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우선주의' 속 韓 병력감축... "현명하지 않아"
'美 자국 우선주의' 속 韓 병력감축... "현명하지 않아"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4.02 17:34
  • 수정 2019.04.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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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 "美 셰일혁명으로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
"韓, 中ㆍ日 사이에서 ‘전략적 파탄’ 피해야"
크라파로타 美 태평양해병부대사령관 "韓해병대, 태평양국과의 훈련 참가 환영"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1부[위키리크스한국]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1부[위키리크스한국]

미국이 셰일혁명의 성공으로 국제정치에 개입할 동인을 잃고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전략포럼 대표인 이춘근 박사는 2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새로운 70년을 준비하는 해병대’를 주제로 열린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해 “미국의 보호하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한국의 지리적 여건이 다시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한미동맹이 종식된다면 중국과 일본이 각각 이어도와 독도에 대해 어떤 행동을 벌일지 생각해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美, 셰일혁명으로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韓 지리적 여건 부각

이날 이 박사는 “뭍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중국과 바다에서 한국보다 월등히 뛰어난 상대인 일본 사이에 끼어 있다”며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이 신간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한국의 지리적 여건을 묘사한 구절을 소개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따라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국제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던 이유인 석유와 테러리즘 문제가 에너지 혁명으로 해소됐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수립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설파하고 평화와 번영을 지탱해왔다. 그렇게 하는 편이 당시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정글’ 같은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미국이 ‘정원사’를 자처하며 형성한 국제질서에 독일, 일본, 한국, 대만 등이 적극적으로 편승해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안전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2015년 중반 무렵 미국이 셰일혁명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 박사는 “셰일 석유와 가스의 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뤄져 미국은 에너지 독립국이 됐다”며 “2021년 1분기에는 사우디를 능가하는 석유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저명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저서 ‘정글이 되돌아오고 있다(The Jungle Grows Back: America and Our Imperiled Order)’에서 "국제정치란 본시 정글이었는데 미국에 의해 정원으로 가꿔졌던 지난 70여 년 동안의 국제정치가 다시 본연의 모습인 정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는 이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국가이익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에 대해 과감히 손을 떼는 미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철군할 것을 지시했고, 미국 의회는 예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지하는 데 동의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미국의 힘이 예전처럼 막강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패권국 역할을 담당하기 힘들게 됐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더는 과거의 국제적 개입정책을 유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력이 막강해졌다”며 셰일혁명에 주목했다.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력의 상대적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 경제의 20~25%를 차지하는데, 그 비중은 1975년 이후 지금까지 거의 변동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도 미국의 국방비로 약 7,500억 달러 정도를 책정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5%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中ㆍ日 사이에서 ‘전략적 파탄’에 직면한 韓의 선택은?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만큼 성장하든, 성장하지 못하든 한국은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 모두를 적국으로 삼는 ‘전략적 파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박사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분석을 소개하며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만큼 강한 나라로 부상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수할 것"이라며 "그 경우 중국은 한국에게는 지속적으로 막강한 이웃이므로 한국이 국가안보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국가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일본 두 나라 중 좀 더 강한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은 독재국가이기도 하므로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삼는 것이 국제정치학 이론상 맞다"면서도 "우리나라 국민정서상 일본과 연합한다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일본과의 문제는 그동안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라는 구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이 통일을 이룩한 이후에도 한일관계가 적대관계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 동맹이 유지되고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지속하는 일”이라고 제안했다.

▷‘갑자기 다가올 미래’인 뭍과 물에서의 위협

이 박사는 “한국의 해병대는 물론 한국군의 병력 규모를 감축하는 것은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박사가 지적하는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는 △종말을 앞둔 북한의 단말마적 도발, △중국의 군사력 증강, △일본의 보통국가화 등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개방개혁을 추진하는 것 모두 김정은 체제가 당해낼 수 없는 위협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 과정(북한의 종말)에서 김정은이 단말마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단말마적인 도발을 사전에 막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나, 만약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한다면 국군의 가장 막강한 전투력인 해병대가 북한의 도발을 단시간 내에 제압할 능력을 갖추고 대비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미칠 안보위협의 정도는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우려했다. 통일 이후에도 양국은 강대국의 반열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며, 중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선 길이가 257km에서 1,600km 이상으로 확대되고, 북쪽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일본을 향한 군사력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의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진입해 영해에 근접 비행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이 박사는 “한미 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무시하는 판국인데 혹시 통일한국의 한미관계가 지금보다 약화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중국은 한국에 대해 마치 청나라가 조선을 향해 종주권을 행사했던 것 같은 상황을 만들려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중국의 군사비는 매년 두 자리 수로 늘어났다. 또한, 중국은 서해(중국명 황해)를 내해처럼 여기고 남해 9단선을 설정해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며 동남아시아 모든 나라와 영토분쟁을 별이고 있다. 계속되는 중국의 부상이 우려되는 이유다.

또한, 이 박사는 또 일본이 보통국가화를 지향하며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해석까지 변경해가며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온 행보에도 주목하며 “아직 정식 군사력의 이름을 가지지 못한 일본 자위대가 수륙양용작전을 전담하는 수륙기동단을 창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주변해역의 방위와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호위함부대의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잠수함부대와 고정익 초계기부대의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전시에 대비해 통합사령부를 창설해 육상, 해상, 항공자위대를 통합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군 조직을 개편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력 감축은 현명한 방법 아냐”… “태평양국과의 훈련에 韓해병대 참여 권장”

이 박사는 “통일 한국은 바다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며 "한국 해병대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한민국 해병대 병력이 한국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도 기준 4.8%에 불과한데, 한국 해병대의 병력은 해군 병력의 74.4%에 이른다. 반면, 미국 해병대는 총 미군 병력의 13.9%였으며, 미 육군의 39.5%, 미 해군의 56.4%에 이른다.

이 박사는 “한국군은 소수의 해군과 공군이 압도적인 규모의 육군에 보조적인 성격을 가진 군사력처럼 돼 있는 구조다. 북한과의 대결구조로 인해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됐다”며 통일한국의 해병대 병력이 전체병력의 약 10%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은 환영사를 통해 “지금 한반도 주변정세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반도 주변국들은 정치·역사·영토 문제로 복잡한 역학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런 안보환경에서 우리 해병대는 신속기동부대 운용과 전략도서 방위개념을 발전시키는 등 역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2부[위키리크스한국]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2부[위키리크스한국]

또한, 이날 미 태평양해병부대사령관 루이 크라파로타 중장은 “지난달 4대의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4대의 CH-53 헬기, 4대의 신형 코브라 헬기, 2대의 신형 휴이 헬기 등 14대의 항공기를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전개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고유의 상륙작전 수행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한ㆍ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KMEP를 강조하며, 호주와의 탈리스만세이버 훈련, 필리핀에서의 상륙훈련, 스리랑카 해병대와의 훈련 등 태평양 국가들과의 훈련에 한국 해병대가 참가할 것을 권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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