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 여성은 2008년에도, 2013년에도 ‘법조인 학이형’을 말했다
[단독] 피해 여성은 2008년에도, 2013년에도 ‘법조인 학이형’을 말했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5.27 15:53
  • 수정 2019.05.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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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피해 여성 2008년 진술서, 2013·2014년 검찰 불기소 이유서 입수
피해 여성 “윤중천 강요로 김학의·다른 여성들과 강제로 집단 성관계했다”
검찰, 피해자 진술서에 기록된 “법조인 학이형” 판단 않고 취사선택
주임검사, 불기소하며 “진술서에는 경제적 피해만 있고 강간 없다” 왜곡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구속)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수사단)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학의(63·사법연수원 14기·구속)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수사단)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가 피의자(윤중천)로부터 횡령죄로 고소를 당한 이후, 2008. 3. 11.경 자신의 피해 내용을 정리하여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피의자로부터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사실만을 기재하였을 뿐,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 사실은 전혀 기재하지 않고...”

2013년 11월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김수민(47·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 이유’다. 당시 김학의(63·14기·구속)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이던 김수민 검사는 경찰이 같은 해 7월 18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각종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분된 것 중에는 건설업자 윤중천의 ‘성 접대 강요’도 있었다. 윤중천(58·구속)의 강요를 받은 피해 여성 이 모씨가 지난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216회에 걸쳐 김학의와 강제로 성관계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 강요된 성 접대가 이뤄진 장소로 강원 원주별장,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역삼동 단골 술집 세 곳을 특정했다. 이 중 가장 많이 강제 성관계가 있었다고 조사된 곳이 바로 이씨의 주거지인 역삼동 오피스텔이다. 

경찰은 그 증거로 이씨가 지난 2008년 3월 11일 작성해 모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낸 진술서를 확보했다. 당시 윤중천은 횡령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이씨를 압박했다. 이씨가 지낸 역삼동 오피스텔의 임대 보증금을 마련해준 사람이 윤중천이다. 윤중천은 이곳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이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이씨 입장에서는 오피스텔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를 주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씨의 2013년 경찰 조서를 인용하면 그곳은 윤중천이 “따귀를 때리고, 묻어 버린다면서 당장이라도 어떻게 할 것 같이 협박” 하던 장소였다. 또 “××년 섹스하는 동영상이랑 사진 인터넷에 다 뿌려서 사회생활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폭언을 내뱉은 곳이다. 

이씨는 이메일 진술서에서 윤중천과 김학의의 가해 사실을 세세하게 적었다. 

“법조인인 ‘학이형’은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제집에 왔다갔구요. 어느 날은 학이형과 여자아이들과 집으로 윤 회장이 데리고 와서 ‘내 셋째야, 언니한테 인사해’라고 인사를 시키고 그룹 섹스를 시켰고 여자들끼리 성관계를 시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이형’은 윤중천이 김학의를 부를 때 쓰던 말이다. 이씨는 2013년 3월 29일 경찰에 출석해 “윤중천이 저를 때리고 겁을 주면서 가장 많이 성관계 하도록 강요하였던 사람 중에 윤중천이 ‘학이형’이라고 부르는 ‘김학의’라는 높은 검사가 있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중천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엔 ‘학의형’이라는 저장된 전화번호가 4개나 있었다. 

경찰은 이씨의 이메일 진술서를 첨부한 ‘피해자 이○○의 08.3.11 윤중천 고소 관련 메일 첨부’라는 제목의 수사보고를 김수민 검사에게 보고했다. 김수민 검사도 같은 해 8월 6일 이씨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이 진술서 원본을 확보했다. 

하지만 3개월 뒤 김수민 검사는 불기소 이유에서 이씨가 작성한 이메일 진술서를 ‘취사 선택’했다. 김학의 관련 부분이 통째로 빠진 것이다. 김수민 검사는 “피의자로부터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사실만을 기재하였을 뿐”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강간이나 폭행을 당한 사실은 전혀 기재하지 않고”라고 단정했다. 

“학이형과 여자아이들과 (...) 그룹 섹스를 시켰고” 

이 진술은 결코 김수민 검사 말대로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김수민 검사가 없다던 ‘강간’과 밀접한 ‘성 접대 강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서다. 실제 김 전 차관을 재수사 중인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수사단)은 지난 13일 강간치상 혐의로 윤중천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씨는 심리적 제압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적시했다. 

이씨는 2014년 7월 8일 윤중천을 김학의 관련 상습강요 혐의로 재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고소한다. 이번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가 직접 나섰다. 강해운(52·26기) 부장검사는 고소장을 접수한 지 5개월만인 2014년 12월 30일 똑같이 ‘혐의없음’으로 각하 처분했다. 그 이유는 1차 수사 때보다 더 짧았다.

“2013. 11. 11. 혐의없음 처분을 번복할 정도의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어 고소인이 이를 소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강해운 부장검사는 1차 수사팀의 결과물을 엎지 않았다. 김수민 검사가 누락한 이씨의 이메일 진술서는 검토되지 못했다. 1차 수사팀의 결론에 문제없다고 한 2차 수사팀에 수사검사로 이름을 올린 이는 1차 수사의 주임검사인 김수민 검사다. 

이씨 측은 2차 수사팀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항고했지만 박계현(55·22기) 서울고검 검사는 2015년 2월 16일 “항고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서울고법은 불기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재정신청을 같은 해 5월 22일 기각했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에서 사라진 이씨의 이메일 진술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1차 수사팀 주임검사였던 김수민 현 수원지검 부부장은 미국 파견 중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김수민 검사의 직속 상관이던 윤재필(52·25기) 현 서울고검 검사 사무실은 ‘윤 검사가 모든 언론사의 취재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1차 수사 당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김수민 검사가 1차 수사가 문제없다고 판단한 2차 수사팀에 참여한 건 ‘과거 내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일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수민 검사가 1차 수사에 이어 2차 수사에 참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수사라는 말은 그렇지만, 다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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