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인천공장 부지매각?…타당성 있나?
동부제철, 인천공장 부지매각?…타당성 있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4.18 14:47
  • 수정 2019.04.18 14: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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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장 부지 공시지가만 2400억원 이상…실거래가는 5000억 넘을 듯
산업은행 3년 안에 동부제철 매각해야…조급증에 부지매각 등 고려
인천공장은 동부제철 캐시카우, 충성도 높은 고객 몰려 있어
당진공장 설비 투자 후 부지 매각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
동부제철 공장 전경 [동부제철 홈페이지]
동부제철 공장 전경 [동부제철 홈페이지]

최근 동부제철 매각이 철강업계 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동부인천스틸 등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부지 매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부지매각 가능성이 이미 수년전부터 거론돼 왔었다. 수차례 검토에도 불구하고 인천 부지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최근 KG그룹이 동부제철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과거 동부제철 인천공장 부지매각이 수차례 검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상업용지 용도로의 전환문제와 동부인천스틸 근로자들 문제 등 때문이었다.

인천공장에는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CGL 설비와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CCL 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동부제철에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컬러강판 라인이 있는 만큼 제품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 때문에 당진 여유 부지에 컬러강판 신규 라인을 투자하고 노후된 인천공장 설비는 폐쇄하는 안이 검토됐지만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동부제철 인수합병과 더불어 인천부지 매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의 사정과 맞물려 있다.

법률상 워크아웃 등 기업회생 조치는 최대 3회로 제한돼 있다. 이미 자율협약을 시작으로 워크아웃을 거친 동부제철은 올해 워크아웃을 연장하며 3년의 기한밖에 남아있지 않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3년 안에 동부제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시간을 끌수록 산업은행 측이 불리해진다는 뜻이다.

만약 3년 내 동부제철을 매각하지 못하면 청산하거나 채권단 측에서 부채를 모두 부담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는데 동부제철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결국 채권단은 인수 의향을 보인 KG그룹에 어떻게든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절실한 입장이다. 그렇다고 헐값에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2조 가까이 들어간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데 KG그룹은 채무 탕감을 주장하고 있으니, 결국 인천공장 부지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 동부제철 인천공장 부지 왜 Hot한가?…인천 부지 가치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인천 서구 가좌동 571-3과 573-1에 위치하고 있다. 부지면적은 각각 10만8692.4㎡와 10만1107.7㎡ 규모로 공시가격은 2018년 기준 ㎡당 116만원이다. 즉 컬러강판 설비가 위치한 571-3 부지는 1260억8318만원, 도금라인이 위치한 573-1 부지는 1172억8493만원이 공시가격이다.

인천공장 부지의 공시가격은 총 2433억6811만원인데 실제 거래가격은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현재 지적도상 지방산업단지 등 공장부지로 분류돼 있는데 상업용지로 전환할 경우 부지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동부제철을 헐값에 팔지 않으려는 것도 이러한 높은 자산가치가 이유로 꼽힌다.

인천 시에서도 상업용지로의 전환을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지방산업단지 내 다른 부지와의 상대적 차별 문제와 인천 시 세수 문제로 반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천공장은 인근 주변의 소음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업계 내에서는 KG그룹이 동부제철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철강업을 하기보다 이러한 부동산 자산을 이용해 먹튀를 하려는 의도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채무를 탕감 받고 인천공장 부지를 매각하면 오히려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인천 부지를 매각 후 채무를 줄인 후 동부제철을 매각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과거 검토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았던 인천 부지 매각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다.

인천 부지는 지방산업단지로 경인고속도로에 의해 양분돼 있다. 하지만 기존 고속도로가 지하로 신설되고 기존 도로는 일반도로화 될 예정이어서, 양분된 산업단지가 하나로 통일돼 접근성 개선 등 부지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인천스틸의 컬러강판 등 수익성이 좋은 제품을 인천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부지 매각 후 인천공장 인력 배치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검토에만 머물렀던 부지매각 안이 최근 KG그룹 인수 문제와 얽혀 급부상된 것이다.


◇ 인천공장 잔존가치는?…해결책은 ‘재투자’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분명 부지의 현재 가치나 미래 가능성을 감안할 때 가치가 크다. 그렇다면 인천공장 내 노후설비는 폐쇄할 만큼 잔존 가치가 없는 것일까?

업계 내에선 동부인천스틸을 비롯한 동부제철 인천공장이 사라진다면 충격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 컬러강판 설비는 비록 현재는 투자를 못해 노후화됐지만, 한때 국내 컬러강판 시장 내 선두주자였다. 프린트강판을 처음 개발한 것도 동부제철이고, 국내 시장에 중국산 컬러강판 유입을 막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 것도 동부제철이다.

동국제강과 세아제강 등 국내 컬러강판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중국산 컬러강판을 수입해 시장에 내다판 것과 달리, 동부제철은 정품 판매를 고집하며 고품질 건축자재 문화 정착에 노력해왔다. 다른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판 것도 동부제철과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건자재 부문에서는 탄탄한 고객들을 구축하고 있다. 컬러강판 부문 1위로 올라선 동국제강도 동부제철 오랜 고객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영업력과 충성심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부제철 컬러강판 설비가 폐쇄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 철강업체들이다. 국내 업체들도 고객이 늘겠지만 중국 수입이 급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기존 검토안대로 동부제철 당진 공장에 새 설비를 투자한 후 인천 노후 설비를 폐쇄할 경우, 동부제철 입장에서는 수요를 더욱 늘릴 수 있는 발판이 확보되는 셈이다. 현 설비 역시 다양한 고급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효율성 문제 때문에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투자 후 부지를 매각하면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추가 투자를 꺼렸지만 KG그룹이 철강사업에 진정성이 있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KG그룹이 철강사업에 얼마나 애착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동부제철을 수익적, 전략적 측면에서 인수하려는 목적이라면 인천공장 구조조정을 가장 먼저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진공장만으로는 철강업계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당진공장은 아연도금강판 위주로 생산되는데, 이 부문은 중국산 수입제품이 득세하는데다 포스코의 주력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과 KG그룹은 기존 인력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5~6년간의 워크아웃 기간 중 동부제철의 현 체제를 이어왔다. 시간에 쫓겨 KG그룹에 매각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인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체가 동부제철을 인수한다면 부지 매각이 아닌 인천공장을 활용한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지만, 철강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KG그룹이 인수할 경우 이익을 고려해 부지 매각을 단행할 우려가 높다는 게 철강업계 내 시각이다.

현재 동부제철 측은 인천공장 부지 매각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직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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