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박정희, 트럼프의 '분노 리더십'…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삼성
[WIKI 진단] 박정희, 트럼프의 '분노 리더십'…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삼성
  • 박정규 발행인
  • 승인 2019.05.29 07:33
  • 수정 2019.05.29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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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조선소를 찾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 대한민국 조선산업은 박정희의 질책으로 시작됐다. [현대 제공]
울산 현대조선소를 찾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 대한민국 조선산업은 박정희의 질책으로 시작됐다. [현대 제공]

국가전략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공업에 이어 중화학공업 육성을 본격화 한 것은 1970년 대부터였다.

물론 가장 큰 장벽은 자금이었다. 대일청구권 자금 등 ‘실탄’이 하지만 국가 재정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음에도, 철강 조선 화학산업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은 조선 공업을 주요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면서 ‘조선공업진흥기본계획’이라는 긴 정책안을 마련했다. 내각에서 조선 공업이 ‘부정적’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박 대통령이 장예준 당시 건설부 장관을 불러 질책했다.

“국무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지는 않고 경제 수준이 함량 미달이라는 반론에 밀려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가 이 나라 경제를 부흥시킨단 말이오. 1단계로 조선소를 만들어 초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되면 자연히 기계·철강·전기·전자·해운 같은 연관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조성된다는데 왜 전부 안 된다고만 하느냔 말이오. 무조건 해보란 말이오!”

대통령은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불러 조선업에 진출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주영은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고 차관부터 얻기 위해 해외 라인을 총동원해 자금을 구해보려 애를 썼다. 그러나 ‘천하의 불도저’도 소득이 없었다. 

소식이 없자 참다못한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을 청와대로 불렀다. 김학렬 부총리가 배석했다.

“조선소 사업 알아보라고 했는데 어떻게 돼 갑니까?” (박 대통령)
 
“예...일본, 미국, 유럽 각지를 알아보고 다녔는데 도저히 돈도 빌릴 수 없고, 어려울 듯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실력에 조선소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정주영)

정주영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애 많이 쓰셨소. 어쩔 수 없지요’ 하는 위로의 말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시오!”

대통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정주영은 ‘조선소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갖고 다시 유럽으로 뛰어갔다.

정주영은 우여곡절 끝에 500원 짜리 지폐로 톰바톰 회장을 움직여 영국은행 차관을 약속 받고, 선박왕 리바노스의 도움을 받아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배를 수주하는 ‘봉이 김선달’식 경영 수완을 발휘해 울산 허허벌판에 현대중공업의 첫 삽을 뜨는데 성공했다.

그는 훗날 “대통령의 분노와 질책이 없었더라면 조선소는 영영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박 대통령의 구상대로 대한민국의 중화학산업은 현대중공업을 씨앗으로 탄탄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면담하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19년 5월. 지구 반대편인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한 동양인 기업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초청한 것이다. 그는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신 회장과 면담하면서 "매우 기쁘다. 한국 기업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루이지애나 주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축하 메시지에서 "대미 투자라는 현명한 결정을 내린 롯데그룹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이고, 우리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31억 달러(약 3조6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 중 하나이며, 한국 기업이 미국의 화학 공장에 투자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미국 기업인이든 해외 기업인이든 가리지 않고 우대하겠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트럼프는 반면 중국과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화웨이'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의 정보를 도둑질 해왔다"며 거친 분노를 표출하며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그 전쟁은 철저하게 미국 기업들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박정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특히 국익의 기반이 되는 경제 활력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석유 한 방울 안나던 나라, 필리핀보다 못살던 대한민국이 세계 무역 10대 강국 반열에 오르고, 죽어가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두 통치자의 강력한 ‘경제 우선주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국정 철학의 방해가 되는 요소에는 분노를 쏟아낼만큼 확신과 열정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도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도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하고, 국내-외 공장도 시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부의 반도체사업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검찰이 삼성그룹과 계열사 압수수색만 19차례 실시하면서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세계 최고 기업을 향해 쌓아가던 브랜드력과 신인도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부터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은 ‘기업 중심 성장’이 아니라 ‘사람 중심 경제’다.
 
사람 중심 경제는 일자리 중심경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4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공정경제는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대기업 총수의 지배력 축소를 뜻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정경제에서 파생된 대표적 이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태다. 삼바 사태란 분식회계를 통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며 금융위가 외부감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궁극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합병을 무효화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실질적으로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은 실질적으로 무효화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한 경제학 전공 교수는 “청와대 내 진보주의자들이 삼성그룹을 노동자 중심의 공기업형 기업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구상에 끌려가는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의심에 심증을 더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사에서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가 장악한 한국의 기업들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전문경영인과 노동자들의 나태와 부패였다.

기아자동차와 대한전선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에 잘나가던 기아자동차는 오너 부재 이후 1990년대 타락과 부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대한전선은 2003년 고 설원량 회장의 급작스러운 타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2009년 채권은행 관리로 넘어가고 말았다.

확고한 책임과 경영 리더십이 없는 공기업형 시스템으로 세계 최고기업 애플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그야말로 IMF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화학, 중공업 등 전 산업이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10대그룹의 영업 이익이 올 1분기 전년 대비 43% 감소한데 이어, 2분기에도 4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자의 크기가 커야 10명이 갈등없이 나눠 먹을 수 있다. 피자 크기가 손바닥만 하게 줄어들면 포크를 든 참여자들 사이에 싸움과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피자를 키우는 동력은 바로 기업이다.

박정희와 트럼프는 이 같은 국가 경영의 원리를 간파하고 있었다.

진보적 철학의 ‘사람 중심 경제’의 취지는 순수했고 많은 국민들이 지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나라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 오늘날, ‘기업 중심 경제’로 조속히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정규 대표이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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