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초대석] 이성현 세종硏 센터장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전쟁… 이제 시작이다" [1부]
[WIKI 초대석] 이성현 세종硏 센터장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전쟁… 이제 시작이다" [1부]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6.19 07:33
  • 수정 2019.06.1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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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쟁 30년 장기화 전망... "韓美 동맹, 대(對)중 지렛대"
"화웨이 사태, 기업 논리 아닌 국가안보 논리로 접근해야"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사진=위키리크스한국]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사진=위키리크스한국]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끝나냐고요? 미·중 패권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미·중 관계와 북·중 관계 분야의 권위자인 세종연구소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이 '위키리크스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중 전쟁의 본질을 밝히고 미중 전쟁의 전망과 한국 정부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이성현 센터장은 18일 인터뷰를 통해 "요즘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을 이제 막 시작했고, 그 1단계가 무역전쟁이다. 미중 관계는 앞으로 30년간 '악화'와 '봉합'을 반복하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를 의식해 가끔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체적으로는 '하향 평준화'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 사태를 기업의 논리가 아닌 국가안보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한국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인지를 생각해보고 이를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는 게 정답인데,  중견 국가인 한국이 그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현 센터장은 미국 그리넬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박사학위(정치커뮤니케이션)를 받았다. 스탠포드대학교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Pantech Fellow, 2013~2014)를 거쳤으며 현재 베이징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시니어리서치펠로우(nonresident)이기도 하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중 관계와 북중 관계이며 지난 4월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중국편을 출간했다.

이성현 센터장과의 인터뷰 1부에서는 △미중 전쟁의 전망, △화웨이 사태의 본질, △한국 정부가 가야 할 길을 진단한다. 인터뷰 2부에서는 △한국 정부와 인도·일본·싱가포르 정부의 대중·대미 외교를 비교해보고, △'하나의 중국' 원칙 등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국의 갈등 봉합 여부 등을 전망한다.

다음은 이성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가치관과 세계관이 전혀 다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막아주던 '무역'이라는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중 관계에서 무역은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약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중국에 하청을 주면 중국이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월마트 등에 납품해왔죠. 이처럼 경제적인 상호 보완성이 미중 갈등을 완충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부를 축적한 중국이 '첨단기술 굴기'에 나서자 미국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매우 감소했고,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실리콘 밸리의 첨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까지 합니다.

애초에 미국과 중국은 공통점이 없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입니다. 자유, 민주, 인권, 법치, 자유 질서에 기반한 무역, 티베트, 대만, 북한, 남중국해, 화웨이, 사드 문제 등 많은 사안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국 인권 문제, 남중국해 갈등, 센카쿠 열도 분쟁,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문제, 종교 박해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겁니다. 미중 무역 전쟁은 패권 전쟁의 가장 첫 단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 맞서 중국이 장기간 버틸 수 있을까요?

"중국은 장기전에서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에서 '인식'(perception)은 '사실'(fact)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규모로 보자면 미국이 1등, 중국이 2등, 일본이 3등입니다. 2010년에 중국과 일본의 순위가 역전됐는데, 지난 9년간 중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3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20년 전 미국 경제의 8분의 1 수준에서 이제는 4분의 3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당분간 중국이 미국에 두들겨 맞는다고 해도 상당기간 2등으로 남을 정도의 맷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를 '백 년에 한 번 오는 대변혁의 시기'(百年未有之大變局), 즉 미국을 따라잡을 역사적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20년 전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고립주의' 행보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강점인 팀플레이, 즉 동맹을 등한시합니다. 타국의 인권 문제에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2017년 미중 정상회담차 베이징에 갔을 때도 인권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어요.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죠. 미국의 위상이 실추되고 있는 현재가 시진핑 주석에게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어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에게 서로 ‘자기편을 들라’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면서 중국을 소외시키지 않는 게 모범답안인데, 우리 정부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객관적으로 진단해봐야 합니다. 현실성이 없는 '모범답안'은 곤란합니다. 국제사회는 정글입니다. '룰'을 얘기하면서도 '힘'이 작동합니다.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이 힘이 있으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결국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합니다. 강대국들은 역사적으로 약소국들을 '줄 세우기'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선택하기에 이미 늦긴 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을 선택해도 지고, 중국을 선택해도 집니다. 한국이 위기에 한 발짝 다가간 수준이 아니라 이미 미중 갈등 속 '폭풍의 눈'으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회피해온 이력이 있어 양쪽 모두에게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라는 정글에서는 '관건적인 시기'에 민첩하게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점수를 잃는 법입니다. "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사진=위키리크스한국]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사진=위키리크스한국]

▷이미 늦었지만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에게는 차선책만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를 선택해 양국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는 최선책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화웨이 사태에서처럼 미·중 모두가 자기편에 서달라고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죠. 국제정치에서 줄서기 할 기회를 놓친 약소국은 줄서기를 강요받는 처지가 됩니다.  

이런 비유가 적합할지 모르겠는데 국제사회는 '조폭사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혼자 싸울 수 있는 맷집이 있지 않은 한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합니다. 패권전쟁 후에는 그 전쟁에서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느냐에 따라 전리품을 나눕니다. 그런데 한국이 중간에 서서 선택을 회피하는 사이에 하루하루 타이밍이 늦어져 버렸습니다. 줄을 서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어요.

사드 사태 때처럼 주한 중국대사와 주한 미국 대사가 며칠 간격으로 한국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구한말 상황과 비슷하죠.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선택을 회피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지난 '사드 사태'가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결국 둘 사이에서 밸런싱(balancing)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양쪽으로부터 방기 당할 수 있습니다. "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도 선택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선택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사회 자체가 미중 패권경쟁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냉전시기는 어떻게 보면 한국에게는 참 편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당시 북한과 중국에 맞서 '경제도 미국, 안보도 미국'을 선택했습니다. 오로지 '미국 바라보기'만 해도 되니 얼마나 편합니까. 

그런데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니 점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라는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미중 관계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이동했어요. 그런데 새롭게 펼쳐진 지정학 체스판에서 우리는 지난 10년간 이를 간과했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왔습니다. "

▷박사님께서는 저서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 그렇게 할 것인지 사회적 협의를 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 기준은 국익인데 여기서도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한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1년 전에는 북한 문제가 최우선 순위였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되고 남북 교류가 활성화하면 미중 샅바싸움에서도 견딜 수 있는 맷집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북핵 문제가 교착 상태입니다. 그러면 민첩하게 우선순위를 바꿔야 합니다. 현재에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요?

안보와 경제입니다. 물론 안보도 중요하지만, 경제 역시 중요합니다. 'IMF 경제위기'라고 불리던 시기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국인 학자도 '한국은 북한 문제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북한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경제 문제를 해야 할 때인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중국에 알리지 않는 뭔가 심오한 전략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죠. "

▷그렇다면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가 혼재된 '화웨이 사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5G 장비 선택 문제는 기업 논리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논리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부는 ‘특정 장비 선택 문제는 개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고 정부 차원에서는 5G 보안 강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자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정부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장비 선택 여부가 정말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일까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한국 정부가 고민이 많다는 뜻이고, 다른 면에서 보자면 아직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될 여지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5G 장비 선택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안면인식, 빅데이터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이 5G와 연결될 때입니다. 댐 수문 개폐와 비행기 이착륙 모두 컴퓨터로 관리합니다. 또 컴퓨터들이 연결된 5G 장비에 바이러스가 깔려 있다면 전기, 가스, 상하수도, 공항, 원자력발전소가 마비되거나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지요. 

화웨이 사태가 터지자 호주와 뉴질랜드는 바로 미국 편을 들었고 일본도 그 뒤를 이어 미국 편을 들었습니다. 미국과 협상 중이라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길 꺼리는 북한마저도 6월 3일 자 노동신문을 통해 중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즉각 표명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왜 굳이 미·중 사이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입장 표명'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

▷결국 한국에게는 한미동맹이 답이라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 그렇게 할 것인지 사회적 협의를 해야 합니다. 결국 '가치'의 문제로 회기됩니다. 한국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민주, 자유, 법치, 인권, 시장 중심 경제라는 가치가 한국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면 그 기준대로 행동했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 한미동맹이 얼마나 큰 지렛대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를 조폭사회에 비유하자면, 우리 뒤에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떡대'가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유용한 지렛대는 '유효기간'이 돼 효용을 상실하기 전까지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리 손을 놓을 필요가 없죠. "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WIKI 인터뷰]에서 [WIKI 초대석]으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5일 자로 표시됩니다. 기사 내용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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