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매장에서 가정용 맥주 제조기인 '홈브루'를 팔 계획인데, 주류 관련 법규가 까다로워서 시음행사조차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16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LG 홈브루' 출시 기념행사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규제에 묶여 적절한 마케팅을 펼칠 수 없는 것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송 사장은 “매장에서도 (홈부르를) 판매할 예정인데 주류 제조 허가가 없어 손님이 맛을 보자고 하면 보여줄 수가 없다”며 “매장 옆 맥주 가게에서 맛을 본 후 LG전자 매장에서 사는 것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다만 송 사장은 LG 홈부르의 타겟층이 수제 맥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인 만큼, 각종 동호회, 블로그, 밴드 등 소모임을 통한 입소문과 간접경험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세법상 주류의 제조 및 판매는 관련 면허를 소지한 자가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LG전자가 이날 행사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대사관은 관련 법규가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시음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멋과 취향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자 집이 내포하는 의미도 달라졌다. 단순히 주거공간을 넘어 휴식, 문화, 레저를 즐기고, 개개인의 로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제 맥주 마니아들은 더 이상 원하는 수제 맥주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집에서 직접 브루마스터가 되어 ‘LG 홈브루'로 취향에 맞는 맥주의 맛과 향을 구현할 수 있다. 

LG 홈브루는 발효부터 숙성까지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하고, 일반 수제 맥주보다 빠른 숙성으로 조제 기간도 단축했다. 편리함은 높였지만 품질은 여느 전문 브루마스터가 양조한 수제 맥주 못지않다. 마이크로 브루잉 공법을 통해 발효 온도, 압력, 시간 등을 미세하게 조절해 최적의 브루잉을 선보이기 때문. 

맥주 브루잉에 실패하는 대표 이유 중 하나인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LG전자는 홈브루에 정수기의 온수 살균 시스템을 적용해 3단계에 걸쳐 기기 자체 내에서 살균 소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케어솔루션을 통해 6개월에 한 번씩 전문 매니저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청소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해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영국의 대표 몰트(싹이 튼 보리나 밀로 만든 맥즙) 제조사인 문톤스와 공동 개발한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도 LG 홈부르가 만든 맥주 맛을 최대로 끌어올려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패키지는 맥즙팩 외에 이스트, 홉오일, 플레이버 등 3개 캡슐로 구성됐다. 

LG 홈브루를 통해 스타우트, 페일 에일, 위트, 필스너, IPA 등 5개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캡슐 패키지 하나당 한 가지의 레시피만 적용할 수 있으며 한 번에 5000cc를 만들 수 있다. 만든 맥주는 홈브루에 보관하거나 별도 보관 용기인 ‘LG 홈브루 보틀'에 보관하면 된다. 다만 LG전자에서는 일주일 안에 다 마실 것을 추천하고 있다. 

LG전자는 추후 다양한 맥주 레시피도 추가할 계획이다. 송대현 사장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제조할 수 없어 글로벌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맥주 5종 레시피를 엄선했다"며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새로운 맛을 추가할 예정이고, 마니아들은 여러 레시피를 조합해 먹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문톤사와 함께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비싼 가격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LG 홈부르는 일시불로 계산했을 때 구입가가 399만원이고, 선입금 100만원 납입 시 1~3년차에 월 6만9900원, 4년차에 3만4900원, 5년차에 1만4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LG 홈브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후 혁신상을 석권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최종적으로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였다. LG전자는 국내 시장 반응을 토대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도 진출할 예정이다. 

송대현 사장은 “H&A 본부 미션은 인류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며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신가전 등 여기에 적합한 제품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앞으로도 편리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적기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yelin.jung03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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