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펜타곤 페이퍼스와 대법원, 그리고 줄리안 어산지
[WIKI 프리즘] 펜타곤 페이퍼스와 대법원, 그리고 줄리안 어산지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9.07.09 17:49
  • 수정 2019.07.10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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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런던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런던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영국에 줄리안 어산지 송환을 공식 요청한 가운데 그의 송환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겸 정보 보급자로서 2010년 이라크 전쟁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된 25만 건의 미국 기밀 문서를 폭로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관련 문서에는 미군에 의해 무차별 공격을 당한 이른바 "이차적인 살인 비디오"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키리크스의 악명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대선 캠프를 진행했다는 비공개 문서를 유출하고 더욱 부각되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는 어산지를 1971년 펜타곤 페이퍼(The Pentagon Papers) 사례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개입 관련 정보를 폭로한 다니엘 엘스버그가 당시 미국 정부의 극비 행위를 자세히 기술한 사건을 재조명한 것이다.

호프포스트는 어산지를 “또 다른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옹호하면서 “현재 미국 정부가 엘스버그에게 가했던 것과 유사한 보복을 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의한 미 변호사 앨런 더쇼이츠는 “나는 위키리크스와 뉴욕타임즈 사이에 헌법상 차이가 없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펜타곤 페이퍼스 사건을 담당한 대법원이 타임즈에 문서들을 출판할 권리를 주었다고 잘못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위하지 않았다. 단지 계속 출판할 권리를 주었을 뿐이다.

펜타곤 페이퍼스는 1967년 말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담당했던 베트남 전쟁의 최고 비밀 기록이다. 이는 당시 국방부, CIA 및 합동참모본부의 기밀 문서들을 모아둔 기밀 문서였다.

맥나마라는 베트남 전쟁을 적극적으로 구성했던 인물이지만 분쟁의 방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1700만 인구를 가진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세계 최대의 군사 강국을 물리치고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철저한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가 완료된 지 3년이 지난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즈는 관련 자료의 발췌문을 실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40세 국방 분석가 엘스버그로부터 사본을 받았고, 그는 즉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정부의 만행을 폭로했다.

관련 정보 유출은 당시 리차드 닉슨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를 격분시켰다.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치 ‘전쟁에 반대하는 히피들’에 의해 촉발된 혁명적 상황으로 간주했다. 이후 키신저는 닉슨에게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전복’을 야기할 것이라 경고했고, 닉슨은 사흘 후 엘스버그와 뉴욕타임즈가 방첩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로 펜타곤 페이퍼스 인쇄 중단을 지시했다.

타임즈가 인쇄를 중단하자 워싱턴포스트는 정부로부터 고소를 당하기 전까지 대신 출판 업무를 맡았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사전 자료 공개 금지(prior restraint) 명분 하에 신문사를 고소한 사례로 알려졌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 같은 사전 규제가 선언된 적은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역사상 언론의 자유와 정부 규제 간의 가장 큰 충돌"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인쇄 중지를 정당화하기 위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통 재판관들의 다수결로 구성되는 대법원 판결은 이례적으로 분열이 심했고, 결국 정부는 일시적인 출판 검열을 해지하게 된다. 이후 타임즈와 포스트는 자유롭게 신문을 출판할 수 있었다.

대법원에서 진보적인 재판관들은 언론 자유의 편을 들었다. 휴고 블랙 재판장은 “언론의 자유가 군인들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장 보수적인 3명의 재판관들은 명백히 안보 위협의 편에 섰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가 군인들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헌법 제 1조항은 전체 헌법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 온건파와 강경파의 양면적인 판결은 결정을 분열시켜 사건의 명확성을 손상시켰다. 대부분의 재판관들은 닉슨이 인쇄 출판을 중단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언론사는 민감한 자료와 비밀 문서를 출판할 때 방첩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징역형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적이며 본 사건도 언론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말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각종 언론사들은 신문이 다시 출판할 수 있게 되면서 ‘닉슨 정권의 패배’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345편의 국방부 연구 자료를 재인쇄했다.

이에 대해 미 일간신문 보스턴 글로브는 “신문은 다시 발행할 수 있으나 계속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을 “침묵의 경고”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비판적인 시각처럼 여전히 어산지는 정보 분석가 첼시 매닝이 공개한 수십만 건의 국무부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과거 엘스버그 사례와 같이 방첩법 위반이라는 명분 하에 체포된 것이다.

펜타곤 페이퍼스 사례로 보아 위키리크스가 언론매체로 분류된다고 해도 언론의 자유는 한계가 있다는 전례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표현한 대법원의 '침묵의 경고'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듯 하다.

[위키리크스한국=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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