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조선 2척, 중동 호르무즈 해협서 '피격'
대형 유조선 2척, 중동 호르무즈 해협서 '피격'
  • 전제형 기자
  • 승인 2019.06.14 11:45
  • 수정 2019.06.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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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정세 급경색… 국제유가 4% 급등
美, '유조선 피격' 오만해에 군함 급파
日 아베 총리 화해 중재 노력 물거품
오만해 피격에 불타는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호' [사진=연합뉴스]
오만해 피격에 불타는 유조선, '프런트 알타이르호'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중동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격된 선박 중 1척은 일본 선사 고쿠카산교 소유의 유조선으로, 석유제품을 싣고 대만을 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 피습은 이란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야톨라 하메니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는 중에 발생했다.

NHK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만해역에서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 소속 프론트 알타이르 호와 일본 고쿠카산교 소유의 고쿠카 코레이져스호 대형 유조선 2척이 피격을 당했다.

일부 언론으로부터 유조선이 어뢰에 맞았다거나 포격을 당했다는 보도들이 나왔으나 무엇에 의해 피습 당했는지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공격의 주체나 배후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프론트 알타이르 호에서는 화염과 함께 총 3차례 폭발이 발생했고 선원 23명 전원은 한국 현대상선 소속 현대두바이호에 의해 구조됐다.

고쿠카 코레이저스호 선원 21명도 피습 직후 배를 포기하고 대피했으며 2척의 선원 44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돼 부상 1명 외 피습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관영언론은 피습을 당한 프론트알타이르호가 결국 침몰했다고 보도했으나 선사측은 이를 부인했다. 고쿠카 코레이저스호는 피해를 입었으나 침몰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NHK에 따르면 공격을 받은 2척 중 1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만 5000톤의 메탄올을 적재한 채 싱가포르로 이동하던 중이었으며, 다른 1척은 나프타 10만톤을 싣고 일본을 향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피격은 지난달 12일 아랍에미리트(UAE) 해역에서 상선 4척이 주체 불명의 세력에 의해 사보타주 공격을 받은지 한 달 만에 발생했다. 당시 미국은 이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은 공격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해 중동 정세에 미칠 충격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일본 총리로서는 41년만에 이란을 방문한 아베 총리의 화해 중재 노력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미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란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오늘 오만해에서 발생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평가"라며 "이 평가는 정보와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의 수준, 최근 이란이 선박에 가한 유사한 공격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외교부는 아베 총리와 이란 최고지도자간 평화로운 대화 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며 배후론을 일축했다.

이란 내각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날 "중동의 모든 나라는 지역 불안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며 "이번 공격은 중동의 불안을 일으키려는 정치적 공작"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4% 가까이 급등했다. 피격 해역이 세계 원유, 석유제품의 3분의 1 정도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 운송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 걸프 산유국들은 세계 수요량의 20%에 달하는 하루 1800만 배럴의 원유 중 대부분을 이 해협을 통해 해외로 수출한다.

걸프국들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가 홍해로 가는 송유관을 건축하는 등 대안을 모색했으나 번번이 다른 공격에 노출돼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걸프국들의 석유를 운송할 통로는 사실상 호르무즈해협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올로 다미코 국제중립유조선주협회(IAITO) 회장은 "모든 국적의 선박과 선원들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며 "이 해역이 안전하지 않으면 서방 전체의 공급이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미군은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 중동의 새로운 갈등에 관여하는 것이 관심 사항은 아니라면서도 항해의 자유를 포함한 미국의 이해관계(interest)는 지킬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얼 브라운 미 중부사령부 중령은 "오늘 공격은 국제적인 항해 및 무역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며 "미국과 중동 지역의 파트너들은 우리 자신과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중동 지역의 새로운 갈등에 관여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이란과 전쟁은 우리의 전략적 관심 사항도, 국제사회 최고의 이익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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