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내부거래액 42% 줄어도 매출 23%↑
"고부가가치 위주의 사업 다각화로 미래 준비 순항"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반 토막 소식에도 그룹 내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 의존도 축소와 고부가가치 위주 사업 구조 재편으로 미래 사업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15년 53.2%에 달하던 삼성전자 등 특수 관계 기업과의 거래율을 지난해 44.4%까지 줄였다. 금액 규모로만 보면 26%나 감소한 셈. 삼성SDI도 2015년 1조4768억원에 달하던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기업과의 거래를 지난해 8621억원 수준까지 낮췄다. 같은 기간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 금액은 42%나 줄었지만 매출은 23% 증가했다.
‘삼성 후자(後者)’로 불리며 삼성전자의 매출에 영향을 받던 모습을 지우고, 독립적으로 미래 사업 기반을 닦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위주의 사업 다각화가 이 같은 변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본격적인 5G 시대 도래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5G 서비스 시작으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빨라지고, 자율주행차 기반 전장사업도 가속화됨에 따라 MLCC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삼성전기는 고사양 MLCC 위주로 차별화 더해 IT용 MLCC에 이어 전장용 MLCC까지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5G폰과 폴더블폰 등 신제품에 멀티 카메라 탑재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도 삼성전기에 긍정적 요소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상반기 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중화권 고객사들의 신규 스마트폰 출시도 앞두고 있어 MLCC와 카메라 모듈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에 보조금 지급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내주면서 ‘배터리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2016년부터 한한령에 막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상대적 우위에 있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기차 배터리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SDI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에 애를 먹었다.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신제품 출시도 대거 앞두고 있어 관련 시장은 커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왔다. 그러나 국내 ESS 화재로 인한 가동 중단으로 상반기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화재 조사가 내달 말께 종료돼 관련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삼성SDI는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시아의 소수 기업으로 국한된 가운데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호주 중심의 대규모 ESS 프로젝트 소식이 들려오면서 해외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ESS 화재 조사로 국내 ESS 관련 사업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올 스톱 상태다. 다만 해외 ESS는 같은 배터리를 탑재해도 화재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안전 문제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늦어지는 국내 조사 결과 발표로 국내 기업이 해외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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