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오빠가 말이야 때밀이가 되어버렸어”... 5G로 보는 웹툰 ‘목욕의 신’
“사실은 오빠가 말이야 때밀이가 되어버렸어”... 5G로 보는 웹툰 ‘목욕의 신’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6.13 14:48
  • 수정 2019.06.1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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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가상현실(VR) 비교 체험... 웹툰·프로야구 중계·연예인과 데이트
사람 몰려 20초 동안 웹툰 ‘목욕의 신’ 시청... 활자가 튀어나오는 몰입감
통신사에 따라 웹툰 보는 법은 연속 화면과 분할 방식으로 나뉘어

 

13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하남점 1층에 마련된 이동통신3사 5G 체험공간에서 웹툰 '목욕의 신'을 시청 중인 기자.
13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하남점 1층에 마련된 이동통신3사 5G 가상현실(VR) 체험공간에서 웹툰 '목욕의 신'을 시청 중인 기자.

“진한 위스키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이 기분. 아무도 모른다.”

실제 5G VR 전용기어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B·Head mounted display)로 재생되는 웹툰 '목욕의 신' 4화 중 주인공 허세의 독백 중. 
실제 5G VR 전용기어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B·Head mounted display)로 재생되는 웹툰 '목욕의 신' 4화 중 주인공 허세의 독백을 촬영한 장면. 

말 그대로 허세에 살고 허세에 죽는 23살 남자, 그 이름은 하일권 작가의 웹툰 ‘목욕의 신’의 주인공 허세다. 때밀이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그는 ‘목욕탕’으로 요약되는 현실이 싫어 서울을 도피처로 삼았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자 서울은 도피자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허세를 유지하고자 끌어 쓴 빚은 어깨를 짓눌렀다. 허세는 그렇게 운명처럼 다시 목욕탕을 찾았고 때밀이가 됐다. 목욕탕에서 열어젖힌 인생 2막에서 최고의 때밀이가 된 허세는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진심을 담은 만큼 전해지는”(14화 중 허세 독백) 것도 없지는 않다는 걸 깨닫는다. 

하 작가의 특유의 ‘병맛’(정확한 의미 규정은 어려우나 다소 비정상을 말하는 신조어) 코드 탓에 우리네 현실과 다른 이질감만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오히려 허세의 삶은 지방에서 10대를 보내던 청년들이 서울에서 자립하며 맞닥뜨리는 삶과 닮았다. 그런 공감대 덕분일까. 2011년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된 이 작품은 2017년 재연재됐다. 그리고 이제 이 작품은 5G 현실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에서 다시 태어났다. 

13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하남점 1층 내 LG유플러스가 운영 중인 U+5G 체험 공간. 이곳에서는 지난 4일부터 이동통신 3사의 VR 서비스가 시연되고 있다. ‘목욕의 신’ 등의 웹툰을 포함해 프로야구 중계, 연예인과의 가상 데이트 등을 즐길 수 있다. 콘텐츠를 미리 탑재한 5G 스마트폰에 연결된 헤드기어만 착용하면 3사의 VR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다. 다만 비교 과정에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와이파이(WIFI) 조건에서 시연이 이뤄졌다. 마지막엔 어느 통신사 5G가 좋은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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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로 진행된 5G 가상현실(VR) 비교 체험.

1~4세대만 구동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툰과 얼마나 다를까. 얼굴에 일회용 마스크를 얼굴에 붙인 뒤 5G VR 전용기어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B·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둘러 안경처럼 착용했다. 평소 착용하던 안경이 들어갈 정도로 기어 안 공간은 넉넉했다. 웹툰 시청이 시작되자 배경음(BGM)이 흘러나왔다. 마음대로 BGM을 고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몰입감을 더할 수 있었다. 

체험 공간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시연을 원하는 관계로 체험은 20여 초에 불과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가장 ‘5G스럽다’고 느낀 것을 꼽자면 활자다. 기존 스마트폰에서 웹툰을 보면 작가가 원근법 효과를 의도하지 않는 이상 활자와 그림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5G 현실에선 마치 그림 위에 활자를 띄운 것 같은 시각 효과가 연출된다. 웹툰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사람이 말하면 직접 귀에 꽂히듯 귀를 대신한 눈이 활자를 받아들인다고나 할까. 

다만 이동통신사별 구현 효과는 너무나 달랐다. K사의 경우 웹툰 속 각 컷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이와 달리 L사는 각 컷만 보여준다. 연속 화면은 계속해서 다음 장면으로 넘기는 수고가 없고, 컷을 빠르게 전환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화면이 연속되다 보니 매 장면에 몰입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컷마다 나눠 보는 방식은 대사나 장면에 대한 몰입감이 높다. 렌즈에 비친 화면에 컷이 꽉 차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음 컷으로 넘기는 데 약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호에 맞춰 5G 환경을 선택하면 되겠다 싶다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통신사에 가입하든 두 가지 방식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이 스친다. 

실력 없고 허세 가득했던 ‘목욕의 신’ 허세가 목욕탕 안 동료들에게 때밀이로서 능력을 인정받자 인생 첫 욕심이 생겼다. 웹툰 14회차에서 허세는 이렇게 말한다. 

“진심으로 가지고 싶어졌다.”

aftershock@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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