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BK 펀드 상장 정보 담긴 이메일, 영포빌딩서 발견…MB ‘BBK 실소유’ 의혹 재점화
[단독] BBK 펀드 상장 정보 담긴 이메일, 영포빌딩서 발견…MB ‘BBK 실소유’ 의혹 재점화
  • 윤여진 기자
  • 승인 2019.07.15 09:36
  • 수정 2019.07.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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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직원 이메일… “아직은 예비상장심사 전 단계”
BBK 투자금→역외펀드→옵셔널벤처스 유상증자 대금→ LKe뱅크
영포빌딩. [사진=윤여진 기자]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사진=윤여진 기자]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11년 전 수사에서 부인한 것과 달리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이용된 역외펀드 주요 정보를 보고받은 정황이 담긴 이메일 문건을 검찰이 지난해 재수사 때 확보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과거 검찰과 특검은 주가 조작 과정에서 지분을 인수하거나 자본을 증자하는 데 동원된 이 역외펀드의 자금 흐름이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또 역외펀드를 만든 유령회사 'BBK BVI'의 지분을 이 전 대통령이 보유하지 않아 BBK BVI가 설립한 'BBK'의 실제 주인은 동업자 김경준씨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역외펀드 이메일 문건이 영포빌딩에서 발견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지분 보유와 상관 없이 이 전 대통령이 BBK를 차명 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5일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횡령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검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당시 부장 신봉수)는 지난해 3월 26일 영포빌딩 수색 과정에서 ‘RE: Maf Fund Ltd.’라는 제목의 영문 이메일 출력 문건을 발견했다.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자금을 불법 대선자금으로 집행한 각종 출금전표와 영수증 수백 장으로 가득한 종이 상자가 이 건물 지하 2층 주차장 한 켠에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아 이 서류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압수한 서류 중엔 과거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했던 역외펀드 대외비가 적힌 이메일 문건도 있었다. 이메일 제목에 적힌 ‘마프 펀드’(Millenium Arbitrage Fund·MAF)는 유가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하는 역외펀드의 일종이다. 

문건에는 이메일 수·발신자와 참조자가 각각 BBK 직원 이상훈씨와 김씨로 적혀 있었다. 특이한 건 이 전 대통령이 수·발신자가 아닌데도 보관 장소가 영포빌딩이라는 점이다. 이 역외펀드의 전환사채(CB)를 매수한 LKe뱅크의 2001년 회계 서류와 공문 역시 이곳에서 발견됐다.

역외펀드의 대외비 이메일과 관계 회사의 회계 서류 모두 영포빌딩이 이 전 대통령 소유였던 2001년 전후에 생산됐다. 현재 영포빌딩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 출자한 청계재단이다. 이 문건들을 보고받은 자가 영포빌딩과 밀접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메일 내역은 크게 두 가지로 2001년 3월 11일 당시 이씨가 수신한 이메일과 이틀 뒤인 13일 이씨가 발신한 이메일이다. 이씨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람은 영국령 캐이맨제도 소재 자산운용기관인 'Citco Fund Services' 직원이던 Young, Jamal씨다. 

Young씨는 BBK BVI가 세 번째로 설립한 역외펀드인 'MAF Fund Ltd'를 운영하는 곳에서 파견한 펀드디렉터였다. 통상 이같은 역외펀드는 자산운용기관, 수탁은행, 자산평가기관에서 1명씩 파견하게 돼 있다.

Young씨는 이씨에게 MAF Fund Ltd가 캐이맨제도 주식거래소에 등록됐다며 이같은 사실이 블룸버그 보안시스템에서 확인된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블룸버그 보안시스템에서 출력한 PDF 자료를 이메일에 첨부했다. 다만 주식거래에 필요한 '고유식별번호'(Sedol Number)가 지금 당장은 없다고 일러준다. 

이씨는 이틀 뒤 Young씨에게 펀드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인 ‘펜딩 리스팅’(Pending Listing) 단계라는 점을 언급한다. 펀드의 정식 등록 상태를 재차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민감한 정보를 의식한 듯 이씨는 이메일 내용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각각 ‘높음’(High)과 ‘대외비’(Confidential)로 표시했다.

MAF Fund Ltd는 당시로부터 10개월 전인 지난 2000년 5월 11일 설립됐지만 상장 문제로 다른 두 역외펀드와는 달리 실적이 없던 상태였다. 실제 이 펀드 계좌에 투자금이 예치된 건 이메일이 오고간 후 3개월이 지나 상장 문제가 해결된 시점으로 보이는 2001년 5월 29일이다.   

주목할 점은 이 펀드의 자금 흐름이다. 과거 특검의 자금 추적 결과에 따르면, 이 펀드의 투자액은 총 49억 5000만원이다. 투자자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조봉연 전 오리엔스캐피탈 회장이 유일하다. 

이 계좌에 예치된 조 전 회장의 투자금은 이후 옵셔널벤처스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불법 전용됐다. 

옵셔널벤처스는 지난 2001년 5월 24일부터 같은 해 12월 13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87억 5000만원의 유장증자를 실시했다.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 회사 자본을 키워 해외투자자로 위장한 유령회사에게 제3자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MAF Fund Ltd 계좌에 보관 중인 조 회장의 투자금이 동원됐다. 

문제는 2008년 당시 특검이 “당선인(이 전 대통령)이 옵셔널벤처스 주식매매 대금, 유상증자 대금을 제공하거나, 옵셔널벤처스 법인자금을 건네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이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MAF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당시 한나라당은 ‘LKe뱅크가 MAF에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역시 김씨에게 속은 피해자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MAF Fund Ltd의 보안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간접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제삼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면 당시 수사 결과와 한나라당 해명은 모두 틀린 것이 된다. 

특검은 MAF Fund Ltd의 홍보책자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이 회장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관리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는데 보안정보를 보고받은 사람이 이 계좌의 관리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AF Fund Ltd 운영과 관련해 수상한 점은 투자금 반환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BBK BVI가 두 번째로 설립한 역외펀드인 'MAF Plc'에 지난 2002년 2월 10일 1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생명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투자운용보고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한다. 

금감원은 2001년 3월 2일부터 13일까지 특별검사를 통해 MAF에서 발행한 CB가 공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당시 김씨와 이 전 대통령이 각각 30억원씩 출자해 공동대표를 맡은 인터넷금융회사 LKe뱅크는 네 차례 걸쳐 MAF가 발행한 총 115억 2000만원 규모의 CB를 매수했다. MAF에 흘러들어온 LKe뱅크 자금은 MAF의 다른 투자금과 합쳐져 옵셔널벤처스 지분 76만주 인수에 쓰였다. 

이후 삼성생명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세 종류의 MAF 펀드에 투자한 총 645억원을 돌려달라고 BBK에 요구한다. 옵셔널벤처스 인수에 투자금을 다 써버린 BBK는 옵셔널벤처스 법인자금을 몰래 빼내 돈을 갚았다. 

검찰 수사 결과 옵셔넬벤처스에서 총 319억원이 불법 반출됐는데, 이 중 165억원만 BBK 투자자들에게 반환됐다. 조 전 회장도 투자한 104억원을 2001년 10월 돌려받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됐다. 조 전 회장이 회수했다는 투자금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4억원이 이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2007년 당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54억원이 오리엔스캐피탈이 아닌 동원증권 계좌로 송금됐다는 계좌이체내역서를 공개했다. 이 계좌는 이 전 대통령이 공동대표로 있는 LKe뱅크의 법인계좌였다. 돈을 이체한 사람은 LKe뱅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비서로 일하다 옵셔널벤처스로 통장 관리 업무로 자리를 옮긴 이진영씨다. 

종합하면 BBK가 등록취소되면서 BBK를 설립한 BBK BVI가 만든 역외펀드에 예치된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자 주가조작으로 마련한 옵셔널벤처스 법인자금을 반환했다. 결국 역외펀드 계좌는 투자금 불법 전용·반환에 활용돼 '자금세탁' 목적으로 쓰인 것이다. 그리고 이 계좌가 신설되기 전 관련 비밀이 영포빌딩에서 유통됐다. 

이제 남은 건 영포빌딩에서 이 계좌를 보고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 과제는 역설적이게도 재수사를 거쳤으면서도 다스와 달리 BBK 의혹은 매듭짓지 못한 검찰 몫이다.

다스 횡령 혐의 등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강훈 변호사는 전화 통화에서 "영포빌딩에서 나온 것 중 '왜 대통령 물건으로 분류돼 있지'라는 게 꽤 있다"고 해명했다. 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이 '김백준 서류입니다'라는 서류 중에 대통령 서류가 나와 있고, 김백준 서류가 틀림없는데 대통령 서류라고 하는 게 많아 법정에서 많이 다퉜다"며 "검찰 분류만 가지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서류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 설명은 역외펀드 이메일 문건 주인이 'MB 집사'로 불렸지만 검찰 재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은 BBK와 LKe뱅크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근무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MAF 펀드를 전혀 몰랐다는 이 전 대통령 태도가 변함이 없느냐라는 질문엔 "대통령께 여쭈어 봐도 '알 수 있다'고 대답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다"며 "서류 정리를 담당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김백준에게 물어보는 게"라고 전했다. 

김 전 기획관은 두문불출한 상태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아홉번이나 그를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김성호·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넨 돈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뇌물 방조)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은 지난 5일 자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역외펀드 이메일 문건 주인은 김 전 기획관일 수 있다는 이 전 대통령 측 반론에 김 전 기획관이 입장을 보내오는 대로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 해당 기사의 분류를 [사회]에서 [법조]로 변경, 최초 기사 출고 시간과 상관 없이 최종 수정 시간이 2019년 7월 24일 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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