며 배당 실시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KCGI 역시 한진그룹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소액 주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글로벌 경쟁사들 대비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 등을 근거로 한진칼의 경영권 개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559% 수준으로 그나마 2016년 수준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유가 상승과 급격한 환율 변동 등에 의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 중국 국유항공사들의 약진과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단거리 노선 공략 등은 수익성 부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 KCGI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칼은 지배구조 등급에서 있어 4년 연속 C등급을 받았고, 오너 일가의 대한항공 실질적 소유권이 1.5%에 불과했음에도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KCGI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지배구조개선과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지배구조위원회의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준법경영 및 책임경영 실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투자방안 마련 ▲외부 전문기관 자문실행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KCGI 요구는 사실상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칼이 개선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의 높은 부채비율 문제는 해결돼야 할 문제다. 높은 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관리 소홀은 잠재된 위험 요소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주주로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인지는 의심해봐야 할 문제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은 친주주 정책을 요구하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마저 한진그룹을 첫 시험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민연금과 KCGI의 연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이 경영권에 압박을 가할 경우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KCGI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KCGI는 대한항공에는 비주력사업 투자 지양, 유휴자산 매각, 항공우주사업부 상장 등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며, “제안이 경영에 반영되면 올해부터 대한항공은 꾸준히 차입금을 줄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GI와 국민연금이 경영권 개입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단지 주주로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 한진그룹과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경우 한진그룹 역시 모든 수단을 이용해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로 간에 진의 파악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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