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속 '윤석열 사단'
[국회 청문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속 '윤석열 사단'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7.09 13:23
  • 수정 2019.07.09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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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406호 '윤석열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스케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가 끝난 9일 오전 2시 5분쯤 국회 본청 건물을 빠져나가는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가 끝난 9일 오전 2시 5분쯤 국회 본청 건물을 빠져나가는 승강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8일 오전 9시 10분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406호. 아직은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50분이 남은 시간이다. 후보자 자리 뒤로 가로 두 줄 좌석이 모두 비어있다. 언제나 자리가 부족한 기자들은 그곳을 탐냈지만 앉을 수 없었다. 이 자리 주인은 따로 있는데, 윤 후보자가 직접 고른 '윤석열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소속 검사들이다. 다른 이름은 '윤석열 사단'.

회의장인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실 직원의 실수였을까. 앉을 수 없는 그곳 한자리에 코팅 종이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거기엔 이날 배석할 검사들 13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표로 정리돼 있었다. 

3차장검사 한동훈 010-XXXX-XXXX
대변인(언) 주영훈 010-XXXX-XXXX
형사7부장(정) 김유철 010-XXXX-XXXX
기획과장(국) 김태훈 010-XXXX-XXXX
특수2부장 송경호 010-XXXX-XXXX
공안2부장 김성훈 010-XXXX-XXXX
특수4부장 김창진 010-XXXX-XXXX
정책팀 김남훈 010-XXXX-XXXX
정책팀 고진원 010-XXXX-XXXX
청문지원 이동균 010-XXXX-XXXX
중앙 최재훈 010-XXXX-XXXX
중앙 서현욱 010-XXXX-XXXX
중앙 정유선 010-XXXX-XXXX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 명단.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 명단. [사진=윤여진 기자]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 한동훈은 청문회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새로운 사실 절반은 우연히 찾아오는 법이다. 코팅 종이 가장 위에 적힌 사람 이름 석자는 한동훈(46·27기).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직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이번 정부 들어 가장 화려한 검사다. 중앙지검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 보직을 연임할 정도로 윤 후보자의 신임이 두텁다. 

이날까지 그가 준비팀 소속이라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은밀하게 윤 후보자를 지원했다는 것일까. 한창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로 바쁠 이때 청문회장을 찾았다는 사실에서 윤 후보자의 특수통 직계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다. 그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적폐수사' 논란을 피하려는 듯 청문회장을 찾지 않고 복도만을 서성거렸다.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차장은 '청문회장은 왜 들어가지 않느냐'는 기자 물음에 "나는 준비단에서 법률 검토를 했기 때문에 왔다. 내가 들어가면 또..."라고 말을 아꼈다. 특수수사 책임자가 얼굴을 비출 경우 윤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적폐청산'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한 차장은 이내 대기실인 415호로 자리를 옮겨 윤 후보자를 기다렸다.  
 

◇의원들에게도 인사받은 '이명박 다스 수사'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
 
청문회 시작 6분 전인 오전 9시 54분. 윤 후보자가 법사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착석했다. 법사위 터줏대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한 뒤 바로 뒷편 오른쪽에 앉은 문찬석(58·24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에게도 눈짓했다. 준비팀 단장인 문 부장은 일어서지 않고 엉덩이만 가볍게 의자에 뗀 상태서 목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동차부품기업 '다스'(DAS) 횡령 혐의를 수사한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한 역시 '윤석열 사단'이다. 


◇신임 총장의 수사권 조정 해법은? 막내 검사 정유선의 '깨알 메모'

이날 윤석열 사단은 윤 후보자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 말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관한 것이면 수첩에 바로바로 기록됐다. 특히 이때는 준비팀 공식 소속은 아니지만, 윤 후보자의 신뢰를 받아 따라온 평검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된 후 검경수사권 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제기했다. 윤 후보자는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이나 성안된 법안을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폠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이때 막내 정유선(41·36기) 중앙지검 외사부 검사가 '폄훼' 두 글자를 수기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경찰의 1차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문이 나올 때, 서현욱(44·35기) 전 대검 검찰연구관의 손에서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서 검사는 지난해 3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헌법상 검사 영장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개혁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던 검사다. 막 검찰연구관 임기를 끝내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발령난 직후다. 검찰연구관은 대검에서 검찰총장을 보좌하며 각종 정책과 제도의 설계를 검토하는 보직이다. 

윤 후보자가 "검경 협력"을 강조하며 수사지휘권 폐지 여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하지 않자 백 의원이 직설적으로 "수사지휘권 폐지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협력관계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수직적인 지휘 개념을 유지하는 것보다 형사법집행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모호한 말로 연거푸 답변을 대신했다.  

원론적인 답은 필요 없다는 듯 백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한 검경수사권조정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윤 후보자는 학설을 근거로 자기주장을 이어갔다. 

"글쎄. 더 원론적으로 말하면, 대륙법계가 지휘라는 수직 개념인데, 제가 본 바로는, 독일·프랑스보다 지휘 개념이 전제되지 않은 상호 대등 관계로는 미국 형사법 체계가 범죄 대응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압니다"

정 검사는 수첩에 "더 뛰어난"을 메모했다. 윤 후보자의 말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를 수직 구도가 아닌 수평 구도로 가져가 결국 '없애는 것보다 고쳐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었다. 

공수처 도입 찬성 여부 역시 윤석열 사단의 깊은 관심이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서면답변에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검찰이 직접수사 기능을 일부 빼앗기는 만큼 공수처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혹을 샀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윤 후보자가 "공수처 법안 각 조항에 대해서 총괄해서 찬성한다,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패 대응 역량의 총합이 커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자, 백 의원에게서 "제가 발의한 공수처 법안이 있다. (공수처 도입으로) 국가의 부패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나"라는 기습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자와 백 의원 사이에 짧은 긴장감이 흐르자 서 검사는 갑자기 펜을 멈추고 몸을 앞으로 세워 귀를 쫑긋세웠다. 

결국 윤 후보자는 "공수처가 부패 대응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동의한다"며 결국 꼬리를 내렸다.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 역시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수사지휘권 조정의 지렛대로 활용한 바 있다. 

이날 여당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동의 유도성' 질문만 한 건 아니다. 한국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 방어성' 질문도 눈에 띄었다. 준비팀은 이 부분을 '중요 포인트'로 꼼꼼하게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자로 연거푸 발탁한 만큼 한국당은 이번 지명이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이같은 공세로 바로 "후보자와 문 대통령은 학연과 지연이 없잖아요"라고 선을 그었다. 이때 정 검사 수첩엔 "백혜련 2:54"라는 메모가 작성됐다. 백 의원 말이 발언 시간 2분 54초에 나왔다는 걸 적어 나중에 복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의 아픈 고리는 내가 막는다... 검찰연구관 이동균의 순발력

윤석열 사단은 윤석열의 아픈 고리도 피하지 않았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2년 동안 적폐 수사를 통해 묻힌 피를 닦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지난 2017년 11월 국정원 수사방해 사건 피의자로 조사받다 투신한 고(故) 변창훈 검사를 다룬 TV조선 뉴스였다. 

윤 후보자는 순간 얼음이 됐고, 한동안 연필을 수직으로 세우고 움직이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변 검사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에 막역한 사이지만 유가족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잠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운 윤 후보자를 대신해서 이동균(43·33기) 대검 검찰연구관이 관련 질문을 적어나갔다. 인천지검 소속인 이 연구관은 지난해 7월부터 대검 기조부로 파견돼 문 부장 밑에서 근무 중이다.

장 의원 질의가 끝나자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후보자, 더 할 말 있습니까"라며 윤 후보자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려고 했다. 윤 후보자는 "변명을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을 겪으신 분들 앞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 수사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윤 후보자 발언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듯 검찰 출신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발언 순서가 아닌데도 "사죄를 해야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역시 목소리가 큰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박근혜, 이명박 정부가 해야지"라고 맞불을 놨다. 

◇'적폐 수사' 언급되자 귓속말 나눈 대검 간부들 

여야가 '적폐 수사' 문제로 충돌하자 청문 준비팀 뒷줄에 앉아있던 서 검사가 일어나 앞줄에 앉아있던 문 부장에게 빠르게 의견을 전달했다. 문 부장은 이어 김태훈(48·30기) 대검 정책기획과장과 귓속말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당은 적폐 수사에 대응하고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이 고인 사망으로 인한 공소기각으로 종결된 것을 들고나왔다. 한국당 고발에 윤 후보자가 서면답변에서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다각도 노력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자 여당 청문위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전 검찰 캐비넷으로 들어간 사건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다시 튀어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은 허상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의 역린을 건드린다고 생각했는지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서면 답변만 보면 새로운 증거를 찾는다는 게, 노무현 일가 사건을 새로 수사하기 위한 것이냐"라고 묻자 윤 후보자는 "불기소된 사건을 새로운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재기해 기소한다면 불기소 처분한 사람들은 과거 특수직무유기를 범한 것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단서가 있어야 한다"라는 답을 내놨다. 

윤 후보자의 걱정은 노무현 대통령 가족이 아닌 과거 검찰 수사팀을 향했다. 과거 수사팀이 '알고도 무혐의' 처분한 게 아니라 '모르고 무혐의' 처분한 게 돼야 수사기관이 직무유기 범죄인 '특수직무유기'를 피할 수 있다는 "조직을 사랑한다"는 검찰론자의 시각이 다분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추가수사와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지점에선 김 과장의 메모가 있었다.  

이 의원도 당황하지 않고 역공세를 펼쳤다. 이 의원은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검찰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으니 그런 노력을 하는지 질문을 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 의원은 "과거 사건 중에 검찰 관련 사건을 온정적으로 처리한 대표적인 게 세월호, 광주지검 해경수사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질의는 상당히 전략적이다. 2014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수사 일선에 나선 검사가 윤 후보자가 검찰 내에서 가장 친하다고 평가받은 윤대진(55·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또 윤 국장에게 외압을 넣은 당사자로 의심받는 게 당시 법무부 장관인 '공안통' 자유한국당 황교안(62·13기) 대표다. 

당시 황 장관이 현장 구조 책임자인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놓고 김주현(58·18기)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선욱(48·27기)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라인을 통해 공식 지휘계통인 조은석(54·19기) 대검 형사부장과 변찬우(58·18기) 당시 광주지검장과 갈등했다는 게 검찰 내부에선 파다한 소문이었다. 이 부분을 수사 외압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현재 '2기 세월호특조위'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윤 국장은 어디까지나 수사를 방해받은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윤 후보자에겐 결코 불리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의원은 의미 있는 답변을 끌어내리라고 계산했을 터다. 정 검사는 이 의원 질의를 빠르게 요약해 수첩해 적었다. 결국 윤 후보자는 "제가 관여한 사건은 아니지만 취임하면 한 번 검토해보겠다"며 '제 식구 감싸기' 의심을 차단했다. 

◇"윤석열 재산 공개는 불필요" 복도 나가 머리 맞댄 송경호·김창진 부장

윤 후보자 개인 약점에 대한 윤석열 사단의 '적극 보좌'도 빠지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윤 후보자가 부동시로 인한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을 논하다 갑자기 "윤우진 사건 관련해서"라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정 검사는 앞에 앉은 김 과장에게 가 귓속말했다. 

윤우진 사건에서도 윤 국장이 관련됐다. 지난 2012년 윤 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고기 수입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골프 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받은 사건이다. 당시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윤 후보자는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같이 일한 후배 이남석(52·29기)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했다. 이 때문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윤 전 서장이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받은 배경엔 윤 후보자와 윤 국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윤 후보자가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 명세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채 의원 몫이었다. 여러 차례 요구해도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일관하자 송경호(49·28기) 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김창진(44·31기) 중앙지검 특수4부장이 바빠졌다. 판사 출신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나서서 "배석한 검사들 보고 검토해보고 가능하면 빨리 제출해달라"고 압박한 탓이다. 

결국 두 부장검사와 서 연구관은 복도로 나가 급히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법적으로 공개 의무가 없는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인사혁신처가 청문위원에게 제출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었다. 채 의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법사위 차원의 고발을 검토하겠다는데도 준비팀은 윤 후보자의 '심기 경호'에 집중했다. 그만큼 그들은 윤 후보자와 가깝다. 둘 다 윤석열 이름 석자가 박힌 특별검사팀(특검팀)에 파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 부장은 지난 2008년 윤 후보자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다스·BBK 투자자문 실소유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된 전력이 있다.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자책이었을까. 윤 후보자는 중앙지검이 지난 2017년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을 재수사하게 되자, 송 부장이 있는 특수2부에 배당했다. 검사 이력에 흠집으로 남은 사건을 다시금 마무리 짓게 기회를 준 것이다. 송 부장은 2017년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뇌물로 대납받은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윤 후보자와 함께 박영수 특검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김 부장은 차세대 특수통으로 주목받는다. 김 부장은 준비팀으로 배석한 부장검사 중 기수가 가장 낮다. 그런데도 생중계에 얼굴이 보이는 각도인 윤 후보자 바로 뒤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청문회 상황을 점검한 게 김 부장이다. 

윤 후보자는 자정을 넘겨 회의 차수를 변경하고 산회 직전에 배우자 부분을 빼고 본인 재산만 공개하는 것으로 여야 의견이 모이자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하지만 청문회가 끝난 뒤 이 연구관은 기자에게 "자료 제출을 낸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정리했다.   

◇윤석열 육성 파일이 뭐길래... 검사들은 스마트폰 들고 단체로 기사 '열독'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소속 김유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 9일 새벽 '이남석 변호사 소개 육성 파일' 관련 질의가 나올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소속 송경호(오른쪽) 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9일 새벽 '이남석 변호사 소개 육성 파일' 관련 질의가 나올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송 부장, 김창진 중앙지검 특수4부장, 문찬석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사진=윤여진 기자]

착착 진행되는 것만 같았던 청문회 복병은 차수 변경 뒤에 있었다. 국회 회의는 자정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오후 11시 50분쯤 차수 변경안을 상정하고 정회했다. 이후 9일 새벽 0시 10분쯤 속개했는데 그 사이 변수가 발생했다. 청문회 내내 "윤우진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윤 후보자의 공식 해명과 다른 본인의 육성 파일이 언론에 보도된 까닭이다. 

이때부터 지루한 공방이 시작됐다. 윤 후보자는 "소개는 했지만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선임을 도와주지는 않았다"고 거듭 반복했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침묵했고, 야당 청문위원들은 간사 협의를 번복하고 청문회를 계속하자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단장인 문찬석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청문회 도중 '윤석열 육성파일'이 재생되자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 단장인 문찬석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오른쪽)이 청문회 도중 '윤석열 육성파일'이 재생되자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전면 윤석열 후보자 뒷편 인사청문 준비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 김태훈 대검 정책기획과장, 김유철 중앙지검 형사7부장, 정유선 중앙지검 외사부 검사. [사진=윤여진 기자]

윤 후보자의 해명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준비팀이 할 수 있는 것도 바닥이 났다. 단장인 문 부장은 종종 허공을 본채 눈을 감았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던 김창진 부장도 다소 긴장이 풀어졌는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윤 후보자와 보조를 맞춘 김성훈(50·29기) 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송 부장은 관련 육성 파일을 보도한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계속 들여다봤다.

◇쉽게 국회 떠나지 못한 윤석열... 대기실에서 턱 괸 채 '고심'

이날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의사진행발언으로 위장한 질의'→주질의→증인신문→재보충질의→재재보충질의를 끝낸 새벽 1시 50분쯤 끝이 났다.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에도 준비팀은 청문회를 준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6시간의 일정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9일 새벽 인사청문회가 산회한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의원, 이철희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9일 새벽 인사청문회가 산회한 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의원, 이철희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하지만 준비팀은 쉽게 국회를 떠나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가 산회되자 여야 청문위원과 일일이 악수를 한 채 곧장 한 차장이 대기 중인 415호로 이동했다. 원탁 테이블엔 윤 후보자, 한 차장, 문 부장 셋이 앉았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는 윤 후보자가 충격 흡수에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간간이 열리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윤 후보자는 아무 말 없이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 주위로 '윤석열 사단'이 테이블을 둘러쌌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9일 새벽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곧장 이동한 대기실은 굳게 닫혀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9일 새벽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곧장 이동한 대기실은 굳게 닫혀 있다. [사진=윤여진 기자]

15분이 지난 9일 새벽 2시 5분. 윤 후보자는 검찰 직원의 호위를 받은 채 빠르게 승강기를 타고 국회 본청 건물을 빠져나갔다. 윤 후보자는 거짓말 논란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 질문은 피했다. 국회 건물을 빠져나갈 때 탑승한 차량엔 한 차장이 동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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