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농협생명 이름값만 600억원 '웬말'
가뜩이나 힘든데…농협생명 이름값만 600억원 '웬말'
  • 김혜리 기자
  • 승인 2019.06.10 15:50
  • 수정 2019.06.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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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사용료 매년 상승…상반기에만 18% 증가
[사진=김혜리 기자]
[사진=김혜리 기자]

보험업황 침체로 내실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NH농협생명이 '농협' 이름값으로만 500억원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에도 농협중앙회로 납부하고 있는 명칭사용료가 늘어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는 최근 3년간 매출액 평균 기준 2.45%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302억원 △2016년 496억원 △2017년 526억원, 지난해에는 628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 명칭 사용료로 지출한 금액은 3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4억원)에 비해 18% 증가한 금액이다.

이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는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봤을 때 적지 않은 수치다. 한화생명도 연간 500억원 안팎의 브랜드 비용을 한화에 지불한다. 다만 한화생명의 지난해 매출액이 농협생명보다 두 배 이상인 점을 감안해보면, 농협생명의 '이름값'에 대한 출혈은 한화생명의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2017년 금융당국은 농협생명이 당기순이익보다 지출하는 명칭사용료 규모가 커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농업지원사업비로 이름이 바뀐 명칭사용료는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자회사들로부터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이다. 현재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생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완전 자회사이다. 농협생명이 중앙회에 명칭사용료를 지출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어지는 실적 부진에 연간 500억원 이상의 명칭사용료는 과도하다는 평이다. 농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말 2.6%을 기록했다. 지난해 환헤지 손실과 주식투자로 인한 손상차손으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올해 1분기 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투자 손실에 의한 실적을 끌어올리기 버거운 상황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올해 실적 부진 배경은 자산 운용 부문에서 금리 역전과 환율 영향으로 환헤지 부문 손실이 컸다"며 "저금리 기조에서 운용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에 대비해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2년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 17이 도입된다. 이에 따르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 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요즘 들어 보험사들이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자본을 늘리기 위해 저축성 보험을 판매해왔던 생명보험사들이 IFRS 17에 따른 부메랑을 맞게 될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자본 건전성을 위한 '내실 경영'이 요구되는 가운데, 명칭사용료 출혈이 큰 농협생명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는 농협중앙회에서 최근 3년간 매출 평균을 갖고 배분하며, 농협생명은 계열사로서 그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라며 "수입보험료가 줄어드는 추세라 향후에는 조정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중앙회 차원에서도 농업지원사업비 대해 어떻게 할지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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