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 ‘치킨게임’... 한국기업들 최대 피해 ‘고난의 행군’ 우려
한-일 정부 ‘치킨게임’... 한국기업들 최대 피해 ‘고난의 행군’ 우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7.16 07:12
  • 수정 2019.07.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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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수출 규제 강도 높인다’ - 문재인 정부 ‘일본이 더 큰 피해’ 주장
삼성, SK를 필두로 국내 수백만개 기업 악영향 불가피 ‘초비상’
무역전쟁으로 한일 관계가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무역전쟁으로 한일 관계가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상황을 보면 한-일 정부가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지 보자’며 마주보고 차를 달리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이 와중에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기업들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A그룹 CEO)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전면 ‘치킨게임’에 돌입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불화수소등 3개 품목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조치들이 이어질 경우 수백만개 기업들의 남한판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최종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경제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일본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재에 대해 한국기업의 피해가 더 클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이 일본 교역·투자 기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학계‧연구계 통상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제재에 대한 한국기업의 피해정도에 대해 응답자는 ‘매우 높다(54%)’거나 ‘약간 높다(40%)’고 응답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제재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62%)’이라는 응답 비중이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12%)’이라는 응답의 약 5배에 달했다.

4일부터 수출규제에 들어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만 해도 규제가 장기화 할 경우 양국 기업들의 피해는 수백배의 차이가 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취합한 올해 1~5월 반도체 소재 부문 수입 내역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액수로 1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수입처별 비중을 살피면 일본에서 수입하는 포토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각각 91.9%, 93.7%로 절대적이지만 액수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가 12일 도쿄에서 열렸으나 양측의 입장만 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포토리지스트의 경우 한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11.6%(일본 재무성 집계)에 불과하다.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21.8%로 가장 많고 한국은 대만(17.9%), 중국(16.7%)에 이어 4번째 교역국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한국 수출 비중이 22.5%(2위)다. 그나마 에칭가스는 한국 수출 물량이 85.9%(1위)에 달하지만 액수로는 수백억원 수준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으로의 반도체 소재 수출이 일본 경제를 뒤흔들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통계다.

스텔라나 JSR, 스미토모 등 한국업체에 반도체 소재를 수출하는 기업들 역시 상당한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유일한 고객사가 아닌 만큼 버틸 체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5월 반도체 수출 규모가 45조294억원에 달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절차를 강화한 3개 품목은 당장 일본 외에 이렇다 할 대체공급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들 소재가 바닥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수치로 단순 비교하면 일본으로부터 소재 공급이 끊길 경우 국내 반도체업계가 감수해야 할 손해는 일본(1700억원) vs 한국(45조원) 등 270배 규모에 해당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직격탄을 맞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흔들릴 경우 국내 반도체산업과 연관산업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번 중국, 미국에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면 되찾아오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전선을 확대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전 분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한국 수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외에 다른 소재에서도 추가제재가 예상되고 있다.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재들이 많은 상황이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8초간 짧은 만남 후 전쟁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8초간 짧은 만남 후 전쟁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일본은 전세계 시장에서 액정패널 소재에서만 반사방지필름 84%, 컬러레지스트 71%, 편광판대형패널 62% 등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양국 정부가 정면 충돌, 외교적 해법 없이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보다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영자지 ‘재팬 투데이’는 “일본과의 외교 분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부품 부족에 처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글로벌 첨단 시장이 타격을 입고, 해당 품목들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현재까지 일본 측이 협상을 거절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거의 2/3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는 글로벌 첨단 대기업 애플, 화웨이, 그리고 아마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여행 규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국제 여론 환기 등 조치를 강구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가 ‘치명타’를 입는 반면 일본은 ‘찰과상’ 정도의 피해만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서울~도쿄를 오가며 뛰고 있지만, 양국 지도자들의 외교적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 기업들의 피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객관적 예상치나 근거 없이 '일본이 더 피해 입을 것'이라는 등 수사학적 접근은 국제 외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실력을 쌓아가면서 ‘일본 극복’을 외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소재 국산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충격이 없도록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가간 협약 깬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vs “정치문제를 경제로 끌어들이는 아베 비열하다”
 
한일 무역 전쟁에 대해서는 세계의 네티즌들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에서 발행하는 코리아타임스, 코리아헤럴드, 일본에서 발행하는 재팬투데이, 재팬타임스 등 영자지의 기사마다 전세계의 네티즌이 댓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재팬투데이 기사에 달린 댓글 사례다. (괄호 안은 아이디)

<일본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댓글들>

-(thepersoniamnow) 나는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정확히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은 자기들이 주장하는 일본 측으로부터의 사죄와 인정을 받아내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한국은 스스로를 희생물로 삼으면서 자기들에게만 의미 있는 민족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yoshi)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소재의 수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수출에 특혜를 주던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켰을 뿐이다. 이는 순전히 일본 국내 문제이다. 일본은 자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권리가 있다.

-(ossanamerica) 한국은 ‘세계가 일본에 등을 돌리도록 하자’는 케케묵은 전술을 고집하고 있다. 글로벌 첨단 시장이 어려워지면 한국만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한국이 대부분 자신들이 지어낸 역사 수정주의에 입각해서 2차 세계대전 문제를 모든 현안에 끌어들이는 멍청한 짓을 벌임으로써 이런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무역 문제가 아닌데도 WTO에 가서 징징거리고, 국제사법재판소를 거부하면서도 UN으로 달려가고,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를 거부하고, 반일 감정에 집착함으로써 미일한 전략적 동반 관계를 자기들 혼자 흔들면서 미국에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제 전 세계를 향해, 첨단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일본의 잘못’ 때문이라고 홍보하려하고 있다.
한국에는 생각 있는 지도자들이 없는가? 한국이 2차 세계대전 문제로, 합의를 깨뜨리고, 양국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끊임없이 일본을 괴롭혀왔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할지를 예상한 지도자들이 없단 말인가? 반일 감정을 고집한 결과 역풍을 맞는 것은 필연적 결과이다.
일본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시켰을 뿐이다.

<한국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댓글들> 

-(akie) 무역과 정치를 결부시키는 일은 완전히 넌센스다.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한국과 대화에 나설 것이다.

-(heckleberry) 러시아는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았고, 반대로 일본은 잃은 것 같다. 여기 많은 독자들은 이 소식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을 듯

-(norman goodman)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 회사들로부터 임금을 청구할 개인적 권리에 개입할 수 없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 잘못 되었다. 이는 마치 당신의 아저씨가 당신 직장에 찾아가 당신의 사장에게 지금부터 당신에게 임금을 안 줘도 된다고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다.

또, 일본 정부의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댓글을 단 경우도 있다.

-(meiyouwenti) 문제는 한국이 UN 규정을 위반하고 화학 물질들을 북한이나 다른 불량 국가에 송출했다는 데 있다. 이 화학 물질들은 반도체 생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라늄을 농축하고 신경가스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이것은 안보 문제이므로 일본은 이 물질들이 나쁜 자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지켜야할 책무가 있다.

<한일 양국 책임론 주장 댓글들> 

-(do the hustle) 맨날 싸우기만 하는 두 녀석들을 지들 하는 대로 그냥 놔두자. 중국과 대만의 생산업자들이 저들의 빈 자리를 빠르게 메울 것이다. 두 놈들은 한 번 따끔한 맛을 봐야한다. 이전투구를 벌이는 두 녀석들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 놈들은 운동장에서 서로 잘났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애들이나 마찬가지이다.

-(alex80) 솔직히 여기서 한국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너무 순진하다. 그들은 이 문제를 두고 세계가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자신에 차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첨단 강국들이 이면에서는 한일 간의 싸움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한국이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데 다른 나라들이 불만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은 한국에 진정한 경제 제재를 가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제적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나는 한국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 상황을 미국이 진정으로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한일 싸움은 단기적으로는 애플에 해로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과 미국, 중국, 유럽 회사들은 이 상황에서 이익을 볼 것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 세계가 거대한 삼성전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역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이 뉴스는 한국과 일본에서나 큰 뉴스거리에 속하지 서방의 언론에서는 주요 매체들이 아주 작게 취급하고 있다. 이 싸움은 솔직히 한일 간의 문제로, 결국에는 서방과 중국 회사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가 자신들의 반도체 강국 위치를 지지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유감이지만 정말 순진한 판단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 사태는 서방과 중국에게는 한국의 1등자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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