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한-일 정부, 쌍끌이 '삼성 죽이기' 논란과 벼랑 끝 내몰리는 한국경제
[WIKI 수첩] 한-일 정부, 쌍끌이 '삼성 죽이기' 논란과 벼랑 끝 내몰리는 한국경제
  • 정예린 기자
  • 승인 2019.07.12 07:18
  • 수정 2019.07.12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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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에도 검찰발 '제일모직 가치 조작' 리크기사... 이재용 타격 노려
한-일 정부, 삼성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로 내몰아
정부의 모순적 태도…"기업에 투자 요구하면서 애로사항 처리 안돼"
삼성전자. [연합뉴스]
삼성전자. [연합뉴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상황이 혼돈스럽습니다.”

삼성 임직원들이 연일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반도체경기 하강 등 글로벌 사업 환경 악화에다 일본의 무역보복 파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부터 전 임직원이 현해탄을 넘나들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삼성 흔들기'로 위기 대응은 커녕 정상적인 업무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동시에 ‘삼성 역할론'과 이를 향한 국가적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어 삼성은 난처한 입장이다.

일본으로부터 보복무역 공세로 대한민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된 11일. 또다시 검찰발 리크 기사가 흘러나왔다. 검찰 조사에서 회계사들이 '삼성의 요구로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조작했다'는 기사였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은 몇 개월째 수사를 끌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건의 본질을 분식회계에서 승계이슈로 변질시키고, 이를 빌미로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삼성에 대한 전방위의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에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에 의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태는 삼성이 망하길 바라왔던 한국 내 일부 좌파와 일본 강경 우파들의 바램이 결국 승전(勝戰)의 길로 가는듯한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아직까지 삼성이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부터 시작된 삼성의 고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삼바 관련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등 삼성 그룹을 총 19차례 압수수색했다. 이어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계열사의 전반적인 사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 온 사업지원 TF팀의 핵심 인력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구속시켰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위기 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에 곳곳에서 업무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삼성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산업의 급작스런 수요 둔화에 애플, 화웨이라는 삼성 최대 고객사를 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에 대한 수출 규제까지 더해졌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던 삼성전자가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EUV 기반 비메모리 사업에 사용되는 소재다. 특히 고순도불화 수소의 경우 EUV 파운드리뿐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공정 전반에 걸쳐 필수 소재다.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소재 특성상 재고량이 한 두 달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관련 사업의 생산 계획 및 수익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30% 감소하면, 한국은 약 40조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오는 31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이라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각종 불확실성에도 영업이익 6조원을 지켜냈으나,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6% 감소한 수치이자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실적으로 지금이 삼성의 진짜 위기라는 말을 수긍케 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지난 50년간 우리 대표 기업으로 수출 최전선에서 한국 경제 발전에 앞장서 왔다. 수출 품목 양대산맥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책임지고 있으며,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 삼성 그룹은 우리의 주요 자산이다. 

창립 이후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 온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 등을 차세대 미래 동력으로 꼽았다. 이를 선제적 투자와 인재 영입 등으로 성장시켜야 함에도 그룹 수뇌부 붕괴, 임직원 사기 저하 등 삼성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사실상 업무마비 상태에 빠지고 만다"며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기업 입장에서 20여차례 압수수색을 받으며 경쟁에서 승리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구글, 아마존 등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이 중요시 되는 관련 분야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당 시장에서 삼성보다 선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은 2018년부터 알려진 M&A만 13건에 달하고, 애플과 아마존이 각각 12건, 10건에 이르는 반면 삼성전자는 3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크지 않은 규모로, 대규모 M&A는 지난 2016년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업계에서는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삼성이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력 확보로 충분히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 대신 참석한 청와대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로 체제에서 특례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MS, 화웨이,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걸을 수밖에 없는 삼성의 현실을 정부에 읍소한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또 다른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바이오 사업은 검찰의 수사로 인해 꼼짝없이 올스톱 상태다. 바이오 산업은 지난 5월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 주력산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삼성에 대규모 투자를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삼성도 인천에 부지를 마련해 CMO 제 4공장 증설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태한 삼바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며 관련 논의는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앞다퉈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 상생, 투자, 일자리 창출 등 정부가 끊임없이 요청하는 사안들에 대해 고심하고 방안을 내놓지만, 정작 정부는 규제 완화 등 기업인들이 말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나몰라하고 있다는 것.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 바이오 산업이 ‘경쟁 리스크'가 아닌 ‘정책 리스크'로 죽어간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업계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K-IFRS 회계원칙을 도입했지만 규제를 가하며 자율성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굵직한 투자 계획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의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에도 ‘약속 이행'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지만 일각에서는 강도높은 검찰 수사 등으로 손발이 묶인 삼성의 향후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텐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삼성 그룹 전체 임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한 정도로 유죄를 예단하는 수사당국의 분위기 조성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성장 과정에서 저지른 일부 과오에 대해 처벌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나 시기적으로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정부와 사법당국이 앞장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삼성을 무릎 꿇린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고, 우리 정부가 반도체와 관련 부품 수출규제로 맞대응한다면 GDP는 무려 3.1%나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의 운명이 걸린 전쟁인 상황에서 대표적인 수장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은 행동을 답습할 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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