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값싼 인슐린을 찾아 캐나다를 향하는 미국 당뇨병 환자들의 캐러밴
[WIKI 프리즘] 값싼 인슐린을 찾아 캐나다를 향하는 미국 당뇨병 환자들의 캐러밴
  • 최석진 기자
  • 최초작성 2019.05.13 07:07
  • 최종수정 2019.05.15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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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씩 차를 달려 캐나다에서 인슐린을 구입하는 미국인들. [사진=ATI]
5시간씩 차를 달려 캐나다에서 인슐린을 구입하는 미국인들. [사진=ATI]

3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 당뇨병 환자들의 상당수는 생명을 지켜주는 약을 구하는 비용 때문에 저축은 고사하고 자녀들의 학자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수년 동안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마다 8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당뇨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의료산업이나 상품처럼 선택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급기야 미국의 당뇨병 환자들이 훨씬 싸게 약을 사기 위해 캐나다 행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뉴스위크>는 스스로 ‘캐러밴’이라 부르는 미국의 1형 당뇨병 환자들이 국경을 넘어 캐나다 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들이 절박한 심정에서 합당한 가격의 약을 찾아, 미국의 트윈 시티스에서 캐나다의 온타리오까지 600마일의 기나긴 여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캐러밴 행렬의 일원이자 당뇨병 환자 인권활동가인 퀸 니스트롬은 캐나다의 인슐린 가격은 미국의 1/10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에 따른 보험 가입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미국의 인슐린 가격을 견디지 못해 ‘캐나다 행 캐러밴(#CaravanToCanada)’에 나섰습니다.”

퀸 니스트롬은 재정적 중압감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며 위와 같이 트위터를 통해 현 상황을 알렸다.

이 활동가들은 트위터 상에 ‘#우리모두를위한인슐린(#Insulin4All)’이라는 해시태그를 띄우며 자신들의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느 누구도 약값과 죽음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슐린 가격은 1990년대 중반부터 무려 1000% 이상이 급등했다. 생명공학과 제약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사이트 ‘스태트뉴스’에 따르면 15년 전에 인슐린 한 병의 가격이 175달러이었는데 현재는 거의 150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의 하원의원 엘리자 커밍스는 최근 인슐린이 필요한 수백만의 미국 시민들이 다른 나라의 환자들에 비해 92%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가 있다.

당뇨병을 지닌 대부분의 환자들이나 양심을 지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미국인들은 ‘약값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시태그 ‘캐나다 행 캐러밴(#CaravanToCanada)’이 호응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슐린 캐러밴 행렬 차(위)와 인슐린 [사진=ATI]
인슐린 캐러밴 행렬 차(위)와 인슐린 [사진=ATI]

활동가들은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파산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약을 구하는 일과 이 주제를 전국적으로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이다.

이들은 이 문제가 실제로 얼마나 절박한지를 알리기 위해 캐러밴 이동 중에 약국 겸 편의점 ‘월그린(Walgreens pharmacy)’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

활동가들의 활동에는 풍자적인 요소들이 있기는 해도 캐러밴의 일원인 리자 그린세이드의 상황은 매우 절박하다. 그녀는 1형 당뇨병에 걸린 13살 난 딸을 대신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리자 그린세이드가 약값의 어마어마한 차이에 눈을 돌린 시기는 3년 전 캐나다로의 가족 여행 때였다. 이후 그린세이드 가족은 이러한 약가의 놀라운 차이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린세이드는, 미국에서는 인슐린 펜 다섯 개들이 가격이 700달러 정도 하는데 캐나다에서는 같은 양을 65달러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태리에서는 61달러, 그리스에서는 51달러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고작 40달러면 구입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로운 점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인슐린의 구입 절차 자체가 간단하다.

“금년에 제 딸의 인슐린을 보충하기 위해 의료보험 기관과 접촉하는 데만 11일이 넘는 기간 동안 15번의 전화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냥 걸어 들어가서 구입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에 대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상입니다.”

<CBC뉴스>에 따르면 그린세이드는, 보험업자들이 그녀 딸의 인슐린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에다가 의료보험료로 13,000달러를 지불하는 것 외에 개인 비용으로 14,000달러가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돈은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큰 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은 물론 은퇴 비용도 한 푼도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보험료를 마련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인슐린 구입을 위해 이렇게 국경을 넘는 미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가격이 적당한 약을 다른 나라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그녀도 인정했으며, 자신의 딸에게 인슐린이 필요할 때마다 캐나다로 가야만 하는 현실은 ‘문제 해결에 있어 명백히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최근 제약회사들이 약값 목록을 TV 광고에 표기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을 공표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약값을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규칙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린세이드는 말한다.

“이것은 제도 전반에 폭넓은 전환을 필요로 하는 문제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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