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비리 검사’ 수사한 경찰의 영장, 기각하시겠습니까?... 검증대 오른 윤석열
[WIKI 프리즘] ‘비리 검사’ 수사한 경찰의 영장, 기각하시겠습니까?... 검증대 오른 윤석열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06-18 14:44:31
  • 최종수정 2019.07.24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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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6년 전 ‘뇌물 검사’ 압수수색 영장 기각
기각 명분은 “비리 검사 처벌하려고 해도 검사의 수사지휘받아야” 
‘고소장 위조 검사’ 수사 중인 경찰은 다시 압수수색 카드 만지작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文 대통령은 수사지휘권 축소 입장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사를 사법처리(처벌)하려고 해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제청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6년여 전 경찰과 각을 세우면서 내뱉은 말이다. 당시 윤 후보자는 ‘경찰 수사의 꽃’이라 불리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를 수사지휘하는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보직을 제외하면 중앙지검 특수1부는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다. 

당시 지수대는 특수통 계보를 따질 때 윤 후보자보다 선배인 김광준(58·20기) 당시 서울고검 부장검사(차장검사 직급)의 9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지난 2008년 중앙지검 특수3부장이던 김 검사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수사 대상에 올릴 정도로 무서움이 없던 인물이다. 

특수통 선배이자 뇌물 혐의 피의자를 경찰이 수사했을 때 가로막은 검사가 윤 후보자다. 당시 지수대는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9억 7000여 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 검사를 수사 중이었다. 뇌물 공여자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최측근도 있었다. 역대 ‘뇌물 검사’ 중 단연 액수로 따지면 김 검사가 1위였다. 

그런데도 경찰이 신청한 김 검사의 계좌추적 영장이 나오지 않았다. 지수대는 김 검사에게 뇌물을 보낸 사람의 계좌를 추적하면서 이 계좌와 연결된 김 검사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장 중에 가장 난도가 낮은 압수수색 영장부터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지수대가 김 검사 명의 계좌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2012년 11월 16일, 윤 후보자는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기각 이유를 읊었다. 윤 후보자가 내세운 명분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다. 그는 ‘영장 스크린(screen·부유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 기준’이란 말을 썼다. 경찰이 수사 방향이나 절차에서 잘못이 있으면 검찰이 여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영장은 통상적인 수사지휘 관행과 기준과 원칙에 의하면 응당 기각하는 것이 맞다. 객관적인 영장 스크린 기준에 따르면 이런 영장 신청 가지고는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를 청구할 수가 없게 돼 있다.”

윤 후보자가 내세운 수사지휘의 ‘관행’ ‘기준’ ‘원칙’은 영장에 첨부된 수사기록에 ”돈을 입금한 사람에 대한 내용이 전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기록을 수사지휘하는 검찰에게 다 보여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견 타당해보이는 기각 이유는 곧바로 경찰 수사팀에게 반박됐다. ‘중은 제 머리 깎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검사의 범죄와 비위를 경찰이 수사하는 데 검찰이 수사지휘 명목으로 사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보고받겠다는 건 ‘나쁜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헌기 당시 경찰청 지능수사과장은 “수사 또 특임에서 채갈 텐데 우리가 어떻게 그걸 보여주나”라며 “패를 다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쁜 의도’가 실제 없지는 않았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김수창 특임검사(특임)를 가동했다. 특임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지수대가 수사하던 줄기 대부분을 넘겨받았다. ‘검사의 수사지휘 대통령령’은 동일 사건을 2개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한다.  

특임에게 ‘유진그룹 뇌물’ 부분을 넘긴 지수대는 수사 의지만은 내려놓지 못했다. 자금 흐름의 종착지라 볼 수 있는 김 검사의 실명 계좌를 발견한 까닭이다. 문제는 사건을 빼앗겼다는 경험칙에서 비롯됐다. 지수대는 김 검사의 실명 계좌에 돈을 넣어준 사람의 혐의를 특수1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윤 후보자가 지적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고소장 위조 검사’ 수사하는 경찰... 검찰은 이번에도 영장 기각?
다시 한번 경찰의 검찰 수사다. 사건 개요는 간단하다. 2015년 부산지검에서 한 검사가 고소장을 분실하자 상부의 보고 없이 고소장을 위조했다. 같은 고소인이 제출한 다른 고소장을 복사했다. 여기에 표지를 붙이고 부장검사와 차장검사의 도장을 몰래 찍었다. 검사가 실수를 숨기려다 허위공문서까지 만든 것이다. 

문제의 검사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채 2016년 6월 검찰에서 퇴직했다.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대검의 지시에 따라 부산지검은 뒤늦게 감찰에 나섰으나 해당 검사가 사표를 내고 옷을 벗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때 적용된 정무 논리 ‘정직보다는 사직’(조기룡 당시 대검찰청 감찰1과장)이 법령 기준인 ‘고의가 있는 경우 중징계’(공무원 비위사건 처리 규정)보다 우월했다. 검사징계법상 중징계는 최소 정직인데 경징계로 결론이 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윤 검사가 징계받지 않은 배경엔 “비위 혐의를 감찰해 인지했으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중징계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의식적으로 그 직무를 포기”(지수대가 조 전 과장에게 통보한 내용)한 직무유기 범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 감찰1과 압수수색을 검토 중이다. 문제의 검사가 저지른 범죄가 과연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 사안인지 확인하려면 당시 감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은 실체가 있다. 실제 이 전직 검사는 사건 발생 2년 만에 공문서위조로 불구속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다면 그 시점은 공문서위조 혐의를 심리 중인 부산지법 형사5단독의 선고인 19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법원에서 공문서위조라고 인정하는데, 검찰이 영장을 반려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 

문제는 다시 윤 후보자다. 윤 후보자는 지수대가 향후 강제수사에 착수할 경우 영장을 지휘하는 중앙지검 특수부를 통할하는 중앙지검장이다. 윤 후보자는 6년 전 ‘김광준 사건’ 때 “검사를 사법처리하려고 해도 검사 지휘를 받아야 하고, 판사를 사법처리하려고 해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된다면 유명 영화 제목과는 다르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자 제청에 동의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제시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수사지휘권 축소이기 때문이다.  

검경은 ‘경찰 1차 수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두고 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경찰이 검찰에게 사건을 송치하는 시점 전후로 1차 수사와 2차 수사로 나누고, 1차 수사 때는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게 이번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두 수사기관이 각을 세우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검찰 총수의 교체기다. 윤 후보자는 곧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인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의 질문을 마주한다. 청문회 준비 기간 ‘고소장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012년 11월 16일처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수사지휘권을 명분 삼아 기각하기가 쉽지 않다. 청문회에서 ‘수사지휘권 축소에 동의합니다’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여기까지 온 윤 후보자에게 어쩌면 지금이 소신과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검찰총장에 오르기 전 윤 후보자의 첫 검증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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