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황창규 KT 회장 청문회 위증 논란… 재계가 '신중론' 제기하는 세가지 이유
[WIKI 진단] 황창규 KT 회장 청문회 위증 논란… 재계가 '신중론' 제기하는 세가지 이유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5.24 08:37
  • 수정 2019.05.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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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참석한 황창규 회장과 소방청 관계자.[사진출처=연합뉴스]
청문회 참석한 황창규 회장과 소방청 관계자.[사진출처=연합뉴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침몰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10대그룹 2분기 영업이익이 46% 폭락한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지금은 정치적 논란보다 기업 기(氣)살리기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아현지사 화재사고 청문회에서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최근 황 회장을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과기정통위는 ‘KT 아현지사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고 황 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국회 증언·감정법상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면 청문회 증인의 위법행위를 고발할 수 있다. 과기정통위 여야 의원 총수는 21명으로 이 중에 민주당 소속이 9명이어서 여당 자력으로 고발이 가능하다. 야당에서도 일부가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황 회장은 KT 하청업체 직원의 청문회 불출석을 압박한 뒤 이를 청문회에서 부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문회 당일, 의원들은 “KT 하청업체 참고인 김모씨의 불출석 사유를 알아보니 주된 이유가 KT의 직간접적인 외압이었으며, 청문회에 출석하면 계약에서 탈락시키겠다는 협박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인으로부터 그런 압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를 하고 있다. 분명한 위증이고 청문회를 방해하는 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황 회장은 “참고인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했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참고인의 출석을 방해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국회 위원회에서 한 당이 독자적으로 위증죄로 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야 간사 합의로 하는 것이 관행이다.

과방위 여당 의원들이 황 회장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경제단체와 통신업계는 ‘지금은 기업에 대한 정치적 공세보다 성장엔진인 기업들과 경제 회생에 힘쓸 때’ 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KT 아현지사에서 황창규 회장이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서울 마포구 KT 아현지사에서 황창규 회장이 화재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KT]

경제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올 1분기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한국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초유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검찰, 금융기관, 국민연금을 동원한 경영권 흔들기(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삼성)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상황이다.

경제의 성장동력인 ‘기업’들의 사기를 높여도 가능할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경영권 흔들기에 이어 한달도 더 지난 청문회 이슈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펴는 것은 큰 틀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두번째 이유는 이 화재 사고가 애당초 정치적 심판대에 올라야 할 사안이었느냐는 것이다.

지난달 4일 고성, 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었다. 이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한 전신주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확산됐다. 집계된 산림 피해면적만 1227㏊에 달한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국과수로부터 고성·속초산불 원인이 특고압 전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라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산불 원인이 특고압 전선의 ‘아크 불티’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전신주 설치와 관리상 책임이 있는 한국전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국회 청문회’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현지사 통신구 사고는 경찰이 ‘사고 원인 불명’으로 내사를 종결할만큼 확실한 사고 원인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두 기업 사건이 똑같이 사회간접시설과 관련돼 있지만, 법률적 판단과 별개로 한쪽 기업만 정치적 무대로 이끌어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T는 지난 3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상생보상협의체와 최소 92억~최대 276억원 규모의 보상안에 합의했다. 법률적 보상이 아닌 합의를 통한 보상금 지급이 단일 기업으로 처음 시행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또 3년간 4,800억원을 투입, 전국의 전 통신구에 소방시설 보강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의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시설 노후화로 예기치 않게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보상 및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는데도 굳이 정치적 무대로 전선을 확대하고, 또 한달이나 지난 사안을 위증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영상 부담만 가중시키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고성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삼림 1227ha가 피해를 입었다. 해당 기업과 KT와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고성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삼림 1227ha가 피해를 입었다. 해당 기업과 KT와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세번째는 위증 혐의 자체에 대한 논란이다.

과방위 국회의원들은 “KT가 하청업체 직원을 청문회에 불출석하도록 압박했는데 황 회장이 부인했다”며 위증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T의 관계자는 "증인 출석을 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MBC PD수첩 보도 이후 '멘홀 등 시설관리에 관심을 더 써달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1월 10일 발송했고, 1월 16일 아현화재 현안질의 때 청문회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압력이 되려면 협조공문이 1월 17일 이후에 나갔어야 맞는데,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H그룹의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들과 300억원 규모의 피해보상에도 합의했고, 4,800억원 규모의 향후 재난방지 시스템 구축도 발표한 상황에서 ‘꼬리물기’식으로 이 사건을 계속 정치적 논란으로 몰고가야 하느냐는 판단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회장에 대한 정치적 표적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여권 내에서 "정권이 바뀌었으면 KT 사장도 물러나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들이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된 지 17년이 지난 KT를 마치 공기업 다루듯 하는 관행은 이제 정치권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5G 시대’를 맞은 글로벌 통신업계는 ‘어느 국가가 헤게모니를 쥐고 갈 것이냐’의 사생(死生)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경제 침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정치적 공세보다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기업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전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산업부국장]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 기조연설에 나섰다. [사진=KT]
황창규 KT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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