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블랙 쓰나미가 몰려온다'… 기업들 초비상 "반일이념보다 나라경제가 우선”
'거대한 블랙 쓰나미가 몰려온다'… 기업들 초비상 "반일이념보다 나라경제가 우선”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9.07.17 10:04
  • 수정 2019.07.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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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원점에서 일본과 대화 나서야”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14일 부산항 감만 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감만 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블랙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청와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문제 논의를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제안을 일축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일본은 반도체 등 3종 원료 수출규제에 이어 본격적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수출 규제는 ‘정부 차원의 수출 관리’이며 징용 판결과 관련한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수출 규제는 보복(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고 강조했고,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도 “안보 목적의 수출 관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일간 무역 분쟁 소식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 일본 언론들은 대부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7일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정면 대결을 지속하고 있는 한-일 정부간 엉킬대로 엉킨 오늘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양국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세세한 조항부터 하나씩 점검하며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브래드 글로서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국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조치는 한국 정부의 행태에 대한 좌절감의 표출”라고 진단했다.

글로서먼 국장국장은 “개방 무역 체제에 대한 일본의 의존도를 감안하면, 일본에는 매우 위험한 조치이지만 이는 일본이 얼마나 필사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조치가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강제 노동과 위안부 문제를 잘못 다룬 데서 비롯된 산물”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역사적으로 한일관계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쪽에 책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죄는 일본의 한반도 병합과 식민화에 있지만, 두 정부는 2015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한국에선 인기가 없을지 모르지만 매우 어렵게 내려진 드문 결정이었다”며 일방적으로 위안부 재단 해산을 결정한 한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문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국가의 전략적 이익 쪽으로 돌리기 보다는 국민 정서를 배출하는 쪽을 택했다”고 민족주의적 감정에 편승한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불만을 배출시키는 통로로 일본을 이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을 해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향후 대응에 대해선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시작이다”며 갈등 고조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이 합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관계 안정화를 향한 첫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 공동위원회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반영됐다"고 발표했던 사안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도 주목되고 있다.

당시 민관 공동위는 7개월여 동안 수만 쪽에 달하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자금 3억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다만 1975년 우리 정부가 피해자 보상을 하면서 강제 동원 부상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2007년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예산으로 위로금과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관 공동위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위원으로, 국무총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민관 공동위는 2005년 1월 40년간 비공개였던 한·일 협정 문서가 공개된 것을 계기로 발족됐다.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문서 공개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혼란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총리·장관 등 정부 인사와 각계 전문가들을 망라한 '한·일 회담 문서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 공동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 2005년 8월 이해찬(맨 오른쪽) 당시 국무총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 공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맨 왼쪽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공동위 정부위원으로 활동했던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2005년 8월 이해찬(맨 오른쪽) 당시 국무총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 공동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맨 왼쪽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공동위 정부위원으로 활동했던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쟁점 중 하나는 '국가 간의 협상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느냐'였다. 공동위 '백서'를 보면, 문 대통령은 공동위 회의에서 '개인의 참여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어떤 법리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해찬 대표는 2005년 3월 관훈토론에서 "배상 문제는 정부 간 협상에서는 한·일 협정으로 한 단계가 지나갔는데 개인의 보상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고 했다.

민관 공동위의 결론은 "1965년 협정 체결 당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권리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동위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정부가 일본에 다시 법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곤란하다"고도 했다.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지만 65년 협정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대신 노무현 정부는 피해자 보상에 주력했다. 2007년 특별법으로 추가 보상 절차에 착수했고 2015년까지 징용 피해자 7만2631명에게 6184억원이 지급됐다.

당시 발표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끝난 것이란 인식이 굳어졌다. 우리 정부도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종료된 것'이란 입장을 유지했고, 법원도 관련 소송들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다가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한·일 협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당시 주심이었던 김능환 대법관은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고 했다. 이후 2018년 10월 대법원은 그 판결을 확정했다.

한일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양국 기업들, 특히 한국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인들마다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시급히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DB]
한일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양국 기업들, 특히 한국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인들마다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시급히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DB]

사법부와 행정부 판단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외교적 협상을 요구하는 일본을 상대로, 정부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 판단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8개월의 '대치'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이어졌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에서는 사법부가 외교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부 입장을 듣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사법 자제'의 전통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게 '사법 농단'이 됐다"고 말했다.

글로서먼 국장은 “우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여러 이유로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을 편드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관계에 회의적이고 대북 문제를 직접 다루면서 한미일 공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위축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마이크론 경영이 호전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아베의 뒤에서 갈등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실력을 더 쌓기 전까지는 반일이념보다 나라경제를 우선시하는 전략적인 자세가 절실하다"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laputa813@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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