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보험설계사, 1년에 1만명↓…대면채널 약해진다
생보업계 보험설계사, 1년에 1만명↓…대면채널 약해진다
  • 김혜리 기자
  • 승인 2019.06.07 17:32
  • 수정 2019.06.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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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17·노동 3권 보장으로 보험사 부담↑
GA 편입 설계사 증가…불완전판매 주의해야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국내 생명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가 1년 새 1만명(1만367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를 벗어난 전속 설계사들은 비교적 자유롭고 높은 시책을 보장하는 독립법인대리점(GA)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 이탈이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추진 중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대상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화'가 시행되면 조직 소형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24개 생보사에 등록된 설계사는 9만5679명으로 전년(10만6046명)보다 9.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IBK연금,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3개사를 제외하면 하나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만 2017년 23명에서 지난해 38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설계사 수는 각각 1858명·1401명·1922명씩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황의 침체로 설계사 수 전체의 파이도 줄고, 높은 시책을 제시하는 GA로의 편입이 늘어 전속 설계사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몸집에 비해 가장 많은 비율의 설계사가 감소한 곳은 신한생명이다. 신한생명의 전속 설계사 비율은 지난해 말 7283명으로 전년 동기(8536명)에 견줘 14.7%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생명 측은 "전부터 보장성 보험의 판매를 강화하는 내실 경영을 위주로 설계사 수는 줄었지만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9.2%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오는 2022년부터 도입되는 IFRS 17은 생보사들이 설계사를 줄이며 조직을 소형화하는 이유 중 하나다. IFRS 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 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새 회계기준에 따르면, 예전 보험사의 순자산을 늘리는 데 기여했던 저축성 보험 판매는 생보사에게 자본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과거 생보사는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판매해왔다.

이에 생보사들은 조직 축소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중이다. 현재 논의 중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인정 정책도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 수를 줄이는 이유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3권 보장,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근로계약 대신 회사와 별도 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한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회사와 위탁계약을 근거로 보험상품 영업활동을 하지만 일반 근로자와 달리 근태에 대한 제약이 없다. 비교적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받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식이다.

지난 3일에는 서울시가 오렌지라이프 보험설계사 노동조합 설립을 승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설립 승인은 노사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40만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에 대해 보험사가 2조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전속 설계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속 설계사의 이탈이 GA를 향한 '자의'든 보험사의 '타의'든, 보험사들의 대면영업 실적 악화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아직 비대면채널의 상품 판매율이 저조한 상태에서 대면영업조직은 보험사의 핵심 판매망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 17과 특수고용직 정책, 그리고 설계사들의 GA 이탈로 보험사의 영업 조직은 계속 작아질 것"이라며 "설계사의 이탈은 불완전 판매나 '고아계약(설계사 이직·퇴사로 사후 관리가 안 되는 계약)'이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혜리 기자]

kooill91@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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