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과거사위, “수천만원 건넸다”는 윤중천 진술 ‘효력 없음’ 알고도 수사권고
[단독]검찰 과거사위, “수천만원 건넸다”는 윤중천 진술 ‘효력 없음’ 알고도 수사권고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05-11 14:32:40
  • 최종수정 2019.07.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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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수사단’은 이미 해당 진술 증거로는 용도폐기
대안으로 공소시효 단번에 해결하는 3자 뇌물죄 검토
재판에서 ‘부정한 청탁’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은 ‘한계’
10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마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마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을 뇌물죄로 재수사하라고 권고했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윤중천씨의 진술이 효력 없는 ‘티타임 발언’임을 알고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밑에 설치된 과거사위는 대검 아래에 둔 진상조사단이 재조사한 증거나 증언의 효력을 검토한 뒤 검찰에 넘기는 일종의 ‘필터’ 기능을 하고 있다.

혐의 적용이 어려운 합동강간 대신 뇌물수수를 수사하겠다는 뼈대는 진상조사단·과거사위가 설계한 것으로 정작 재수사 중인 검찰은 이 진술을 용도폐기했다. 과거사위 권고대로 어떻게든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해야 하는 검찰에게는 일종의 ‘수사 결함’이 발생한 셈이 됐다. 

검찰 과거사위 간사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본지에 ‘김학의 전 차관에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윤씨의 말이 증거능력이 없는 단순한 ‘티타임 발언’이었다는 8일자 본지 보도([단독]檢 ‘김학의 수사단’ “수천만 원, 윤중천은 얘기한 적도 없어”)와 관련 검찰 재수사 권고 전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 9일 전화통화에서 “(윤씨)본인 확인 진술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수사보고만 있는 것”이라며 ‘권고 전에 그런 사실을 알았는가’라는 질문에 “알았다”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과거사위에서 이 진술을 필터링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엔 “본인이 그런 진술을 안 했으면 당연히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며 “감찰에 준하는 기록으로 증거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진상조사단이 오버하면 과거사위가 필터링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질문엔 “그렇다”고 말했다. 

과거사위에서 주임위원으로 이 사건에 깊에 관여한 김용민 변호사는 전화통화에서 "사실 그렇다고 해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 실장이 말한대로 정리하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사위 권고를 바탕으로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미 지난달 중순 이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수사기록 검토 끝에 ‘제3의 길’을 찾아 나섰다. 

대안을 모색하던 수사단은 지난 2013년 검찰의 1·2차 수사기록 중 윤씨가 성범죄 피해 주장 여성에게 빌려준 1억을 김 전 차관의 압박으로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이 여성이 관계가 드러나기를 원치 않은 김 전 차관을 대신해서 경제적 이익을 본 만큼 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소환한 수사단은 한 차례 추가 소환 후 3자 뇌물죄 적용 검토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왜 어려운 ‘3자 뇌물’ 카드를 꺼냈나 
검찰은 3자 뇌물죄 적용을 두고 고심 중이다. 3자 뇌물죄는 단순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 입증이 필요 없어 적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대신 부정한 청탁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않으면 공소유지가 쉽지 않다. ‘비선 실세’ 최순실에게 승마지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1심은 청탁이라고 본 경영권 승계를 2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왜 검찰은 어려운 길을 가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애초 이 사건을 의뢰한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판단 근거가 증발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단은 윤씨가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수천만 원의 뇌물을 줬다고 결론 냈다. 이 진술은 검찰 재수사에 필요한 '스모킹 건'(smoking gun·사건 해결의 결정적 증거)으로 여겨졌다. 검찰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김 전 차관의 뇌물죄를 재수사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김학의 수사단’은 난처한 상황이다. 진상조사단 파견검사가 받아냈다는 진술은 알고 보니 정식조사가 아닌 ‘티타임 발언’이었다. 증거능력이 전혀 없다. 이마저도 정식조사에 들어가지 윤씨는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3자 뇌물은 ‘김학의·윤중천’을 같이 묶는 유일한 방법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어쨌든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수사단에게는 딱 두 가지 길이 있다. 1억원 이상의 뇌물을 발견하면 된다. 공소시효는 15년으로 금품 전달 시점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하나는 그보다는 적지만 3000만원 이상일 때다. 다만 10년인 공소시효를 적용하기 위해선 2009년 이후 윤씨가 건네 금품이어야 한다. 

수사단 관계자는 10일 전화통화에서 "3자 뇌물죄 적용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공소시효는 이 사건의 정말 큰 문제다.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려면 2009년 이후의 3000만원 이상이거나 아니면 1억이 넘거나 최소한 이 둘중의 하나는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이렇게도 수사를 해보고 저렇게도 수사를 해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뇌물 총액이 1억이 넘으면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윤씨가 찍은 것으로 밝혀진 ‘김학의 동영상’의 촬영 시점이 2007년 12월이고 둘 사이에 금전이 오고 간 게 그 전후인 만큼 남은 공소시효는 넉넉하다. 

2013년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모씨는 지난 2007년 윤씨에게서 1억원을 빌려 서울 동대문구에 명품 가게를 차렸다. 사업 실패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윤씨는 이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지만 김 전 차관의 요구로 취하했다고 수사단은 의심한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대신 경제적 이득을 챙길 때 처벌하는 게 3자 뇌물죄다. 이씨가 김 전 차관 덕에 1억원의 채무가 없어졌으니 이익을 봤다. 1억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는 셈이다. 

3000만원과 1억원 사이 뇌물은 상대적으로 처벌이 어렵다.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짧은 만큼 2009년 5월 이후에 받은 금품이 있어야 한다. 이 시점에 3000만원을 몽땅 받지 않은 것이라면 더 복잡해진다. 2009년 5월 이전과 이후에 받은 뇌물을 하나의 보는 ‘포괄일죄’를 적용하려면 모든 뇌물이 같은 성격이었다는 증거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와 관련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지인에게서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은 진상조사단이 넘겨준 것이 아니라 수사단이 자체적으로 인지했다고 한다. 다만 수사단이 이 내용으로만 김 전 차관의 혐의를 확정할 경우 정작 문제가 된 윤씨는 뇌물죄에서 빠졌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여전히 수사단이 1억 이상의 3자 뇌물을 고려하는 이유다. 

‘뇌물 1억’은 묘수이자 악수다. 공소시효를 단번에 해결하니 이보다 좋은 수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향후 재판에서 윤씨가 했다는 부정한 청탁을 특정해야 한다. 판사마다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는 수준이 다르다. 그러니 이보다 ‘나쁜 수’가 없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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