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애의 맛있는 컬처] 일본의 원조 '미식도시' 기타큐슈를 가다 上
[홍신애의 맛있는 컬처] 일본의 원조 '미식도시' 기타큐슈를 가다 上
  • 요리연구가 홍신애
  • 승인 2019.02.13 15:22
  • 수정 2019.02.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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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처럼 '진짜' 잘 먹는 여행"

기타큐슈는 북큐슈의 핵심지역이다. 예로부터 공업이 빠르게 발달해 부강한 지역이었으며 큐슈의 다른 지역보다 친절하고 정이 많으며 음식이 특히 발달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기타큐슈를 후쿠오카 여행시 잠시 다녀올만한 장소로 가볍게 여기기도하나 알고보면 먹을것 할것이 차고 넘친다. 항상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타큐슈는 다섯개의 도시가 합쳐져 만들어진 작은 나라(?) 이나 핵심지역은 성(캐슬) 이 있는 ‘고쿠라’ 와 작은 유럽의 소도시와 (약간만) 비슷한 ‘모지코 레트로’ 가 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주로 50~150년씩 된 오랜 가게들이 줄을 지어 있는 고쿠라역 주위의 식당들을 둘러보고 기타큐슈의 전통음식이 있는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 가서 하카타역으로 이동 후 다시 하카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15분만 가면 고쿠라역이다. 기타큐슈까지 직항 비행기도 있으니 비교적 가기쉬운 도시이기도 하다.

고쿠라역 근처에 대부분의 호텔들이 몰려있고 가격도 후쿠오카에 비해 저렴하다. 얼마 전 고쿠라역은 일본 사람들에게 토요타 자동차 광고를 찍었던 현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야구경기를 테마로 고쿠라역의 곳곳이 경기장으로 둔갑하는 장면에 신세대 일본인들은 고쿠라에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구세대 사람들에게는 ‘은하철도999’ 의 고향으로 알려져있어 모든 세대의 관심을 아우르는 장소가 됐다.

2차 세계대전의 치열한 전쟁터였고 또 풍부한 자원으로 인해 내란이 끊이지 않았던 장소 또한 고쿠라. 이런 내외부적인 자극이 많았던 탓인지 음식문화를 선도하는 유행 제조기이기도 했다. 일본 최초의 아케이드가 바로 이 우오마치상점거리 안쪽에서 탄생했고 현재도 그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실제로 그 최초의 아케이드 안에 있는 중화 요리점과 돈까스집, 스시집들이 다 맛있기도 하다. ‘고궁’이라고 부산을 기점으로 한 삼계탕집도 이 원조 아케이드 안에 위치한다. 

각종 카페와 선술집 문화를 제일 먼저 만들고 유행시킨것도 바로 이 고쿠라. 이렇게 갈곳이 많은 고쿠라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아직까지 한국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몇 군데를 추려보기로한다.

사사야 오뎅 포장마차
사사야 오뎅 포장마차

◇ 사사야 오뎅 포장마차 

고쿠라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게 바로 오뎅이다. 오뎅은 커다란 가마솥같은 냄비에 닭고기, 소힘줄, 돼지부산물 등 육류에서부터 고사리나물, 각종버섯류와 연근, 우엉등 다채로운 것들을 꼬치에 끼워 육수에 담가 끓여먹는 요리를 뜻한다. 어묵도 꼬치에 끼워 담궈져있으나 오뎅 이라는 요리의 주 재료는 어묵이 아니다.

이 부분이 한국의 ‘오뎅’과 다른점이다. 한국에서는 어묵탕을 가리켜 오뎅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재료차이에 따른 맛에도 큰 차이가 있다. 사사야오뎅 포장마차는 원래 탄가시장 옆에서 40년간 영업했었으나 손님이 너무 많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현재의 탄가시장과 고가네시장의 사이에 자리잡고 6년정도 영업을 계속해오고있다. 사실은 독점에 대한 우려였던 것 같다.

이 집은 포장마차이지만 술을 안판다. 대신 1인당 맥주 1-2캔 정도 가져와서 같이 마시는것은 괜찮고 사장님의 기분에 따라 와인이나 위스키 반 병 정도가 허용되기도 한다.

필자가 여기서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는 고사리, 우엉, 문어다리, 그리고 두부만두 등이다. 사실 여기서는 50여가지의 재료중 맘에 드는것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다 성공이다.

어묵도 여러가지가 들어있는데 우엉어묵(고보텐) 과 동그란 생선어묵 (마루텐) 을 추천한다. 이 집의 보석같은 메뉴 중 하나는 바로 밥알 찹쌀떡인 ‘오하기’. 

이 오하기는 꼭 맛보자! 팥이 겉을 싸고있는 형태의 첩썰떡인데 고쿠라 지역의 명물이기도 하다. 쌀을 완전히 찧지않고 모양을 살려 만든 팥찰떡에 단무지를 얹어서 뜨끈하게 건져올린 오뎅냄비의 채소와 곁들이는 맛은 말 그대로 천국이 따로없다. 

◇ 코게츠도 본점 (쿠시만쥬), 츠지리 차호 (말차) , 맛츠 (킷샤. 일본 옛날식 다방)

일본 사람들에게 우리의 새우깡 노래만큼 유명한 광고노래가 바로 이 코게츠도의 밤만쥬(쿠시만쥬) 노래라고 한다.

쿠시만쥬
쿠시만쥬

실제로 이 밤만쥬는 노래가 유명한만큼 일본 전역에서 배달시켜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속 안에 달콤한 팥앙금과 조린밤을 다져놓은것이 노랗게 자리잡고 있는게 매력적이다.

보통 이런 앙금과자를 먹으면 뒷맛이 쓰거나 텁텁한데 이 밤만쥬는 깔끔하게 똑 떨어져 계속 먹고 싶은 맛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관광객들 중에 코게츠도에 가서 팥빙수나 다른 디저트류만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디저트들은 이 밤만쥬의 감동에 훨씬 못미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밤만주 강추! 단과자여서 비교적 유통기한도 길고 하니 고쿠라 기념품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1개에 100엔이니 말이다.

녹차를 마시면서 잠시 여유를 갖고 싶다면 츠지리 차호를 추천한다. 겉보기엔 작고 허름한 가게처럼 보이지만 차를 주문하고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작은 정원까지 딸린 쾌적한 장소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 가게는 메이지시대 28년부터 영업해 온 오래된 집이다. 말차의 맛은 정말, 정말 좋았다.

외관은 명동 한복판의 노점상처럼 생긴곳에서 이런 퀄리티의 차를 내놓으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기쁘게 얻어걸린(?) 횡재같은 찻집이었다.

고쿠라 인근에서 재배하는 질 좋은 차도 여러가지 판매하고 있고 각종 차과자와 도구들도 즐비하니 차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추천하고싶다.

마지막으로 '맛츠'라고하는 다방을 꼭 소개하고 싶다. 오래된 동네에는 다 있는 흡연 가능한 찻집이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나이가 지긋하며 무표정으로 턱턱 내어주는 커피마다 맛있다!

60년이나 된 찻집이니만큼 오픈당시부터 사용해오던 온갖 빈티지한 찻잔과 재털이등을 구경할 수 있다. 담배 연기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이런 옛스런 분위기의 다방에서 다방퀄리티가 아닌 진짜 커피를 대면했다. 근처에서 술 마신 손님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어서 밤 늦게까지 운영하니 부담없이 들러보자. 

탄가시장 대학당
탄가시장 대학당

◇ 탄가시장 (스탠딩바, 쌀가게, 대학당, 고래고기) 

필자는 전세계 어느 지역을 가나 재래시장 구경이 제일이다. 탄가시장은 ‘고쿠라의 부엌’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실로 대단히 볼게많은 곳이다.

얼마 전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탄가시장의 대학당 (다이가쿠도) 를 후쿠오카여행의 곁다리로 소개한적이 있어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볼 게 많다.

방송에 나왔던것처럼 시장 곳곳에서 반찬이 될만한 것들을 사다가 다이카쿠도에 가져가서 밥과 국을 시켜 같이 먹어도 좋지만 시장안에있는 쌀가게로 가서 지라시스시를 사서 반찬과 먹어도 좋다. 고래고기를 부위별로 파는 곳도 있고 기타큐슈 전통 음식인 쌀겨발효 채소장아찌(누카즈께), 닭고기 꼬치 등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것은 일본 최초의 스텐딩 술집인 아카카베인데 빈티지 그룻들과 포스터, 시계 등 역사 속 증거물들이 가득하다. 여기서는 서서먹는 따뜻한 사케와 찹쌀떡이 들어있는 유부주머니, 그리고 장아찌류들을 시도했었는데 모두 맛있었다.

그 맛의 절반은 옛스러운 분위기에서 나왔을거라 확신한다. 아카카베 이후 일본에서는 서서먹는 술집이 유행하고 ‘가쿠우치’라는 서서먹는 술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시로야 베이커리
시로야 베이커리

◇ 시로야, 토라야 베이커리

일본은 빵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시로야는 이런 일본의 빵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 지금처럼 부드럽기만 한 빵이 아닌 약간 거친둣한 반죽에 연유가 들어있는 연유빵과 같은 빵에 흑임자 크림이 들어있는 고전적 스타일의 빵을 꼭 맛보자.

빵은 오후 6~7시정도면 다 팔리고 없으니 서둘러 들러보기를 권한다.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토라야 배이커리의 튀김빵들을 맛볼 수 있는데 토라야의 영업시간은 오전 5시부터 빵 소진시까지. 그런데 오전 9시면 빵이 다 팔려 문을 닫는다. 그러니 궁금하면 새벽에 서둘러 들러볼것! 

下편에 계속.

[글·사진=요리연구가 홍신애]

yooka@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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