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공정거래법을 선진화 하려면 규제의 목표를 '집중의 방지'에서 '남용의 방지'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업법연구소 주최로 열린 '2019 글로벌 스탠다드로 본 대한민국의 기업정책' 포럼에서 '한국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한계와 선진화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경제력집중 방지를 별도의 목표로 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해 출자, 소유·지배구조, 계열거래 등에 관해 다양한 규제시책을 펼쳐왔다"며 "'경제력 남용'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것은 선진 법제에는 없는 한국식 예외주의(Korea Exceptionalism)"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1980년 12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처음 제정했다.
작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60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의 32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관리·규제하고 있다.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여기에 더해서 부채비율, 출자단계·방향, 자·손자회사 지분율등에 관해 추가 규제를 받는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전부 개정을 추진하며 법 제도를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작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개정안은 △자산총액이 GDP의 0.5%를 넘는 기업집단에 대해 계열거래의 원칙 금지 범위 확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등 경제력집중 규제를 한층 강화하며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식 예외주의 규제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제력의 집중을 막겠다고 사전 규제하는 것과 경제력의 남용을 규제하는 것은 다른 사안로 한국식 예외주의를 멈춰야 하는 이유는 많다"고 강조했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경제력집중 규제는 국가간 제도경쟁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globally incompatible institution)로서 한국 대기업만 구속하는 자승자박(自繩自縛) 규제"라며 "하나의 수단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정책의 최적 조합(optimal mix of policies)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또 경제력 집중 규제는 경쟁 촉진의 정책 목표와 상충되는 문제를 유발하고 효율성 동기와 독점화 동기를 따지지 않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불합리하다"며 "규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 중견·대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성장을 꺼리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황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력의 남용 방지’ 원칙과도 상충되는 문제도 있다"며 "한국식 예외주의로 상징되는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 규제는 국가 간 제도경쟁시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효율성과 공정성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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