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中, 1일부터 美에 25% 고율관세 추가
[포커스]中, 1일부터 美에 25% 고율관세 추가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6.01 11:52
  • 수정 2019.06.01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中 무역전쟁,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으로 격화하는 양상
수출 의존도 높은 韓, 한쪽 편만 든다는 인상 줘선 안 돼
미중 무역전쟁 고관세율 부과 현황[그래픽=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고관세율 부과 현황[그래픽=연합뉴스]

◇ 美中, 보복관세 부과하며 무역전쟁 격화

중국 정부가 1일부터 6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 관세를 최대 25%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2493개에 최고 관세율 25%, 1078개 수입품에 20%, 974개 수입품에 10%, 595개에 5%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부터 상호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아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 10일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보복 차원이다. 이번 추가관세 품목도 지난여름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 품목과 동일하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를,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매기려 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은 이미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5~25%의 관세를,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제 3000억 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200억 달러,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395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입량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 양국 모두 국내 정치상황으로 진퇴양난... G20 정상회의 계기 갈등 해소 낙관 못해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최대 관세율(25%)을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11월 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업지역을 정조준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18일 재선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들의 표심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리 쇼트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1일 제주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경기가 활황세였기 때문에 재선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 재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해 미국산 농산품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점 또한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국내 정치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대내외에 경제 성과를 과시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국 모두 미중 무역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내 정치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갈등을 해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전쟁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쇼트 선임연구원은 미국 국내 정치상황을 언급하며 미중 정상이 G20 정상회의에서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어떤 딜을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결국은 타협한 것 아니냐', '중국 국영기업 문제,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인권 침해 등 핵심이 빠졌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기술전쟁으로 확대[그래픽=연합뉴스]
미중 무역분쟁, 기술전쟁으로 확대[그래픽=연합뉴스]

◇ 美가 기술전쟁 촉발하자 中은 자원전쟁으로 맞불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으로 격화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양국의 패권경쟁은 물론이고 양국 기업의 첨예한 이해관계까지 얽혔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이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또한, 중국의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을 기술수출 제한 목록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의 기술과 부품이 중국에 공급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 안보 정보 등의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 자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장비 사용에 대해 자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그 결정은 (정보 제한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미국의 대중 수입품인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희토류 강국이고, 미국은 희토류 수입량의 80%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하면 미국의 방위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 "美, 미중 무역전쟁에서 더 큰 피해 볼 것"...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증시 악화

미중 무역전쟁에서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미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마틴 자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선임연구원도 "화웨이 사태에 내재한 문제는 안보가 아니라 중국의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국은 중국 경제와 중국의 가장 선진적인 역동성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경쟁력 잃었고 무역전쟁으로 큰 위험에 직면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과 미국 모두 고통받겠지만, 미국 경제가 더 큰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징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의 천원링 수석 경제연구원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경제성장에서 내수 기여도가 70% 이상"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에서 잃는 것이 더 많은 쪽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기업인들과 만났을 때 중국과 조속히 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새로 부과하는 모든 관세의 90%가 미국 기업과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 떠안기 때문"이라며 "대중국 관세가 부과될 때마다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미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번 달 6%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부과뿐 아니라 대멕시코 관세부과 방침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31일(현지시간) "무역전쟁은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무역전쟁이 이어진) 지난 17개월 동안 5조 달러(약 6천 조원)의 기대수익을 잃어버렸다"며 "무역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성장을 악화시키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같은 요인들로부터 회복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미중 무역갈등으로 전세계 공급망 분화돼 마찰 지속"... "韓, 원칙에 따른 선택해야"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분화로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이 될 전망이다. 

쇼트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공급사슬이 미국 중심과 중국 중심의 양대 축으로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무역 갈등으로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공급망이 완전히 무너지면 지속적으로 마찰과 분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정책이 왜곡돼 중복투자가 발생해 설비가 과잉 공급되고, 공급망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 물품 공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 제조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특히 대중·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한국 수출이 6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벌써 빨간불이 들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9.4% 감소한 459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경제에 양다리를 걸쳐 성장해왔는데, 미·중 무역분쟁은 이런 한국의 성공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든다. 무역을 통해 생존해 온 한국이 이 전쟁의 패자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들은 미·중 한쪽 편만 든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되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원칙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supermoon@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