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전자-LG하우시스 '수상한 커넥션'...철강업체들 "공정위 철저한 조사" 한목소리
[단독] LG전자-LG하우시스 '수상한 커넥션'...철강업체들 "공정위 철저한 조사" 한목소리
  • 문수호 기자
  • 최초작성 2019.03.26 13:07
  • 최종수정 2019.04.18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하우시스, LG전자 공급 필름 철강업체에게 임가공 강요
LG하우시스, LG전자 등 철강업계 공급 물량 자사 매출로 ‘꿀꺽’ 갑질
지난해부터 LG전자 원가절감에 LG전자 공급 물량 직납 체계로 바뀌어
민경집 LG하우시스 사장 정도경영 실행 의지 있나...철강업계 불만 증폭
사진은 필름이 적용된 가전제품들(오른쪽 상단은 LG하우시스 민경집 대표).

LG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LG전자가 LG하우시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LG하우시스는 납품업체들에 갑질을 일삼았던 정황이 포착됐다. 공정위가 이번 기회에 LG전자와 LG하우시스의 수상한 커넥션은 물론 LG하우시스의 철강업계에 대한 '갑질'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LG가 그룹 차원에서 공정거래 및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민경집 LG하우시스 대표도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협력회사의 고충을 '나 몰라라' 하는 경영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불만이 상당히 큰 상황이다.  

LG전자의 LG하우시스 일감 몰아주기에는 철강업체들이 이용됐다. LG전자는 철강업체들로부터 가전용 강판(철판)을 공급받을 때, LG하우시스 필름이 적용된 강판들만 허용한 적이 있다. 즉 LG하우시스 필름이 사용되지 않은 강판은 한때 LG전자에 납품이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보통 냉장고나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들은 강판으로 만드는 데 표면에 필름을 코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급제품일수록 필름을 코팅한 강판이 사용되는데, 이렇게 강판 표면 필름을 코팅한 제품을 라미네이트 강판 혹은 VCM 강판이라고 한다. 이러한 VCM 강판은 주로 철강업계 내 표면처리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 특히 컬러강판 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LG전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LG하우시스 필름을 사용해야만 했다.

여기에 철강업체들이 고통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LG전자와 LG하우시스의 이 같은 유착관계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폐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철강업체들이 가전사에 공급하는 VCM 강판 매출을 자사 매출로 잡고 있다. 즉 철강업체들은 LG하우시스 필름을 강제적으로 사용하면서 제품 판매에 대한 임가공 수수료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가전사들이 LG하우시스 필름을 등록하면 반드시 그 제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갑질을 행사한 것이다.

LG하우시스는 필름을 공급해주는 역할만 하고 실제 VCM 강판을 생산하는 기술과 설비는 모두 철강업체들이 갖고 있지만, 생산된 최종 제품은 LG하우시스 이름으로 판매가 된다. LG하우시스는 이 조건이 아니면 철강업체에 필름을 공급해주지 않는다. LG하우시스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불량이나 수율 문제 등 클레임은 모두 철강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부당함도 있다.

결국 LG전자에 공급을 원하면 LG하우시스 필름을 써야 하고, LG하우시스로부터 필름을 공급받고 싶으면 자사 생산 제품의 매출을 LG하우시스에 넘겨야 한다. 이 같은 불합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LG전자로부터 물량을 수주받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식은 OEM(주문자상표 부착) 방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LG하우시스가 철강 관련 시설과 노하우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출을 강탈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같은 형태의 제품 공급을 하고 있는 철강업체들은 삼양스틸과 비엔스틸라 등이 있는데, 동국제강이나 포스코강판 등 주요 컬러강판 생산업체들조차 LG하우시스 필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전사 납품이 사실상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의 경우 철강업계 규모로는 3위 업체다. 럭스틸이나 앱스틸과 같은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LG하우시스의 임가공 판매를 거부한 적이 있는데, 결국 LG전자 공급물량이 빠진 사례가 있다. 동국제강은 이후 한화L&C 등과 필름을 공동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는 동국제강의 기술력과 물량 때문에 LG하우시스 측에서도 동국제강에는 필름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견 컬러강판 업체들의 경우 임가공 방식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LG하우시스 필름 고집은 사실상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 디씨엠이나 한화L&C 등 필름에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도 있지만, LG전자는 이들 업체의 필름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필름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도 철강업체들에겐 선택권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행태의 공급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왔다.

LG하우시스의 필름이 경쟁사 대비 다양한 패턴 등 품질이 좋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필름 업체에서 철강업체들과 공동개발을 통해 더 뛰어난 수준의 필름을 만들더라도 LG전자에서 이를 승인해주지 않으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 측에서 LG하우시스 필름이 너무 비싸 철강업체들에게 직납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를 거쳐 임가공 형태로 들어가면 중간마진이 붙기 때문에 공급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해부터 LG전자 공급 물량은 임가공이 아닌 직납 형태로 전환됐다. 또 LG하우시스 필름 외에도 품질이 좋은 경우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가공 형태의 공급도 남아 있다. 중견 업체들의 경우 LG전자 외 가전사에 공급하고 있는 VCM 강판을 여전히 임가공 형태로 납품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LG하우시스 강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LG하우시스로부터 임가공을 하고 있는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LG전자가 원가절감을 이유로 직납으로 바뀌면서 임가공 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LG전자 외 다른 부문에 공급하는 제품은 임가공 체제를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측에서는 LG전자가 원가절감에 집중하다 보니 이제는 LG하우시스의 임가공 체계도 깨뜨리고, 품질만 괜찮으면 다른 업체의 필름도 채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변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설명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철강제품 1톤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만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러한 매출을 다른 업체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고, 자사 제품의 브랜드마저 강탈당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가전사가 LG하우시스 필름을 승인하면 반드시 그 필름을 사용해야 하는데 LG하우시스에서 매출 확대를 위해 철강업체들에게 임가공 판매를 강요한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공정위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위법 여부는 여러 사항들과 조건들을 다 검토해봐야 하는 문제라 간단히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부당지원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시장실태, 시장구조 등을 따져봐야 하고 부당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LG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에서 부당지원 여부를 놓고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철강업계 내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의 경우 공장가동률을 확보해야하는 만큼, LG하우시스의 강압적인 영업행태를 뿌리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공정위에서 LG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직권조사에 나선 만큼, 과거든 현재든 계열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심판도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하우시스 측은 "LG하우시스의 VCM필름은 사업부문이 글로벌 1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어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가전사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며 "필름공급은 철강업체들과의 협의하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msh14@wikileaks-kr.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