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인정한 '낙태 자기결정권' 한도는?
헌재가 인정한 '낙태 자기결정권' 한도는?
  • 김서진 기자
  • 승인 2019.04.11 15:11
  • 수정 2019.04.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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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1일 오후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기간은 임신 22주 내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허용 기간은 입법 과제로 남아있다. 

헌재는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현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는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며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헌재의 낙태죄 처벌 합헌 결정이 7년 만에 뒤집히고,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폐지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날 헌재는 지난 2017년 2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헌법불합치 4, 위헌 3, 합헌 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하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면적으로는 허용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간 안에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을 폐지된다.

현재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 역시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할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사후 조치를 종합해 투입하는 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효적인 수단"며 "형벌 여부가 낙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실제 형사처벌 사례도 매우 드물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 정당화사유는 학업·직장 지장, 소득 불안정, 이미 자녀가 있어 더이상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경우,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상대 남성과 교제 지속 계획이 없는 경우, 남성의 낙태 종용, 사실상 혼인이 파탄된 상태에서 배우자 아이를 임신한 경우, 미성년자의 원치않는 임신 등을 포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의 하나로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으로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낙태죄 관련 재심 가능 여부는 이후 사건을 접수하면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날 자사고·일반고의 ‘동시 선발’은 '합헌'이라며,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현 신입생 선발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위키리크스한국=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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