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판사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법관 인사 개입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등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는 약 47개의 범죄사실이 담겼으며, 검찰은 이를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나눠 공소장을 작성했다.
주요 내용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이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조사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들이 한 일이다,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측이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며 법정다툼을 예고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 역시 사법농단의 최고 결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거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달 내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을 가담 정도 등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계획이다.
재판 개입 및 청탁 의혹에 관련해 전 정부 인사들과 전·현직 국회의원들 역시 직권남용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검토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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