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한화 폭발사고 후유증 장기화…한국 방위산업 위상 하락 우려
[WIKI 수첩] 한화 폭발사고 후유증 장기화…한국 방위산업 위상 하락 우려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3.21 18:41
  • 수정 2019.03.2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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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사고 유족을 찾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폭발사고 유족을 찾은 금춘수 한화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화의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방위산업계에서 한국 기업 위상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 공장의 폭발 사고는 지난해 5월에 이어 1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 또다시 발생하면서 그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철저한 원인규명은 물론 안전 문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폭발 사고는 로켓 추진체의 연료 폭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폭발 사고 특성상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폭발 사고는 한화 입장에서 여러모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폭발 사고 시 첫 사고여도 40일 가까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제재를 받게 되는데, 이번의 경우 같은 공장에서 두 번째 일어난 폭발사고여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 가동 중단 제재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명 사고인 만큼 철저한 원인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폭발 사고의 경우 대부분의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한화가 입게 될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조업 특성상 가동 중단은 치명적인 손실이 뒤따른다. 제조업은 고정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가동률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화는 물론 경찰, 방위사업청 등 7~8개 기관에서 원인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규명이 자칫 늦어지게 될 경우 전 세계 방위 산업에서의 한국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한화의 경영실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게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방위 산업의 경우 '지체상금'(compensation of deferment)이라는 제도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이번 대전공장 가동 중단은 해외 고객은 물론 정부의 지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체상금이란 계약 이행이 늦어질 경우 개발업체에 물리는 일종의 벌금이다. 국내 방산 발주 주체가 주로 정부와 군이다 보니 사실상 갑과 을의 계약 형태가 성립될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계약 때 대부분은 지체상금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와 기관에서 개발 후 첫 양산 제품부터 최고 성능의 완벽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체상금은 방산업체들에게 징벌적 개념으로 적용되고 있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방위사업청의 경우 하루에 계약액의 0.075%만큼 업체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국내와 달리 진화적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개발 당시 본 성능의 80% 수준에 이른다면 어느 정도 용인을 해준다는 뜻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양산되기까지 순차적으로 완벽을 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높은 수준의 성능요구에도 불구하고 첫 제품부터 완벽을 강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요건을 채우지 못해 지체상금에 시달리고 있다.

방산 부문 특성상 해외 업체들과의 계약 조건이나 국내 및 수출 점유율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당 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한화의 폭발 사고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 장기화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 국가 신뢰도까지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많은 방산업체들이 지체상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K2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1700억원)과 군함·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1000억원), 총기 제작업체 S&T모티브(1000억원), 최근 군 통신장비 TMMR을 개발한 LIG넥스원(667억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이 대부분 지체상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생산원가를 방사청에 신고하는 것은 물론, 단순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문제도 원청업체인 방산업체들이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화 대전공장 가동중단이 불러올 손실은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사고인 만큼 가동중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화가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지만, 손실이 워낙 큰 만큼 무인 자동 설비에 대한 도입 의견은 앞으로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화 대전공장은 가동이 중단됐지만 노동자들은 유급 휴가로 처리돼 사측에서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인명사고로 이어진 사건인 만큼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빠른 원인규명이 이뤄져 개선책이 나와야 하겠지만 방산업계 특성상 이마저 쉽지 않으니, 한화로서는 빠른 해결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방산업체 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과 더불어 피해자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방산 업체들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개선책 역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높은 지체상금으로 인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개발도 폭발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줘야 할 방위 산업에서 유일한 발주처로서 ‘갑’질을 행한다면, 이는 국가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사고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방산 산업은 결국 국가와 기업체의 협력에 의해 발전하는 것인 만큼, 적절한 협력 관계가 형성될 때 수준 높은 제품이 개발될 수 있다. 아울러 사고 재발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여지가 있다. 정부의 높은 ROC(작전성능 요구)와 과도한 지체상금 제도가 이러한 폭발 사고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책임을 100% 기업에만 지울 것인지에 대해 정부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방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화 대전 폭발사고는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철저한 원인규명 - 후가동'이라는 방향을 택할 경우 공장가동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원인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히면 세부적으로 재발방지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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