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르노삼성 노사, 미래 성장과 국민 걱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WIKI 수첩] 르노삼성 노사, 미래 성장과 국민 걱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2.18 15:08
  • 수정 2019.02.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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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북미 수출형 닛산 로그 생산이 5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르노삼성차]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북미 수출형 닛산 로그 생산이 지난해 가을 5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르노삼성차]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 판매는 썩 늘어나지 않는데 본사와 부산공장 노사 간 대립으로 수개월간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생산물량을 늘려가며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동차 공장으로 이름을 높였던 르노삼성차의 부산공장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파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현재까지만 해도 34차례 128시간의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르노 본사에서는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로그 후속물량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은 연간 2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로그다. 하지만 닛산의 로그는 9월 생산 계약이 만료된다. 더구나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와 신차 배정 여부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각) 도털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입 자동차 안보 위협 여부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포함될 경우 사실상 물량 배정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공장의 원가경쟁력 확보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직접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번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는 90일 이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게 되는데, 90일 시한이 끝나는 5월 18일까지 각국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 기간 조속히 노사 간 갈등을 마무리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노사 간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과거 쌓였던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데 성공하며 홀로서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쌍용차의 최근 호실적을 단순히 노사 간 갈등 봉합에 따른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노사 간 갈등 이후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함께 실적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역시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적 악화라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차 모두 내수 부진으로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르노삼성차에 닛산의 신규 물량 배정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해외 곳곳에 자동차 공장을 추가로 세우면서도 국내에는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다. 한국지엠도 군산공장 폐쇄와 더불어 신차 배정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국내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것도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은 닛산으로부터 생산을 위탁받는 등 1개 공장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고비용이라는 문제에서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러한 국내 완성차들의 문제는 결국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 노조에는 그러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연봉이 일본과 유럽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 업체들에 10% 이상 길다. 결국 매출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해외 업체에 비해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두 배 이상 높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결국 자동차 업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경쟁업체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러한 경쟁력 차이는 노사 간 갈등 여부에 따라 극명히 갈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사 간 관계가 좋은 도요타 사례를 보면, 도요타 노조는 지난해까지 56년째 무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려웠을 때는 자진해서 임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노조는 본사가 신차 배정에 대한 엄중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파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런 행위가 회사 미래 성장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과연 용납 받을 일인지는 다르게 평가할 부분이다. 한 발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을 보인다면 신차 배정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르노삼성차의 부산공장 인력은 2300여 명이다. 신차 배정을 못 받는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다시 파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급한 불부터 끄고 서로 한 발 물러서 대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조 문제는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를 비롯해 일반 국민들까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근로자의 욕심만을 채우기보다 산업 전반에 걸쳐 업계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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