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조선업 생태계 변화 방향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조선업 생태계 변화 방향은?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2.13 15:13
  • 수정 2019.02.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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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아닌 인수 방식 선택, 업계 내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없을 듯
수주영업 및 구매 방식 등 통합으로 소폭 변화부터 시작 가능성 커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조선업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거대공룡 기업의 탄생 후 조선업 생태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측은 인수일 뿐 합병이 아닌 만큼 서로 간에 독립 법인으로 운영할 뜻을 밝혔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 등 각 사의 직원들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합병이 아닌 단순 인수의 경우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으며 한국 조선업 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보인다”며 회의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의 변화는 사실 업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경쟁을 줄이고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완전 독립 체제로 운영될 경우 현재 빅3 체제와 크게 달라질 부분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현재 현대중공업이 취하고 있는 영업 방식과 구매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3개사로 이뤄져 있다. 이 체제에 대우조선해양이 포함되는 양상인데, 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의 수주영업은 현대중공업이 하고 있다.

만약 현 체제와 같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영업에 현대중공업이 관여하게 될 경우 업계 내에선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선주사의 발주 시 각종 수주영업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중복 참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현대중공업에게 수주영업이 넘어갈 경우 납기 체제에 맞춰 대우조선해양에 일부 물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변화도 가능하다.

업계 내에서는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위반 소지에 대한 해석이 필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수주영업을 현대중공업에서 일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통합 구매 체계 역시 변화 가능성이 높다. 조선통합법인지주에서 통합 구매에 나설 경우 구매 파워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매 물량에 따라 물량 할인을 받는 등 차별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이 일부 조직만 통합 운영을 해도 중복 인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현재 노조 등 내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추가적인 구조조정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영업조직이나 구매조직 등 최소한의 변화도 없을 경우 사실상 인수와 관련된 시너지 효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일부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다만 경쟁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강점은 LNG운반선 등 선박 부문의 경쟁력에 있다. 빅3 조선업체들이 고루 수주를 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력 차이라기보다 납기 기한에 따라 배분되는 경향이 크다.

선주사들은 발주 전에 용선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때 어느 시기, 어느 항로에 선박이 투입될지 결정된다. 따라서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업체에 우선적으로 발주를 하게 되는데 국내 조선업체들의 생산능력으로 모든 수주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빅3 업체들이 고르게 수주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거대 조선사 탄생에 거는 기대는 따로 있다. 선주사 및 후판 등 원자재 업체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거대 조선사가 생기면 고객사들과의 협상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선주사들과의 협상력 강화로 선가 인상을 기대할 수 있고, 구매 파워 증대로 후판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내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다만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업황 개선이 기대되지만 반대의 경우 전사적 원가절감을 위해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이 업계 내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과 부채율 감소, 시황 개선 등을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적기로 판단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작고 단단한 회사 만들기’를 기조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업체들의 기로에 선 선택은 결국 향후 실적에 따라 갈릴 공산이 커졌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빅2 체제에 대한 필요성은 업계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던 해묵은 사안이다”면서도 “현재의 인수 방식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영업 방식이나 구매 방식의 소폭 변화를 우선적으로 통합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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