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초대석] 천영우 이사장 "北이 핵 내놓기 전에는 개성공단 해제 불가능" [2부]
[WIKI 초대석] 천영우 이사장 "北이 핵 내놓기 전에는 개성공단 해제 불가능" [2부]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6.14 08:06
  • 수정 2019.06.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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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기주의 만연한 WFP 등 국제기구, 北 식량 문제 과장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승리하면 北 비핵화 후퇴 가능성 커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최지환 기자]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최지환 기자]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문 닫은 개성공단은 오늘날 냉각된 한반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설명회를 여는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핵 문제가 전격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천영우 이사장의 경우 개성공단 문제를 '냉철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위키리크스한국과의 대담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제재가 다 해제된 후, 앞으로 수년 후에 일어날 일을 마치 현재 가능한 것처럼 희망을 부풀리고 환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내놓기 전에 제재 해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성공단 재개문제, 북한의 해외근로자 문제, 미국과 북한의 역학관계,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천 이사장의 견해를 들어봤다.

▷ 개성공단 재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걸림돌들만 제거된다면 곧바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개성공단을 재가동한다고 해봅시다.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현물로 주면 된다고 하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나 중국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올해 말, 12월 31일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북한이 제재를 버티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 몇만 명을 채용해 쌀이든 초콜릿이든 현물로 임금을 지급한다면 제재 정신에 어긋납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기업들과 그 기업들과 거래하는 은행들 모두 제재 대상이 됩니다. 그 기업들이 입을 손실은 다 누가 감당합니까?

대한민국이 '북한 비핵화 방해세력'으로 전 세계에 부각되는 효과 밖에 없습니다. 개성공단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천분의 1, 만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개성공단을 위해 우리가 비핵화를 방해하는 데 앞장서는 세력으로 낙인찍힙니다. 세계와 맞서는 정책을 정부가 할 리 없습니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사람들을 달래기 위한 제스쳐일 뿐입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지원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밀이나 옥수수로 지원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쌀이든 밀이든 옥수수든 북한에 식량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북한이 2012년에 채택한 '포전 담당책임제도'는 북한의 농지를 사유화한 농업혁명입니다. 포전담당제를 시행한 이후 농민들은 소출의 일정 비율만 당국에 바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농민들은 당국에는 생산량을 축소해 신고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식량상황을 가장 현실성 있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시장가격입니다. 그런데 북한 장마당에서 곡물의 시장가격이 내려갔습니다. 배급량은 줄었는지 몰라도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1차 상품인 농산물의 가격은 공급이 10%만 부족해도 폭등하고, 5~10%만 남아 돌아가도 폭락합니다. 식량이 모자라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앞으로 장기간 제재를 버티기 위해 북한이 엄살을 부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식량이 심각하게 모자랄 리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의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재의결했습니다.

"WFP 등 국제기구는 시장에 가보지도 않고 가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밀어붙이면 갈 수 있는데 북한 군 당국이 가지 못하게 했다며 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 식량 문제를 과장해야 WFP가 살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그런 짓을 많이 했습니다. WFP는 예산과 조직을 유지하는 데 조직의 명운을 걸고 있습니다. 북한이 식량이 모자란다고 하면 반깁니다. 북한과 이해관계가 일치해 통계를 과장하고 왜곡합니다. 

북한은 배급이 아니라 대부분 시장을 통해 식량을 분배합니다. 그런데 WFP는 시장에도 가보지 않고 50여 가구에만 식량 사정을 물어보고 식량이 모자란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500여 가구를 조사했다고 해도 그 신뢰성이 의심받을 정도인데 고작 몇십 가구만 조사했습니다. 식량이 많아도 모자란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WFP, 유네스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은 식량이 부족한 국가를 위해 모금하는 '합동지원 요청(CAP: Consolidated Appeals Process)'이란 것을 합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나 소말리아에 식량이 모자란다면 모금이 잘되는데 북한에 식량이 모자란다면 모금이 잘 안 됩니다. WFP가 북한 식량난에 대해 얘기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WFP를 반기지 않습니다. WFP가 북한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 대사에게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WFP 직원 한 명을 유지하는 데 일 년에 월급과 여행경비 등 2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갑니다. 반면 북한 주민 한 명이 받는 월급은 1달러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 수천 명이 먹고 살 돈을 WFP 직원 한 명을 유지하는 데 쓰는 셈입니다."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위해 북한을 활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습니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국의 패권적 횡포를 막는 데 가장 유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중국과 야합합니다. 미국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이익이 훼손되더라도 중국과 손을 잡습니다. 미국만 100% 믿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패권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볼 국가들과 미리 손을 잡고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군사동맹은 아니더라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대중 정책을 공조해야 합니다. 베트남, 인도,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우리와 동아시아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가까운 국가입니다. 이런 국가들과 어떻게 전략적으로 공조해 중국을 다룰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가 앞장서서 참여해야 합니다. 남중국해 문제에도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한국과 일본만큼 이해관계가 비슷한 국가가 없습니다.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과거의 유령이 현재와 미래를 지배하고 있어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스스로 해치는 시대착오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이 그 예죠.

한편 아직도 과거에 조공을 바치던 시대 정신으로 중국을 대합니다. 친중 위정척사파의 DNA가 국민 의식에 살아 있는 듯합니다."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최지환 기자]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사진=최지환 기자]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이 폐기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를 선언했고, 푸틴 대통령은 INF의 효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습니다. 미러간 군비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물론 군비경쟁이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협상전략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중거리 핵무기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도 이 지역에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INF를 깨는 이유는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몰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하는, 유라시아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INF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타깃으로 한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죠. 미국도 이를 겨냥해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 동아시아에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구상이 상당히 많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중거리 핵무기까지 동시에 커버하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더 큰 INF를 목표로 미국이 전략적으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의 정권 교체 시기에 도발해왔습니다. 미국 대선 기간을 이용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하는 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단을 약속한 ICBM 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moratorium)을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모라토리엄을 자기 공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습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공적을 박탈할 수 있는 재량이 김 위원장에게 있습니다. 그걸 박탈해버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자기 공이라고 주장한 게 다 거짓이 됩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행사할 정당한 명분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겠다고 해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두 번이나 만나 모라토리엄을 받는 등 외교적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이러한 노력을 원점으로 돌려버리면 앞으로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어집니다. 군사 옵션을 사용하기 전에 외교적인 노력을 먼저 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습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해 상황을 반전시키고 대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김 위원장이 파격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됩니다."

▷김 위원장이 그런 무리수를 둘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 위원장은 바보가 아닙니다. 북한이 미국에 얻어맞고 협상에 나오는,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 리 없습니다. 군사적 도발은 북한이 망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당한 후 갈 수 있는 길은 협상 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북한이 '영변 핵시설만 내놓을 테니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군사적인 응징을 당한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한은 협상력을 잃게 되죠. 미국이 강요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핵무기와 핵물질 반출, 핵시설 폐기 일자를 일방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가장 불리한 협상구도죠.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군사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반격하고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군사공격을 당하면 그 능력 자체가 다 없어져 버립니다. 반격하면 북한이 망합니다."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나요?

"민주당 계열의 핵 혹은 군사 전문가들 중에는 북핵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욕을 부린다며 북한 핵능력을 동결하고 제한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주장합니다. 즉, 미국까지 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고 북핵을 동결해 미국 본토만 지키면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런 사람들이 정부 외교안보팀에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뒷걸음치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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