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동반자’ 이희호 여사, ‘여성운동 선구자’ 이름 남기고 역사 뒤안길로
‘DJ 동반자’ 이희호 여사, ‘여성운동 선구자’ 이름 남기고 역사 뒤안길로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9.06.11 06:16
  • 수정 2019.06.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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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영원한 동지…죽음 문턱 넘나드는 남편 지키며 동행
일제·해방·분단·독재정권 탄압 거치며 파란만장한 삶
입원치료 중 병세 악화…동교동 시대, 역사의 뒤안길로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하는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하는 이희호 여사 [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운동의 선구자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 여사는 노환으로 지난 3월부터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다가 이날 병세가 악화돼 오후 11시37분 끝내 눈을 감았다.

최근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주부터는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위중한 상황이 이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 여사는 건강이 악화하기 직전까지 늘 성경책을 가까이하고 소식을 하는 절제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1922년 유복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전 문과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했다.

대한여자청년단(YWCA) 총무 등 1세대 여성운동가로 이름을 날리던 이 여사는 가난한 정치 재수생이었던 DJ와 만나 1962년 결혼했다.

1951년 피란지 부산에서 김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나고 10년 뒤 첫 부인과 사별한 김 전 대통령을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된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후 정치적 고락을 함께 했다. 1972년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1973년 납치사건, 이후 가택연금과 투옥, 1980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한 수감, 미국에서 귀국한 뒤 가택연금 등 정치적 고난을 함께 견뎌냈다.

김 전 대통령이 사형 판결을 받았을 때 이 여사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구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네 번째 도전한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이 여사는 70대 후반의 고령임에도 아동과 여성 인권에 관심을 두고 '사랑의 친구들', '여성재단'을 만들어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왔다.

2002년에는 3남 홍걸씨, 차남 홍업씨가 연달아 구속되면서 참담함을 맛봐야 했고, 퇴임 직후엔 '대북송금 특검'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서거하면서 47년에 걸친 김 전 대통령과의 부부생활은 마감했지만, 이 여사는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 행사를 개최하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유업을 잇기 위해 힘을 쏟았다.

2011년 12월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햇볕정책의 계승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 서거하고 이 여사가 별세함에 따라 '동교동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 여사를 김 전 대통령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교동계의 대모로서 진보진영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회고했다.

이 여사는 생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한길을 걸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유언으로는 두 가지를 말했다. 이 여사는 먼저 남편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으며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또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라고도 당부했다.

이 여사의 장례는 유족, 관련단체들과 의논하여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하기로 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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