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정보경찰 '맞춤형 총선 보고'...황교안은 장차관 이끌고 재래시장 행차
[단독] 박근혜 정보경찰 '맞춤형 총선 보고'...황교안은 장차관 이끌고 재래시장 행차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7.05 11:29
  • 수정 2019.07.0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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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 '정책보고'라는 이름으로 국무총리실 보고
"수도권 민심 침체... 명절 전후 재래시장 관심 표명"
황교안 총리, 9일 뒤 장관 둘 데리고 재래시장 행차
20대 4·13 총선 D-70 재래시장 찾은 장관만 10명
지난 2016년 2월 4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시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으로부터 영양떡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2월 4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시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으로부터 영양떡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이 정보경찰에게서 맞춤형 선거전략을 보고받은 뒤 그대로 실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총리는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다. 

위키리크스한국이 5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 12월부터 같은 해 4월 11일까지 15차례에 걸쳐 정보경찰로부터 '정책보고' 명목의 총선 관련 정세분석과 전략을 보고받았다. 

당시 정보경찰은 20대 총선 전에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명절 전후 민심 공략을 국무총리실에 제시했다. 

2016년 1월 26일 작성된 '주간 지역(수도권) 민심'이란 제목의 정책보고는 "수도권 민심에 영향력이 큰 체감경기 침체 속에, 이념·성향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이슈들이 지속 부각되며, 민심에 다소 부담되고"라고 당시 수도권 민심을 진단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의 공소장 중 정보경찰이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 전략을 국무총리실 등에 보고한 '정책보고' 중 재래시장 방문에 관한 내용 갈무리. [자료=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제공]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공소장 중 정보경찰이 지난 2016년 4·13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 전략을 국무총리실 등에 보고한 '정책보고' 중 재래시장 방문에 관한 내용 갈무리. [자료=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 제공]

이어 "지역색이 옅어 여론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역 특성상, 당분간 정책적 노력만으로 급격한 여론 향상에 한계가 예상되고, 이에 설 명절·각급 학교 졸업 시즌 등을 활용한 감성적 행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정세 판단에 따른 '조치·고려사항'으로 정보경찰은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그중 하나가 "명절 전후 재래시장 관심 표명"이다. 

실제 이 보고를 받은 '황교안 국무총리실'은 하루 만에 움직였다. 다음날인 27일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영전통시장을 방문해 "서민 경제의 뿌리인 전통시장에 경기 회복의 온기가 미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조직법상 부총리는 총리가 특별히 위임하는 사안을 수행하는 국무위원이다.   

황 당시 총리도 다음 달인 2월 4일 이동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세종시 조치원 재래시장을 찾았다. 당시 황 총리는 부총리가 언급한 재래시장 정책도 발표했다. 이 일정을 보도한 대전일보에 따르면 황 총리는 특성화시장 개발에 예산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공약'으로 의심될 만한 정황이다.  

세종시 인근 공주산성시장은 5일 주형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챙겼다. 이틀 전 정채찬 당시 공정거래위원장과 윤학배 당시 해양수산부 차관이 찾은 곳이다. 역시 주변 지역인 대전 쪽 재래시장은 1일과 4일 각각 김영석 당시 해수부 장관과 정진엽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들렀다. 

경찰이 강조한 수도권 민심 챙기기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권은 2일 최양희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광명전통시장), 3일 여인홍 당시 농림부 차관(안양재래시장)이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권 재래시장 공략은 주로 차관들 몫이었다. 3일 권용희 여성가족부 차관(마포구 공덕시장), 4일 최상목 당시 기재부 1차관(동대문구 답심리 현대시장)과 고영선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용산구 후암시장)은 저마다 재래시장을 찾아갔다. 장관 중에선 유일하게 이기권 당시 고용부 장관이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국무위원 9명과 부처 차관 5명이 2016년 1월 27일부터 같은 해 2월 5일까지 일제히 재래시장 일정을 잡았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하면 장관만 9명이다. 이 같은 집계는 재래시장 방문 장소가 미정으로 돼 있는 장·차관을 뺀 것이다. 방문 장소는 경찰이 제시한 수도권과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대전·충남권이었다. 이외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시는 4·13 총선을 70일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황 대표는 본지의 여러 차례 전화 시도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로 '국무총리 재직 시절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보경찰의 제안대로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이 맞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위키리크스한국는 황 대표의 해명 또는 반론이 오는 대로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황 대표와 함께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한 오균 당시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과 심오택 당시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은 5일 전화통화에서 모두 "당시 국무총리실은 선거사범 관련해서만 경찰보고를 받았다. 총선 전략을 보고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장 기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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