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SS 악재' 뛰어넘을까
LG화학, 'ESS 악재' 뛰어넘을까
  • 유경아 기자
  • 승인 2019.05.15 18:10
  • 수정 2019.05.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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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기업의 경영 환경이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필두로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의 전지 사업이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글로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각계에선 LG그룹의 새 수장인 구 회장이 ESS 관련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은 다음달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구광모호(號)’는 주요 계열사들의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주재, 침체된 시장에서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로봇과 배터리, 전장 등의 사업분야로 보고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구광모 회장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사업보고회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2차전지 등 핵심 사업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구 회장이 이번 사업보고회에서 ESS 화재 사고 관련 내용과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고 논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첫 사고 이후 총 22건으로 집계된다. ESS 운영 중 화재가 일어난 경우는 4건, 대기 상태에서는 18건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다음달 초에 공개되며, 정부는 안전대책과 ESS산업 육성 방안 등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3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키로 했다가 5월로 미루고, 다시 6월로 연기했다.

조사위원회에서는 ESS 화재 예상 원인으로 설계 품질관리 미흡으로 배터리 시스템 설계자체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전압, 과전류 상황에서 ESS 셀 온도가 급상승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 중 절반가량인 9건이 LG화학에서 제조한 것으로 가장 많았으며, 1건을 제외한 나머지 8건 모두가 ‘태양광연계’를 용도로 한 ESS였다.

ESS 화재는 경영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LG화학의 전지 사업은 ESS 화재 이슈로 충당금과 매출 차질에 따른 손실에 더해 자동차 전지 신규 라인 가동에 따른 초기 부담도 일부 발생하면서 147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ESS 화재 관련 손실만 1분기에 1200억원 수준이다. 1분기 ESS 충당금 규모는 800억원이며, 한국 시장에서 ESS 출하가 전면 중단됨에 따라 판매손실 400억원이 더해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ESS로 올해 80%의 매출 성장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현시점에서 연간 매출 예상은 50% 수준의 매출 성장도 다소 어려운 상황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ESS로 업계 추산 8500억원 수준의 매출액, 7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는 ESS 화재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12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6월 조사 결과와 하반기 추가 비용 발생에 따라 올해 ESS 사업 관련 연간 실적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삼성SDI와 함께 ESS용 2차전지 제조사 선두를 이끌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에서도 ESS 관련 화재가 일어나면서 글로벌 신뢰가 하락할 우려가 커진다.

특히 LG화학의 ESS 화재 건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해외 현지 언론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미국 애리조나 APS 변전소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사고로 화재 진압에 투입된 현지 소방관 중 4명이 심각한 부상 등을 입었다고 외신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 사고가 발생한 변전소서 배터리는 LG화학이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APS의 ESS 역시 태양광연계 용도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영국의 에너지 관련 전문 매체인 에너지스토리지뉴스는 “이 사고는 맥킨 변전소의 2MW/2MWh의 2중 ESS에서 발생했다”면서 “최근 여러 전문가들은 ESS,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 안전이 올해 산업계에서 일관되게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문 매체인 그린테크미디어(GTM)은 최근 보도에서 앤 드그로 APS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현재 파악하기로는 이번 화재는 장비 고장에 따른 것”이라면서 “철저한 조사는 정확히 어떤 이유로 결함이 발생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APS 등은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며, 배터리 시스템 자체에서 발생한 화재인지 혹은 변전소 내 다른 시스템에서 화재가 일어난 것인지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ESS 화재 사고 중에는 태양광연계 용도가 가장 많다. 이에 국내에서는 일반 가정에서까지 ESS 화재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에서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던 대부분의 토지는 ‘태양광 발전’ 용지로 변경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발전단지가 대부분 산지에 집중돼 있어 자칫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시기에 ESS 화재가 발생할 경우 강원지역 산불 재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2015년 6792건이었던 태양광발전소 개통연계 신청건수는 2017년 1만4440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4만3827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지역별로는 호남지역에서 2만3000건 가량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난달 속초와 고성, 강릉에서 인명까지 앗아갈 만큼 큰 산불이 난 강원지역은 2000건이 넘었다. 그외 대부분 경상북도, 충청남도 등 산지가 집중된 지역의 신청 건수가 집중됐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화재 후 조사가 진행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된 ESS는 정부서 결과를 발표한 후 가동 재개 시점을 이야기하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유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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