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아시아나항공 어디로… 금융시장이 애경그룹을 주목하는 세가지 이유
[WIKI 프리즘] 아시아나항공 어디로… 금융시장이 애경그룹을 주목하는 세가지 이유
  • 전제형 기자
  • 승인 2019.06.18 11:17
  • 수정 2019.06.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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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은 어디로 갈 것인가.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를 지난달 선정해 실사를 진행해온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이달 말쯤 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달 초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현재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외에 회계법인 EY한영, 법무법인 세종, 케이엘파트너가 참여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호산업 측이 내달 초 잠재 인수 후보들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하게 될 경우, 빠르면 8월 예비입찰을 진행해 오는 11월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33.47%)를 매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실사 결과와 2분기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 실사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거나 2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해 자본훼손으로 이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대주주 차등감자론까지 대두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까지 부분 자본잠식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자본잠식의 위험도가 크게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현재 재무상태는 자산총계 11조1,500억원, 부채총계 9조6조7,000억원, 자본총계 1조4,800억원이다. 자본잠식까지 약 4,600억원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부실이 드러날 경우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을 우려가 높다.

지난해 초 대우건설 매각작업 당시 실사가 완료된 후 추가적인 해외부실이 발견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열흘 만에 돌연 인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결정하던 4월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회장이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결정하던 지난 4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회장이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SK, CJ, 한화, 롯데 등 거론되던 대기업들 일제히 ‘부인’…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간사의 실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이러한 차원과 별개로 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느냐는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발표된 이후 SK를 비롯해 한화, 롯데, CJ 등 대기업들의 이름이 인수 후보에 오르내렸지만 이들 기업이 하나같이 부인했다.

해당 그룹들은 “최근 항공시장은 저가항공(LCC)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그룹 재무구조만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룹에서 인수해봐야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가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애경그룹의 경우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첫째 이유는 ‘인수 시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애경그룹은 설립 6년 만에 흑자구조로 성장시켰다.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면 북미, 유럽, 중국 등 운수권까지 확보해 단숨에 국내 최대 항공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 문제다.

그동안 채권단이 수많은 대기업들을 매각했지만, 단순한 투자자들(펀드)의 경우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여 재매각하기 위해 과감하게 인력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 결과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져 매각 악순환 구조에 빠져드는 사례를 숱하게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으로서는 관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그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또한 정부도 관련 기업에 참여를 독려해야 할 입장이다. 저가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정도의 그룹 규모를 가진 기업이 애경그룹이라는 것도 채권단의 큰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셋째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보다는 항공 관련 기업으로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 인수자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측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그룹, 또는 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 논란에다 엉뚱한 사업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업이 몸살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애경그룹이 인수한다면 LCC 분야와 장거리 노선 양쪽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가는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경그룹으로서도 LCC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기왕 항공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상,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크게 도약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설사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항공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연합뉴스 PG]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연합뉴스 PG]

▶과제는 자금 동원과 정치적 논란의 벽

애경그룹이 참여할 경우 M&A전문가로 꼽히는 안재석 AK홀딩스대표이사가 실무적인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정한 매각방식은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다.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 등이 보유한 지분 33.49%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상가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는 지난해 매출 3조7,112억원에 영업이익 2,697억원, 당기순이익 2,0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유동자산은 1조3,833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룹의 자회사인 제주항공은 지난해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 2,227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주력사인 애경산업 역시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현금성 자산을 1,300여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AK홀딩스도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으로 현금성 자산을 5,114억원이나 쥐고 있다. 여기에 올해말 EBITDA(이자·법인세전 영업이익)는 AK홀딩스 4,410억원, 애경산업 1,008억원, 제주항공 2,442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자금을 다 쏟아붓지 않더라도, 재무적투자자(FI)와 어느 정도의 컨소시엄 구성이 이뤄진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돈을 투자하고, 경영 기업에 맡기는 구조다.

표면적인 인수 가격과 조건들 외에 아시아나항공을 품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7,032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900%에 육박한다. 이어 지난해말 기준 총 차입금이 3조4,400억원,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1조3,2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관련 우려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실제 부채는 약 3조7,000억원 수준이며, 이를 다 갚아야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갚고 나머지 부채는 안고 가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애경그룹 본사 전경 [연합뉴스]
애경그룹 본사 전경 [연합뉴스]

자금문제와 함께 부담스런 부분은 정치적 '특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만일 애경그룹이 인수해 정상화 될 경우 야권 측이 두고 두고 정치적 특혜 시비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호남지역 대표기업으로 각인돼 있다. 내년이 총선인데, 호남지역에서 반발하는 등 악재가 되지 않을지 여권에서는 우려하는 면이 있다.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적지않게 정치 수난을 겪었던 애경그룹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같은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입찰 절차를 투명히 해야 하고,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그동안 숱하게 대형M&A가 이뤄졌지만, 1차 입찰에서 인수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시장 참여자들의 관측이다.

1차 입찰에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등 매각자측이 높은 가격 조건을 제시할 것인 반면, 인수희망자는 부채 탕감을 전제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두차례 입찰이 무산된 후 본격적으로 매각이 이뤄지게 될 것이며, 애경그룹도 그 때서야 ‘진짜 카드’를 내밀지 않겠느냐는게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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