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줄리안 어산지와 '디지털 족쇄' 논란... 어산지가 밉다면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도 침묵해야
[WIKI 프리즘] 줄리안 어산지와 '디지털 족쇄' 논란... 어산지가 밉다면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도 침묵해야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19-05-17 08:25:30
  • 최종수정 2019.06.2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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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한 여성이 줄리안 어산지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런던에서 한 여성이 줄리안 어산지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슬라보예 지젝은 유고슬라비아 태생으로 헤겔, 마르크스, 자크 라캉 및 정신분석학에 조예가 깊은 사상가이다. 지젝은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진보적 지식인 중의 한 명이다. 지젝은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 사회학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유럽 대학원의 교수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최근 <인디펜던트>지에 칼럼을 기고해 디지털 네트워크에 대한 교묘한 통제와 이데 따른 대중의 심리를 성찰하면서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탄압도 크게 보아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제하기 위한 싸움의 일환으로 보아야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다음은 그의 칼럼이다.

미디어들이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뉴스거리를 갖고 우리를 연일 맹폭격 중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미국은 이란을 침공할 것인가? 브렉시트 대혼란을 겪으면서 유럽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이런 논쟁들의 근저에는 단연 돋보이는 하나의 주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기업 화웨이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규정한다. 현재 우리의 적극적 활동들은 물론이고 소극적이고 잘 드러나지 않는 행위들조차도 몇몇 디지털 클라우드에 다 기록되고 있다.

이 클라우드들은 우리의 행동들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까지 추적하면서 우리를 영구히 평가하고자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이 가능한 웹 세상을 서핑하면서 극한의 자유를 만끽하는 동안 우리는 완벽하게 우리 자신을 까발리고 세세하게 조작 당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네트워크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the personal is political)’이라는 해묵은 진보적 슬로건의 의미를 변질시키고 있다.

그리고 문제에 당면해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 대한 통제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은 모든 대상이 몇몇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규정지워지고 있다. 교통부터 건강까지, 전기부터 수도(水道)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웹은 가장 중요한 ‘대중 공간(commons)’이 되어버렸다.

마르크스는 이 ‘대중 공간(commons)’이란 용어를 우리들 상호작용의 기저를 이루는 ‘사회적 공유 공간(the shared social space)’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했었다.

그리고 이 ‘일반’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싸움이 되었다. 이 싸움의 주된 적(敵)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사기업과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과 같은 국가 기관이다.

지금 디지털 세상을 두고 벌어지는 권력 게임은 ‘권한의 이양(representative power)’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전통적 개념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력의 일부를 국가에 넘겨주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다시 말해, 이양된 권력은 법률로 제한을 받으며, 그 권력이 발휘되는 과정에서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국민이 주권의 궁극적 원천이며 국민이 원한다면 그 권력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러한 권력을 지닌 국가는 계약에 있어서 힘이 없는 계약자이며, 반대로 국민이라는 힘 있는 계약자는 하시라도 그 권력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생필품을 구입하는 슈퍼마켓을 바꾸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통제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사회의 기능을 규제하는 디지털 네트워크는 현재의 권력을 떠받히는 기술 체계의 궁극적 모습이다. 작가 쇼사나 주보프는 자본주의의 이러한 새 국면을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고 부른다.

“‘감시 자본(surveillance capital)’이 지식과 권위, 권력을 좌지우지합니다. 이러한 감시 자본 하에서 우리는 그저 ‘인간이라는 자연 자원’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제 자기결정권이라는 무언의 주장조차 우리 경험의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원주민이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습니다.”

영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영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우리는 단순한 수단을 넘어서 ‘부등가 교환(unequal exchange)’에 함몰된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잉여가치(surplus-value) 역할을 하는 ‘행동 잉여(behavioural surplus)’라는 용어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웹을 서핑하거나, 물건을 구매하거나, TV를 보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 우리는 원하는 바를 얻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한 무엇을 지불해야한다. 디지털의 ‘거인(big Other)’ 앞에 우리는 발가벗겨지고, 우리 삶의 상세(詳細)와 습성을 드러낸다.

물론,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러한 ‘부등가 교환(unequal exchange)’, 즉 우리를 효과적인 노예 상태로 만드는 행위를 자유가 최대로 발휘되는 환경 하에서 경험하게 된다. 웹 세상을 자유롭게 서핑하는 것보다 더 자유로운 행위를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단순히 이런 식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동안 디지털의 ‘거인(big Other)’은 데이터 수집을 통해 잉여가치(surplus)를 착복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화웨이 문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화웨이를 둘러싼 싸움은 우리 삶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의 싸움이다. 어쩌면 이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치명적인 권력투쟁일지도 모른다.

화웨이는 그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 중국의 국가안보와 완전히 일치하는 기업이며, 이 기업의 성장에는 국가에 의한 재정(財政)의 뒷받침과 관리가 큰 몫을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늘날 중국이 얼마나 디지털화된 나라로 탈바꿈되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음은 최근 타전된 AP통신의 보도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비행기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 중 1750만 명이 세금 연체나 벌금 등의 ‘사회적 신용도’ 문제 때문에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큰 역할을 했는데,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이 시스템이 인민들의 행위 기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550만 명의 사람들은 ‘국가신용정보센터’의 조회 결과 기차표를 구매할 수 없었다. 중국의 연간보고서는 지난해 128명의 사람들이 세금 연체 때문에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집권 공산당은, 경제 개혁 운동의 30년 기간 동안 급격하게 변화한 사회 질서가 ‘사회적 신용도’에 따라 보상과 처벌을 적절히 시행함으로써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스템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진핑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데이터 처리부터 유전자 서열 및 안면인식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포진되어 있다..."

이 부분이 화웨이가 성장한 정치적 현실이다. 정말 그렇다. 화웨이가 우리 모두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 정부가 우리의 ‘민주적’ 정부가 대중의 뒤에 숨어서 은밀히 행하는 행위들을 보다 공개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또, 러시아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여 인터넷 접근 권한을 최근 EU의 웹 규정에 맞게 제한하려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디지털 ‘대중 공간’의 접근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같은 노력을 목도하게 된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오늘날 ‘대중 공간’의 주된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대중 공간’의 통제를 위한 싸움이며, 현재 이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디지털 공간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싸움과 직결된다.

‘대중 공간’을 놓고 벌이는 이러한 싸움을 상징하는 한 이름이 있다. 줄리안 어산지가 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나 소나 떠들어대는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자제해야하며, 줄리안 어산지가 싫은 사람들은 중국이 디지털 통제를 통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도 침묵해야만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BBC 인터넷]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BBC 인터넷]

We are already controlled by the digital giants, but Huawei’s expansion will usher in China-style surveillance

Chinese citizens are monitored to such a degree that they can be barred from buying plane and train tickets for unpaid taxes and fines. Slowly but surely, this is the future we are moving towards

The media bombards us with news about the threats to our security: will China invade Taiwan as a punishment for the US trade war? Will the US attack Iran? Will the EU descend into chaos after the Brexit mess? But I think there is one topic which – in the long view, at least – dwarfs all others: the effort of the US to contain the expansion of Huawei. Why?

Today’s digital network controls and regulates our lives: most of our activities (and passivities) are now registered in some digital cloud that also permanently evaluates us, tracing not only our acts but also our emotional states. When we experience ourselves as free to the utmost (surfing in the web where everything is available), we are totally “externalised” and subtly manipulated. The digital network gives new meaning to the old slogan “the personal is political”.

And it’s not only the control of our intimate lives that is at stake: everything today is regulated by some digital network, from transport to health, from electricity to water. That’s why, today, the web is our most important “commons” (the term Marx used to describe the shared social space which constitutes the base of our interaction), and the struggle for its control is the most important struggle today. The enemy is the combination of privatised and state-controlled commons, corporations (Google, Facebook) and state security agencies (NSA).

This fact alone renders insufficient the traditional liberal notion of representative power: citizens transfer part of their power to the state, but on precise terms (this power is constrained by law, limited to very precise conditions in the way it is exercised, since the people remain the ultimate source of sovereignty and can repeal power if they decide so). In short, the state with its power is the minor partner in a contract that the major partner (the people) can at any point repeal or change, basically in the same way each of us can change the supermarket where we buy our provisions.
 
The digital network that regulates the functioning of our societies as well as their control mechanisms is the ultimate figure of the technical grid that sustains power today. Shoshana Zuboff baptised this new phase of capitalism “surveillance capitalism”: “Knowledge, authority and power rest with surveillance capital, for which we are merely ‘human natural resources’. We are the native peoples now whose tacit claims to self-determination have vanished from the maps of our own experience.”

We are not just material, we are also exploited, involved in an unequal exchange, which is why the term “behavioural surplus” (playing the role of surplus-value) is fully justified here: when we are surfing, buying, watching TV etc, we get what we want, but we give more – we lay ourselves bare, we make the details of our life and its habits transparent to the digital “big Other”.

The paradox is, of course, that we experience this unequal exchange, the activity which effectively enslaves us, as our highest exercise of freedom – what is more free than freely surfing on the web? Just by exerting this freedom of ours, we generate the “surplus” appropriated by the digital big Other which collects data.

And this brings us to Huawei: the battle around Huawei is the battle for who will control the mechanism which controls our lives. It’s maybe the crucial power struggle that is going on. Huawei is not just a private corporation, it is totally blended with Chinese state security, and we should bear in mind that its rise was largely financed and directed by the state. We already see how digitalised state control works in today’s China. This is from an Associated Press news report from February:
 
“Would-be air travellers were blocked from buying tickets 17.5 million times last year for ‘social credit’ offences including unpaid taxes and fines under a controversial system the ruling Communist Party says will improve public behaviour. Others were barred 5.5 million times from buying train tickets, according to the National Public Credit Information Centre. In an annual report, it said 128 people were blocked from leaving China due to unpaid taxes. The ruling party says ‘social credit’ penalties and rewards will improve order in a fast-changing society after three decades of economic reform have shaken up social structures. The system is part of efforts by President Xi Jinping’s government to use technology ranging from data processing to genetic sequencing and facial recognition to tighten control.”

This is the political reality of Huawei expansion. So yes, the accusations that Huawei poses a security threat to all of us are true – however, what we should bear in mind is that the Chinese authorities are just doing more openly what our “democratic” authorities do in a more subtle way, hidden from the public view. From the new law in Russia that limits access to the internet to the latest EU regulations of the web, we are witnessing the same effort to limit and control our access to the digital commons.

The digital network is arguably today’s main figure of the commons. The battle for freedom is ultimately the battle for the control of the commons, and today, this means: the battle for who will control the digital space that regulates our lives. There is one name that symbolises this struggle for the commons: Assange. We should thus avoid all easy China bashing and those who don’t want to defend Julian Assange should also keep silent about the Chinese abuses of the digital control.

 


 

 

6677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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