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13년 김학의 경찰 수사팀 수사보고 입수... “얼른 윤중천 조사해 면죄부 주라는 것”
[단독] 2013년 김학의 경찰 수사팀 수사보고 입수... “얼른 윤중천 조사해 면죄부 주라는 것”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5.24 08:40
  • 수정 2019.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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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검찰 수사지휘 “누구보다 먼저 윤중천 조사해 진상규명 바람” 
경찰 수사팀장 수사보고 “인적·물적 증거 확보하는 작업 선행돼야”
수사팀장 진상조사단에 “검찰은 방해했고 경찰은 피해 봤다” 진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강간치상 등 혐의로 각각 구속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와 강간치상 등 혐의로 각각 구속된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왼쪽)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3년 이른바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구속) 동영상’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윤중천(58·구속)씨를 소환하라고 검찰이 지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수사기관의 피의자 소환은 강제수사 단계인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을 거쳐 충분한 증거를 수집한 이후에 이뤄진다.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지난 2013년 3월 30일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팀에서 작성한 ‘동영상 관련 검사 지휘에 대한 수사상황 및 사경(사법경찰)의 견해’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에 따르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누구보다도 먼저 윤중천을 조사하여 동영상 실체 등 사안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하기 바람”이라고 경찰에 수사지휘했다.

강일구 당시 수사팀장(특수수사과 계장)은 수사보고에서 “검사 지휘는 ‘얼른 윤중천을 조사하고 면죄부를 주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져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수사보고는 업무보고와 달리 검찰에 제출하는 수사기록에 첨부된다는 점에서 드러내놓고 검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강 팀장은 이어 “윤중천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 일환으로 문제 동영상의 실체도 규명해 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강 팀장의 수사보고 취지는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윤씨를 소환하면 수사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윤중천 별장에서 김학의가 강제로 성관계’ 하는 동영상 원본을 확보해 사건의 실체를 먼저 파악한 다음, 윤씨를 피의자로 불러 이 내용을 확인하는 게 순리에 맞다는 주장이다. 통상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소환할 때는 관련 피해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인적 증거)과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물적 증거)를 확보한 뒤에 이뤄진다. 

당시 검사의 수사지휘가 내려온 시점은 경찰이 공식 내사에 착수한 3월 18일에서 12일밖에 지나지 않아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던 때였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 사본은 국립수사연구원이 “해상도가 낮아 동일성 여부가 곤란하다”라고 감정한 만큼 증거로서 효력이 없었다. 경찰로서는 압수수색을 통한 원본 확보가 시급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3월 28일 영상 원본 소유주로 특정된 박 모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도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사실상 강제수사 착수를 검찰이 허가하지 않으면서 경찰에게는 윤씨를 불러 조사하라는 모순적인 지휘를 한 것이다. 

수사보고에는 김 전 차관 측이 윤씨를 회유하고 있다는 첩보도 담겼다. 

강 팀장은 수사보고에서 “김학의 측에서 윤중천에게 사람을 넣어 ‘경찰이 부르면 얼른 들어가 조사받고, 김학의에 대해 말하지 말아라, 검찰로 넘어가면 다 해결되도록 해두었으니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식으로 회유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적었다. 

이 사건 재수사를 의뢰한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강 팀장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했고, 이 수사보고의 취지를 확인했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강 팀장이 “검찰은 수사를 방해했고, 경찰 조직은 이 사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강 팀장의 현재 소속청을 통해 해당 수사보고의 취지를 물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당시 특수수사과 과장(총경)으로 강 팀장의 상관이던 김청수(46·43기) 법무법인 광휘 변호사는 수차례 요구에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지난달 16일 강 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수사지휘, 송치 이후의 수사 과정, 수사 결과에 대해 다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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